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이리미디어 이종은 감독 "다큐멘터리의 순례길, 묵묵히 순종하며 걸어가다"
[인터뷰] 제이리미디어 이종은 감독 "다큐멘터리의 순례길, 묵묵히 순종하며 걸어가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2.2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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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할매’로 많은 영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이종은 감독. 이 감독은 오는 3월 새로운 다큐멘터리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로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50대 시각장애인 여성과 10대 대안학교 청소년의 만남으로 시작된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그 여정과 이종은 감독의 개인 이야기를 함께 들어봤다._________대담자 김성해 기자

2019년 2월 ‘시인할매’가 상영됐다. 제작사 첫 영화인데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는지?

‘시인할매’ 속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2016년도였다. 당시 할머니들이 시를 너무 잘 쓰셨기에 ‘정말 이 분들이 쓴 게 맞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 글자를 처음 익힌 할머니들이 시로 드러나는 글귀가 훌륭하다보니 나중에는 ‘이건 선생님의 힘’이라는 생각을 또 했고, 어떤 선생님인지 궁금했다.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마을 도서관을 관리하시는 김선자 관장님이셨는데, 알고 보니 이 분이 목회자의 사모님이셨고, 지자체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아닌 순수 자비량으로 할머니들에게 한글과 시를 가르치셨더라. 이런 상황을 영상으로 담고 싶어서 촬영을 하게 됐다.

처음 ‘시인할매’를 제작할 때는 영화가 아닌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려고 했다. 그래서 100분 영상을 50분 분량으로 편집해서 주변 지인에게 선보였는데, 정작 지인들은 출연자들의 감정이라든지, 내용 등을 100분 분량의 영상이 더욱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훨씬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018년 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을 했고, 큰 기대를 안했는데 여러 다큐 영화제에 초대를 받으면서 영화제 전석 매진이란 기록을 세웠고, 이러한 현상 속에서 배급사들의 도움을 통해 지난 2019년 2월 영화를 개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의 시작과 모든 과정, 결과까지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우리가 의도해서 할머니들의 소식을 찾고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시작 과정부터 전체가 하나님의 이끌림으로 온 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영화감독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 시간을 빼먹고 영화 한 편을 몰래 보러갔다. 주윤발과 종초홍 등이 나오는 ‘가을날의 동화’란 홍콩 멜로 영화였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였는데, 작품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

그리고 꿈을 위해 대학에 진입함과 동시에 영화 동아리에 가입했다. 많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꿈을 키웠지만, 현실 장벽이 너무 크다 보니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90년대 당시 영화 진입은 쉽지 않았고, 영화계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처우 문제로 시달렸던 때였다.

‘영화 스태프의 연봉이 100만원’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꿈도 좋지만 생계 문제도 걸렸기에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금융회사에서 1년 반 정도 근무를 했다. 하지만 도저히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방송 쪽으로 근무를 했다. MBC 방송국에서 FD로 시작해서 경제 채널과 기독교 채널, 케이블 등 다양한 방송국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환경에서 작업을 했다. 오랜 시간 방송 쪽 길을 걸어왔고, ‘시인할매’가 영화화되면서 사람들이 저를 영화감독이라고 불러주시더라.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계속 내제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학교를 통해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그저 ‘선데이 크리스천’ 수준이었다. 청년의 때까지 그 신앙이 이어졌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지구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봉사로 섬기면서 신앙적 성숙이 일어났고, 이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따스한 이야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었다.

또 예수님께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약자였다. 예수님께서는 강한 자들, 돈 있는 자들, 권력자들과 만나서 그들과 함께 앞날을 도모하신 것이 아니었다. 가장 낮은 자들, 약한 자들, 소외받은 자들, 위로가 필요한 자들을 만나고 다니셨다.

