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르헨티나 소망교회 원중권 선교사, "한인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왼손사역"
[인터뷰] 아르헨티나 소망교회 원중권 선교사, "한인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왼손사역"
  • 김유수 기자
  • 승인 2020.02.1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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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중권 선교사는 PCK 파송 아르헨티나 선교사로 24년 사역 중, 아르헨티나 소망교회에서 22년을 이민 목회하며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에게 오랜 선교 경험으로 보고 느낀 남미 기독교의 현주소와 이민자 선교에 대한 그의 비전을 물어봤다. 만난사람=상임이사 박진석 목사

 

어떻게 먼 남미 아르헨티나에 선교사로 가게 됐나?

과거 나는 신학대학 때 군종장교 시험에 합격해 15년간 군목으로 사역했다. 소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군에서 푸른 제복을 입고 활동했던 청년 복음화 사역은 매우 보람 있었다.

전역을 앞두고 사역 진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총회 군 선교부를 방문했을 때, 세계 선교부 총무 임순삼 목사를 우연히 만났다. 그때 그분이 초면에 대뜸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선교사를 요청한다는 편지를 내게 줬다. 당시엔 선교사 될 마음이 없었기에 거절했다.

그런데 기도를 하는데 그 편지가 마음에 자꾸 걸렸다. 혹시 이것이 환상 가운데 사도 바울을 마게도냐로 건너가게 해 유럽 선교의 문을 연 것 같은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무엇보다 아내의 동의, 자녀 교육 문제, 선교 후원, 인선, 훈련, 파송, 그리고 언어, 문화 적응 등 많은 문제들이 보였다.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일단 준비하겠지만, 과정에 하나라도 막힘이 있다면 이것은 주의 뜻이 아닌 줄 알고 내려놓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놀랍게도 모든 과정이 하나도 막히지 않아서 1996년 9월 아르헨티나에 선교사로 가게 됐다.

지금 내가 목회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소망교회는 38년 역사의 이민교회로 장년 성도가 300명, 아동, 학생, 청년이 150명 정도 된다.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목회하며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과 아르헨티나의 남미개혁신학교에서 학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현지인 선교 사역으로인 STEPS(Seminario Teologico Pastores Somang)를 하고 있다.

 

선교 사역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실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선교지에 가니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후원교회와 기도해주는 분도 많았지만, 선교사들은 타지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현지인들과 많이 교류하긴 하지만, 그들과 언어와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늘 단절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로움 때문에 더 기도하고 엎드리게 됐다.

하나님과의 관계와 더불어 취미 생활을 갖는 것이 외로움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동료 선교사들, 목회자들과 시간 나는 대로 함께 운동하고 있으며, 미주 목회자 성경 연구원의 목회자들과 모여 함께 성경 공부하며 선교지의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선교환경과 현황은 어떠한가?

아르헨티나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약 30시간 걸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지만, 농업 이민으로 시작한 한인 이민역사는 55년이며, 현재 2만 5천여 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는 30개 한인교회가 있고, 40여 가정의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PCK(예장 통합) 선교사는 여섯 가정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가톨릭 전통의 나라로 개신교가 들어와 뿌리내리기 매우 어려웠다. 1980년대 경제가 어려워지고 본격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과 세속주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고 절대화됐던 가톨릭의 영향력도 급격히 약해졌다. 개신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아르헨티나 경제환경에서 하층민에게 들어가 선교를 시작했다. 특히 60년대부터 남미에 들어오기 시작한 오순절 교회는 새로운 분위기로 개신교의 차별화를 일으켰다. 남미의 정열적인 기질과 개신교의 열정적 신앙이 만나니 놀라운 은사 운동이 일어났다.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 성도들의 노력으로 브라질, 칠레, 페루, 볼리비아, 과테말라, 파라과이 등 중남미에 기독교 인구가 많아졌다. 11년 전 아르헨티나의 개신교 인구는 7-8%에 불과했는데 최근 발표에 따르면 15.3%가 되었다. 거의 두 배가 된 것이다. 여기엔 분명 한국 이민 교회와 한국 선교사들의 역할도 있었다고 본다. 발표를 접하고 여기에 나도 한몫을 담당했다는 마음에 이곳에 와서 사역하는 보람을 갖게 됐다.

예수님이 성육신하셨듯 이민목회 선교사들도 이민자가 돼야 한다. 선교사에겐 선교사라는 정체성도 있어야 하지만, 더 깊은 곳에 있어야 할 것은 이민 목회자라는 정체성이다.

현지에서 집중하고 있는 사역이 있다면?

먼저 한인 이민자 사역이 주 사역이다. 이민자들은 많은 삶이 애환을 갖고 있다. 이민자 사역은 한인 이민자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며, 이들에게 하늘의 소망을 갖고 이민 생활의 소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선교적 소원을 갖게 해서 현지인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하는 것이 사역의 중점이다.

