꺠어있는 사람들의 친구, 커피② 자신을 태운 향기
꺠어있는 사람들의 친구, 커피② 자신을 태운 향기
  • 안준호 목사
  • 승인 2020.02.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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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저는 목사가 되어서도 ‘예수’에 대한 확실한 정립을 하지 못했습니다. 설교시간에는 성서와 신학자들이 이야기한 성서적 예수와 신학적 예수를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그 예수를 제 삶의 언어로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커피를 통해서 예수를 더욱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는 맛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향이 좋습니다.

커피 향은 오래 전부터 ‘향수’의 목적으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 특유의 향이 음식의 잡 내를 없애주기도 하고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좋은 커피는 무엇보다도 향이 좋습니다. 커피는 ‘꽃’과 ‘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커피 냄새가 좋다’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커피는 냄새가 아니라 향기라고 말해야 옳습니다.

그런데 커피 향기가 좋은 것에는 놀라운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저는 2010년 커피숍을 시작할 때부터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한 달에 200kg 정도의 커피를 볶으니, 작은 카페치곤 꽤 많은 양의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를 볶으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커피에 대해서 예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로스팅 과정은 다른 말로 ‘수분 날리기’라고 부릅니다. 커피는 수확한 뒤 일정한 가공을 거친 뒤 포장을 거쳐서 로스터들의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 때의 상태를 ‘생두’(Green Bean)라고 부릅니다. 이 때 ‘생두’에는 15~10%정도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생두가 로스터에 들어가서 가열되면 그 때부터 생두 안에 있는 수분이 모두 날아가게 됩니다.

이 때 수분이 빠진 부분에 생두 자신의 몸을 태울 때 생긴 가스가 들어가서 부피가 팽창되게 됩니다. 그리고 생두 안에 있는 ‘수분’이 모두 날아가게 되면, 팝핑 현상이 일어나는데, ‘틱, 틱’ 소리가 나면서 부피가 팽창하게 됩니다. 이 때 자신을 태운 향기가 가스와 함께 원두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향과 맛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1차 팝핑이 잦아들게 되는데, 그 이후에 다시금 2차 팝핑의 시기가 오게 됩니다. 그 때에는 커피 안에 있는 세포내 수분까지 모두 날아갑니다. 이때가 바로 커피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2차 팝핑을 기점으로 배출하게 되는데, 급속냉각을 통해서 커피의 풍미를 더하게 됩니다.

어느 날 커피를 볶는데, 눈물이 핑하니 돌았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말로만 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삶에는 그 어디에도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셨던 희생의 증거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커피는 자기 자신을 태워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향과 맛을 내고 있었습니다.

십자가 처형이 두려운 것은 나무에 달려서 자신의 모든 피와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커피가 그와 같은 ‘수분 날리기’를 통해 생두에서 커피로 거듭난다는 사실이 머리와 입으로만 설교를 하던 저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안도현 씨는 ‘너에게 묻는다’란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저는 커피를 볶고 내릴 때마다 이 시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를 떠올립니다. 예수의 가르침이 생명력을 가진 것은 바로 그가 십자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타인들을 위해서 헌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간디는 헌신이 없는 종교를 경계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기독교의 문제는 십자가, 희생의 상실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로스팅의 모든 과정을 모두 마친 원두는 그라인더를 통해서 더욱 더 곱고 작게 부서진 뒤, 뜨거운 물을 만나게 되면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그 때 뜨거운 물과 향기와 원두 안의 가스와 만나면서 커피의 진한 향이 공간에 퍼지게 됩니다.

아름다운 커피향이 생겨나기 위해서 자신을 비우고 향과 맛으로 채웠던 커피가 있었듯이, 그렇게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자신을 비우고 그 곳에 향과 맛을 가득 채워 온 세상 가득 아름다운 향기를 퍼트렸으면 좋겠습니다. 커피는 자신을 태운 향기입니다.

안준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참포도나무교회 목사 커피마을, 달려라커피 대표마을공작소 대표 가구제작기능사
안준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참포도나무교회 목사, 커피마을, 달려라커피 대표, 마을공작소 대표, 가구제작기능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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