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평범한 정보사회를 넘어 정보과잉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이메일을 열어보면 읽지 않은 메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밤사이에 올라온 포스트들이 우리의 하트를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에도 새로운 영상이 끊임없이 업로드된다.
이처럼 모든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 속에서 통찰력 있는 지식인들은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큐레이션’이 무수히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의 마이클 바스카가 쓴 ‘큐레이션’은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마이클 바스카의 ‘큐레이션’은 전체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부는 ‘왜 덜어내야 하는가’, 제2부는 ‘어떻게 덜어낼 것인가’, 제3부는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라는 제목이 각각 달려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큐레이션’이란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 큐라레(curare)에서 비롯되었고 이 단어가 목회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보살피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큐라레(curare)에서 유래했다. ‘보살피다’, ‘돌보다’는 뜻 외에도 이 단어에는 정치적인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역사적으로 사회 기반 시살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를 두고 큐레이터라고 칭했다.
이외에 목사가 신도를 “영적으로 큐레이션한한다”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는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서는 라틴어 본래 뜻인 ‘보살피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그 시작부터 큐레이터는 일반 대중의 세계와 그 밖을 연결해주는, 목사나 관료 정도의 의미를 지닌 단어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결국 큐레이터는 많은 지식을 갖춘, 어려운 분야에 통달한 인물을 의미했다.” (91쪽)
필자는 저자가 ‘큐레이션’의 어원을 목회와 연결시키는 것을 보고, 어찌 보면 목사야말로 영혼의 큐레이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가 영혼의 큐레이터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목사는 자신에게 맡겨진 성도를 진리로 잘 보살피는 영혼의 큐레이터다. 라틴어 큐라레가 보살핌과 돌봄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일차적으로 목사는 항상 성도의 영혼과 삶을 돌아보아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목사가 영혼의 큐레이터인 이유는 목사가 설교를 통해 성경을 큐레이션하여 진리를 간결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목사는 성경에서 오늘 이 시대에 성도들에게 가장 적합한 말씀을 큐레이션하고, 그것이 성도들의 귀에 들릴 수 있도록 소통가능한 설교문을 준비해야 한다. 목사가 스스로를 영혼의 큐레이터라는 정체성으로 인식할 때 그의 목회와 설교에서 생명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정보과잉시대에 큐레이터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것처럼, 목사는 교회에서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도 영혼의 큐레이터로서의 중임을 감당해야 한다. 목사가 이 사회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굿뉴스(복음)를 선포할 때 이 시대의 소명자로서 자신의 사명을 감당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이클 바스카의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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