우리 영화 속에서도 약자들이 주인공이 된다. 젊은 시절 결혼과 노동으로 인해 교육에서 소외당하면서 글을 몰랐던 할머니들,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 제도권 교육이 아닌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미성년자 등.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가장 낮은 곳에 있었지만, 약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도전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계기들이 모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발현된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을 것 같은데, 다큐멘터리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대학생 때 동아리에서 촬영한 작품들 대부분이 다큐멘터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도 초반에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주로 찍은 영상들이 집회 현장을 찍었더라. 그리고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학우들에게 다시 상영해주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PC 프로그램이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던 시절이라 직접 우리가 비디오 데크 장비와 텔레비전을 들고 학생회관, 단과대 등을 방문하며 영상을 틀고, 집회 현장에서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상영하면서 제작과 배급의 과정을 다 겪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을 돌이켜보니 모든 과정이 다큐멘터리였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진실된 이야기를 나의 눈으로 보고,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한 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이 부분에서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처음부터 계속 다큐멘터리 분야를 지향했다. 여러 방송국에서 다양한 장르를 많이 접해봤지만 다큐멘터리에 대한 설렘은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생각하게 된 것은 1995년도에 개봉된 변영주 감독님의 ‘낮은 목소리’가 세상의 주목을 받는 모습을 통해서였다. 그 때 처음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도 상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지 다큐멘터리는 인간극장과 같은 휴먼 다큐멘터리 위주의 TV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용기 있게 다룬 다큐 영화 ‘낮은 목소리’가 있었고, 그 뒤를 이어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의 작품들의 흥행과 오스카 후보에도 오르는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의 이름을 보면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지고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됐다.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스틸컷. 제이리미디어 제공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스틸컷. 제이리미디어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를 촬영하게 된 과정을 말해달라.

이전에 개봉한 영화 ‘시인할매’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즈음 옛날 영화 중 하나인 ‘여인의 향기’를 보게 됐다. 알 파치노와 크리스 오도넬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품인데, 시력을 잃은 퇴역 장교와 그를 돕는 학생 한 명이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는데 저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떨까, 그 장면을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또 피디님과 함께 오래 전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여정을 촬영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본 뒤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르고자 하는 장애인들이 없을까, 장애를 가진 분들도 순례길에 많이 오르고, 다양한 이들이 산티아고를 방문한다고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함께 일하는 피디님을 통해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어 하는 50대 시각장애인 여성 ‘재한’씨를 만나게 됐다. 처음 재한 씨의 상황을 들었을 때는 걱정이 됐다. 앞이 안보이는데 여성이라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재한 씨는 굉장히 밝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특히 일반인들이 보면서도 잘 못추는 플라멩코를 10여 년 동안 배웠다는 부분이 제일 놀라웠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재한 씨의 꿈이 플라멩코를 스페인에서 선보이는 것이었다. 의지가 확고한 재한 씨를 만나면서 영화 촬영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재한 씨와 함께 순례길을 동행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에 새로운 문제였다. 원래 재한 씨의 친언니가 동행하기로 했지만, 30일이라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모색해야 했다. ‘촬영의 꿈이 접히는 건가’하고 좌절하던 차에 대안학교에 다니는 ‘다희’ 학생을 만나게 됐다.

당시 다희 학생이 다니던 대안학교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교과,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활동을 권장하는 학교였다. 덕분에 다희 학생과 함께 순례길 여정을 떠날 수 있었고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를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다음으로 생각하는 작품이 있는지?

방향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선교사들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싶다.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서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땀흘리며 애쓰는 모습, 선교사들의 애환과 인생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

또 음악 다큐도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해외에는 많은 형태로 뮤지션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많다. 국내에도 훌륭한 뮤지션들이 있는데, 마땅한 작품이 아직 없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관심이 많지만 아직 다른 작품을 찍어야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다음 작품을 주시는 것 같다. ‘시인할매’도 그러했고, 이번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도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그렇기에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해볼까’라는 계획보다는 ‘우리들의 다음 이야기도 하나님께서 골라주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볼 일만 남았다. 기도제목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어떻게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영광이 되는지를 모르니 주님께서 인도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재한 씨가 ‘예수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다. 잘했다고 칭찬하실 것 같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 ‘감독이 일부러 기독교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 한마디로 정리를 해주시는구나’ 싶었다.

재한 씨는 그렇게 칭찬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나는 예수님께서 잘했다고 칭찬하는 목소리로 들렸다. 그 여정 자체와 고백 자체가 우리에게 흔히 말하는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는 고백이라고 생각을 했다.

또 올해 봄이 되면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개봉을 한다.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함께 좋은 영화를 보고,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국내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보면 나와 이웃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또 섬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기 때문에 그리스도 예수의 관점에서 보고 나누는 것도 하나의 선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교제와 치유의 시간들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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