과정으로서 교회 뮤지컬
과정으로서 교회 뮤지컬
  • 이정배 교수
  • 승인 2020.02.2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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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불만스럽게 교사에게 물었다.

예배가 따분해요. 분위기 좀 바꾸면 안 되나요? 성경에 춤추며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며 소고와 수금으로 그를 찬양하라(149:3)’는 구절이 있는 것 보면, 예전에는 춤과 노래로 예배드린 것 같은데, 왜 요즘은 그렇게 예배드리지 않죠?”

난감해하던 교사는 서둘러 대답했다.
? 지금도 있잖아? CCM도 있고, 성극도 있어. 기독교 뮤지컬도 종종 공연되는데…….”

학생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도무지 재미가 없어요. 그냥 일반 뮤지컬이나 노래는 재미있는데, 교회 것은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교회에서 하는 건 왜 그렇게 촌스럽죠?”

새로 부임한 전도사는 매사에 의욕이 넘쳤다. 이번 부활절에는 기어이 뮤지컬을 기획해서 성도들은 물론 주변 이웃을 초청하여 보여주겠다고 사방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문제는 뮤지컬 대본을 만들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고 배우들을 연습시킬 전문가가 교회 내에 없다는 사실이다.

몇 주간을 뛰어다니던 전도사는 결국 전문가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풀이 죽고 말았다. 늘 그래왔듯이 예수님 부활을 주제로 간단한 성극과 부활절 칸타타로 절기를 보냈다. 급작스럽게 많은 예산이 뮤지컬에 투여될까 노심초사했던 교회 재정부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초기 인류는 먼저 몸짓언어를 사용했다. 몸짓언어는 사람들 사이를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는 기초적이고 간결한 수단이다. 경고하거나 상대방을 부르기 위해 손이나 몸으로 일정한 기호를 전달하는 게 몸짓언어이다.

단순한 표시였던 몸짓언어는 점차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게 되고 미묘한 감정을 정교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몸짓언어는 점차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시작하고 드디어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열었다. 그중의 하나가 무용이고, 또 다른 하나가 연극으로부터 뒤늦게 파생된 마임이다.

근대의 예술은 자신의 고유영역을 확립하느라 주변의 장르들과 부단히 비교하며 경쟁을 해왔다. 서로 비슷한 재현방식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 삼으면서 마찰과 충돌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더욱 확보해왔다. 각각의 장르들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 줄 방법들을 최대한 발전시켰다.

이러한 차별적인 노력은 세대가 지나면서 아름다움을 해독하는데 복잡한 이론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점차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순수예술추구라는 허울 좋은 이름 뒤로 숨어버려 소수만이 향유하는 소위 특별 또는 고급 예술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르와 장르 사이에 공생을 위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대중성의 확보를 위해 상업적 테크닉을 활용하여 탄생한 장르가 뮤지컬이다. 이런 의미에서 뮤지컬은 기획과 자본의 후광을 지고 탄생한 현대적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은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연기와 의상 그리고 매체를 이용한 홍보를 위해 기존 장르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작업이다.

그러나 교회는 무대장치와 음향시설 그리고 인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현재 교회의 장비와 인력을 잘 활용한다면 적은 예산으로 뮤지컬을 얼마든지 무대에 올릴 수 있다. 따라서 교회 프로그램으로서 뮤지컬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적인 면(콘텐츠)이다.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산출해내고 그것을 교회 시설과 결합하여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느냐 하는 기획이 관건이다.

물론 교회는 비전문적인 인력들이 많다. 그러나 전문적인 인력 역시 숨어있다. 교회 성도로만 인력을 구성할 것이 아니라, 교회 성도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면 된다.

그들을 교회 안으로 들이는 선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이 전문인이거나 비전문가이거나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이다. 함께 목표의식을 갖고 그것에 집중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Precess)’의 의미가 크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강원한국학연구원, 
예술과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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