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신천지 추종자들로 인해 코로나19 사태가 지역 감염이라는 새로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 더구나 집단 감염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하려는 신천지 추종자들의 작태는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신천지 추종자들의 종교집단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맹목적인 복종 그리고 비판자에 대한 폭력적인 배타성 등은 전형적인 종교중독(religious addiction) 현상이다. 이처럼 종교중독에 빠진 이들의 몰상식한 행위와 반사회적 태도의 결과로 한국사회는 감염병 위기경고 “심각”의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종교중독의 문제는 신천지와 같은 특정한 사이비 종교집단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집회 불허방침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정치 집회를 멈추지 않는 전광훈 추종자들에게서도 종교중독 현상은 발견된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찰스 킴볼(Charles Kimball)은 자신의 저서 『종교가 사악해질 때』(When religion becomes evil)에서 종교가 타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징후를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의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 “성전 선포”로 정리하였다. 킴볼의 연구는 극단적인 폭력성을 표출하고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분석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가 제시한 종교 타락의 다섯 가지 징후들은 극단적인 기독교 근본주의(christian fundamentalism)의 특징과 거의 일치한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사회와의 분리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려 할 때 신천지와 같이 분리주의적 강박관념을 자극하고 그 반대로 사회적 영역을 장악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려 할 때 전광훈과 같이 극우적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기독교 파시즘(christofascism)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의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하나님의 형벌이라 주장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에게도 발견된다. 14세기에 흑사병으로 유럽 사회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독일 사람들은 “로마의 닥터 쉬라벨”(Doktor Schnabel von Rom)이라는 존재가 흑사병을 몰고 다닌다고 믿었다. 독일 킬 대학 교수였던 빌프리트 뢰리히(Wilfried Röhrich)는 자신의 저서 『종교 근본주의와 종교분쟁』(Die Macht der Religionen)에서 기독교 근본주의가 근대화와 세속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서 발생하였다고 분석하였다. 중세의 사람들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등과 같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외상적 사건(traumatic event)에 대해 신화적 방식으로 이해하였는데, 코로나19 사태를 하나님의 형벌이나 징벌로 이해하는 방식은 이러한 전근대적 세계관에 기반한 설명과 비교해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무분별한 설교들과 신천지 그리고 전광훈 사태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종교중독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과거 회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기독교 근본주의와 종교중독에 대한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같은 과거 회귀적 사고방식은 기독교의 타락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지금 우리가 전향적인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타락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박성철 목사
경희대학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