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 풀러와 해비타트운동
[84호] 풀러와 해비타트운동
  • 이창연 주필 장로
  • 승인 2020.02.1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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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사망을 낳는다’는 사실을
일찍 깨우쳤으면 좋겠다."

요즈음 ‘코로나바이러스’가 공포다. 거기에 못지않는 부동산정책 때문에 청년층과 무주택자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집이 있는 사람들, 누구나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린다. 즉, 내 집 마련이라는 소망은 아파트 구입으로 충족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아파트에 대한 욕구, 더 나아가 자산증식의 욕망으로 변한다.
문학평론가 K씨는 1980년대 유명잡지 ‘샘이 깊은 물’에 ‘두꺼운 삶과 얇은 삶’이라는 에세이를 게재한 바 있다. 그는 글에서 강남의 개발붐과 투기 열풍이 가져온 ‘아파트병’에 대해서 언급했다. 기억에 따르면, 서울 반포주공아파트에 거주하던 K씨가 관찰한 바 ‘아파트 병’의 치유법은 간단했다. 적당한 시기에 그때의 시세에 따라 살던 아파트를 팔면, 그 돈으로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갈 수 있었다. 매도, 매수의 시간차를 활용한 차익의 극대화, 그리고 편법을 동원한 신규아파트의 분양권 취득이 핵심이었다.
흥미롭게도 평론가 K씨가 이 에세이를 썼던 바로 그 시점에, 재무부에 근무하던 또 다른 K씨는 부총리의 지시로 경제기획원과 협력 하에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상품의 가격은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는 반면 부동산의 가격은 ‘점’에서 ‘면’으로 번져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K씨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결국 ‘아파트병’ 치유법이란 아파트가격의 상승세가 ‘점’에서 ‘면’으로 번지는 시점을 간파 할 줄 아는 동물적 감각의 소유자들이 향유하는 자산증식의 방법론이었다. 두 K씨와 같은 변수가 능력주의 주요 지표로 학력, 학벌 바로 옆에 ‘동물적 감각’이 등재되는 경우를 낳은 것이다. ‘동물적 감각’이 자산증식의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집, 큰집을 가지고 있어도 하나님께 갈 때는 다두고 가야한다. 뭘 그리 욕심을 부리는지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특히 상류층과 강남좌파(?)가 더 심한 것 같다. 이들과 정반대되는 삶을 산 사람이 있다.
1980년대 미국 앨라바마 대 로스쿨 학생 밀러드 풀러가 친구와 함께 유통회사를 차렸다. 요리책과 캔디 따위를 파는 것이었지만 당시로선 생각할 수 없던 우편판매방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풀러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랐던 그에겐 오로지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29세 되던 해 그는 백만장자가 되어 있었다. 풀러는 돈 버는 재미에 빠져 휴일도 잊고 살았다. 그럴수록 아내와 멀어져 살았다. 한창 재롱을 부리는 아이들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결혼 5년 만에 아내는 “돈만 추구하는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며 별거를 요구했다. 그는 미친 듯 집착했던 몇 년을 되돌아보았다. 1965년 그는 살 집만 남기고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지인 풀러는 애틀랜타 인근 기독교공동체 코이노니아 농장을 찾았다. 거기서 땅은 있어도 돈이 없어 집을 짓지 못하는 농장 사람들을 보고서 ‘협동주택’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두가 돈을 갹출하고 품앗이를 해 집을 지으면 집을 얻은 사람이 무이자로 장기간 조금씩 갚는 방식이었다. 1972년 농장 안에 ‘뜻을 함께’ 라는 27가구마을이 생겼다.‘거주지’ ‘보금자리’라는 뜻의 해비타트(Habitat)운동이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풀러 부부는 아프리카 자이르,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건너가 이 아이디어를 시험했다. 주민들은 쇠똥으로 지은 집에서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부는 2005년 건축비를 갚아나갈 능력 있는 주민을 골라 집짓기운동을 벌여 성공을 거두었다. 부부는 1975년 귀국해 국제해비타트 운동의 깃발을 올렸다. 그 깃발아래 세계 어디에선가 20분마다 한 채씩 집이 서게 되었다. 100여 개국이 참가해 지금까지 100만 채 가량이 된다고 한다. 해비타트는 1992년 한국에 상륙해 2001년 이 운동의 열성멤버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방한해 무주택자를 위한 집을 짓는 행사를 벌여 전국에 수천 채를 짓거나 무너져가는 낡은 주택을 고쳐주었다. 해비타트 창시자 풀러는 세상을 떴지만 그는 현대적 박애정신의 한 상징으로 남았다. 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면 도저히 얻지 못했을 이름이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구석구석 살펴보고 ‘유산기부’하고 떠나야겠다는 곳을 찾아보시라. ‘욕심은 사망을 낳는다’는 사실을 일찍 깨우쳤으면 좋겠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NCCK 감사

CBS방송국 전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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