다음은 현지인 사역이다. 아르헨티나에는 노벨상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도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교육열이 낮고 교육 격차와 빈부차가 극심하다. 부패한 정치 상황에서 하층민들은 경제적, 종교적,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이용만 당한다. 개신교 교회는 그 하층민들에게 파고들어 갔다. 아르헨티나 개신교 인구가 15.3%라고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하층민이다. 이제는 중산층으로 상승해야 하는데,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교회개척도 하고 현지인 목사 후원 사역 등을 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사역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러다 목회자 신학교육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선 목사가 되기 위해 대학교, 대학원 등의 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그곳에선 정식 과정 없이도 목사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아르헨티나 현지인 목회자들의 7, 80%가 이중직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위해 건축일, 택시 운전과 일용직 노동을 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 수준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중 집회가 발달한 남미 개신교 환경에서 온갖 집회를 여는 이단들이 득세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구원파가 들어와 개신교의 이름으로 활동하지만, 현지인들은 분별력 없이 한국 개신교에서 와서 집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참여하는 현상을 보고 있다.

그래서 교회에 ‘STEPS(Seminario Teologico Pastores Somang)’라는 현지인 목회자 신학 훈련을 위한 훈련원을 만들어 현지인 목회자들을 모아서 신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에서 현지인 목회자들은 1년에 세 차례씩 4년 과정으로, 12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과정에선 현지에 맞는 교육과 소통을 위해 아르헨티나 현지 교수들이 강의한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목회자들이 놀랍게 변화한다. 지난 16년 동안 이렇게 해 온 결과 전국에 약 백여 명의 현지 목회자들이 훈련을 받았고,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목회하고 있다. 이렇게 앞으로 현지 목회자 훈련을 통해 아르헨티나 교회를 건실하게 키워나가려 하고 있다.

또한 지금 미주 목성연(목회자 성경 연구원) 중현본(중남미 현지인 말씀 사역 본부)의 책임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 페루, 과테말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인 선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현본은 현지에서 스페인어 교재 번역, 출판하고, 이를 통해 목회자를 훈련하여 중남미의 여러 나라의 현지인 목회자 사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인교회와 한인 디아스포라는 현지 선교환경에서 어떤 선교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나?

선교신학자 아서 글라스(Arthur Glasser) 박사는 디아스포라를 하나님의 왼손 사역이라고 했다. 하나님은 바빌론 유배 때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사람들을 오른손 사역으로, 디아스포라로 남았던 사람들은 왼손 사역으로 썼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다소 출신인 것은 하나님의 왼손 사역의 결과이며, 그의 사역에 있어서도 흩어진 유대인 회당들이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니 사도 바울의 사역도 왼손 사역의 결과였다.

나는 한인 디아스포라가 대단한 선교자원이라고 생각한다. 180여 국에 700만 한인들이 있어 세계 곳곳에 한국 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한인 디아스포라는 선교사들보다 먼저 곳곳에 들어가 삶의 터전을 이룬 사람들이며, 이들은 먼저 교회를 먼저 세우고 선교사를 초청하기도 했다. 디아스포라 교회들이 작지만, 한국적인 교회 문화를 갖고 예배, 심방, 새벽 기도회 등을 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세계 문명 속에 외로이 서 있는 돌 감람나무와 같다. 당장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 같지만, 이민자들은 사랑, 위로가 필요할 때 교회에서 위로를 받는다. 마치 소외된 삭개오가 돌 감람나무에 올라가 예수님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한인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이제 이민자 2세들이 현지에서 전문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미국처럼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에서도 이민자 2세들이 사회 주류가 돼 영향력을 끼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그들은 한국 사람인 동시에 그 땅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이중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현지 언어에 완벽하고 문화도 익숙한데 김치도 먹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선교자원이다. 예를 들어 이민자 1.5세, 2세 청년들을 훈련시켜 현장으로 단기선교를 나가면 현지인들과 똑같이 말하고 복음을 전한다. 다만 이민자 2세들을 전문적으로 양육할 2세 사역자들이 부족한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선교를 위해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기도 제목을 전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나와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와 이민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해외 한인교회가 징검다리가 될 뿐 아니라 선교의 최전선에 배치된 교회로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 기도하고 교단 간의 좋은 협력 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선교의 공동 전략을 나누길 기도한다.

사실 디아스포라 교회의 가장 큰 약점은 교단 정체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단은 방패막이가 되어 이단으로부터 보호막이 된다. 한국교회가 외국 교단들과는 동역 관계도 중요하지만, 해외 한인장로회(KPCA)와 더 깊은 관계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PCA의 경우 유럽, 호주, 남미 등에 22개 노회가 있다. 이러한 조직을 통해 PCK 선교사들이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과 협력한다면 총회적 차원에서 디아스포라 한인 이민교회를 잘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다. 2016년 1월 한국 총회(총회장 채영남 목사)와 KPCA(총회장 김종훈 목사) 간에 선교 협약을 맺어 중남미 한인 이민목회 선교사에게 2중 멤버십을 부분적으로 허락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앞으로 발전적으로 좋은 동역 관계를 형성해 나갔으면 좋겠다.

후배 이민목회 선교사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은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지라는 것이다. 내가 이민목회를 22년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자의 정체성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예수님이 성육신하셨듯 이민목회 선교사들도 이민자가 돼야 한다. 선교사에겐 선교사라는 정체성도 있어야 하지만, 더 깊은 곳에 있어야 할 것은 이민 목회자라는 정체성이다.

아르헨티나 사회가 정제, 정치적, 치안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민 사회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사역하고 있는 소망교회를 비롯한 모든 한인교회들이 흔들리지 않고 더욱 든든히 서서 교민들에게 힘과 소망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에 기도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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