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 절실한 곳, 차별 없이 다가갑니다
도움의 손길 절실한 곳, 차별 없이 다가갑니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2.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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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노숙자 위한 나눔 사역 이어와
인생의 고비 겪은 후 이웃섬김 실천
한국교회, 약자 돕는 일 차별 없어야
매주 금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노숙자 300여 명이 을지로2가에 자리한 굴다리 터널에서 광야에배를 드린다. 김성해 기자
매주 금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노숙자 300여 명이 을지로2가에 자리한 굴다리 터널에서 광야에배를 드린다. 김성해 기자

금요일 오후 3시. 매서운 칼바람이 살을 자르는 듯한 추위를 애써 견디기 위해 가지고 있는 외투와 모자, 목도리, 낡은 장갑 등으로 온 몸을 꽁꽁 싸맨 노숙자들이 하나 둘씩 을지로2가에 자리한 인근 굴다리 터널로 집결한다.

차량이 옆으로 지나다니는 협소한 장소로 모인 300여 명의 노숙자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광야예배’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신촌성결교회 이요한 목사의 인도와 설교로 진행되는 예배에 참석한 노숙자들은 이 목사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며 추위를 이겨낸다. 이 목사의 설교가 끝을 향해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때, 하얀색 트럭 한 대가 터널 근처로 접근한다.

‘한국새생명복지재단’이란 글자가 적힌 트럭에서는 겨울 난방용품과 노숙자들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가 담긴 박스들이 탑재해 있다. 트럭 운전석에서 내린 재단의 송창익 이사장은 몇 명의 노숙자들과 함께 트럭에 있는 박스들을 터널 입구에 쌓기 시작한다.

이윽고 예배가 끝나자 송 이사장은 박스에 있는 난방용품과 먹거리를 노숙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준다. 300명이 넘는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 한 사람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안부를 묻는다. 먹거리를 노숙자 손에 꼭 쥐어주며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는 덕담도 잊지 않는다. 겨울용품과 먹거리를 받기 위한 노숙자의 줄이 약 30분 만에 끝자락을 보인다.

한국새생명복지재단 냉동탑차에서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생필품과 먹거리를 내리고 있다. 김성해 기자
한국새생명복지재단 냉동탑차에서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생필품과 먹거리를 내리고 있다. 김성해 기자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노숙자
광야예배에 참석한 지 6개월이 지난 노숙자 김 씨는 매주 생필품과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송창익 이사장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거리에 있는 노숙자들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매주 금요일마다 이렇게 말씀도 듣고 먹을 것과 방한용품을 손에 쥐어주며 온정을 베풀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송창익 이사장이 노숙자들에게 감사의 대상이 된 것은 그들을 대하는 송 이사장의 태도 덕분이다. 송 이사장은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금요일 오후 3시가 되면 항상 노숙자들을 찾아간다.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노숙자들을 찾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송 이사장은 “1년 365일 내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금요일 노숙자들을 만난다. 그러다보니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느껴진다”며 “지난 추석에 금요일이 껴있었는데, 시골로 내려가지 않고 노숙자들을 찾아간 이후에 고향에 내려가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송창익 이사장이 신촌성결교회의 노숙자 섬김 사역에 동참한 지는 3년이 되어가지만 재단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사역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의 첫 노숙자 사역은 그들에게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노숙 생활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송 이사장은 “처음 노숙자를 돕자고 결심하게 된 것은 어느 단체가 노숙자들에게 식사 한 끼를 제공하는 사역을 보게 된 이후였다. 노숙자들을 살리는 길은 밥 한 끼만 제공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 이후 서울역 노숙자 중 재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 30명을 뽑아 재활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30명의 노숙자들을 교회 기도원으로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키고 새 옷을 갈아입힌 뒤 재활 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송 이사장은 노숙자 30명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심어주고자 해병대 1사단과 협의해 이들에게 4박 5일간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송 이사장의 노숙자 재활을 돕는 사역은 그렇게 시작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한국새생명복지재단 송창익 이사장은 을지로 지하 터널에서 광야예배에 참여하는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온정의 손길을 나눈다. 김성해 기자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한국새생명복지재단 송창익 이사장은 을지로 지하 터널에서 광야예배에 참여하는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온정의 손길을 나눈다. 김성해 기자

차별 없이 돕는 세상 되길
노숙자들의 재활을 돕고 매주 노숙자를 섬기는 사역은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사역의 일부다. 한국새생명복지재단에서는 희귀난치병 환아들을 위한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노숙자와 다문화 가정, 쪽방촌과 저소득층 의료지원 사업, 결식아동 급식비 등 한국사회 약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송 이사장이 남을 돕는 일에 헌신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그에게 닥친 커다란 시련 때문이다. 어린 시절, 소년 가장의 삶을 살아온 송 이사장은 ‘돈과 명예를 얻어 성공하겠다’는 결심 때문에 이를 악물고 사업을 이끌어갔다. 그러다 과로로 인해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고, 재활을 통해 겉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척추 장애 등급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전신 마비의 고비를 넘긴 후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장애를 갖게 되니 어린 시절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힘듦이 생각났다”며 “남은 삶은 다른 이들을 돕는 사명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다짐하게 됐고, 아내의 도움으로 인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나눔을 실천하게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송창익 이사장의 바람은 종교를 떠나 세상 모두가 약자를 돕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이다.

그는 “일부 교회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종교를 따진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방인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펼치셨다”며 “한국교회가 이웃을 돕는 일에 차별 없이 앞장서서 모두가 공종해서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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