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회복과 예술목회
축제의 회복과 예술목회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3.3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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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나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후략)”

이 노래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한 북한의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인 현송월이 부른 “백두와 한나는 하나입니다”라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그 노래의 본래 가사에는 위의 노랫말에 나오는 ‘독도’라는 표현이 없다. 그런데 현송월은 즉흥적으로 ‘독도’라는 말을 넣어, 마치 일제 강점기 때 항일독립운동을 하는 독립군을 연상시키듯 그렇게 노래를 매우 열정적으로 부름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그 노래의 여운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났다. 왜냐하면 그 한마디 노래를 통해 남한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냉소적으로 식어버린 통일의 열망을 ‘독도’로 표상되는 애국심과 절묘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다시 뜨겁게 덥히는데 크게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현송월이 덥혀놓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열망은 당분간 한반도에 식지 않고 타오를 듯하다.

이처럼 얼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데 예술보다 더 좋은 기제는 없다. 함께 노래를 부르다보면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또 설사 오해가 좀 있었다 하더라도 노래를 함께 부르는 중에 오해가 별 것 아닌 아주 작은 하찮은 문제로 축소되곤 한다. 정말로 위대한 예술의 힘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술의 기능은 비단 남북관계나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곧 종교의 영역에서도 일어난다. 사실 현재 한국교회와 세상은 냉전 시대의 남북관계처럼 얼마나 갈등하고 있는가? 최근 몇 년 동안 이런저런 일로 한국 기독교는 한국인들에게 종종 입에 담기도 부담스러운 ‘*독교’로 불리면서 거의 혐오의 대상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 갈등과 간격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예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은 교회와 세상 사이의 거리를 안전하게 유지시켜주고, 또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둘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또 서로를 화해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복음과 세상이 만나는 가장 안전한 접촉점이자 치유의 길이다. 누가 아름다운 예술에 돌을 던지겠는가?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의 한 교회와 사찰에서 공동으로 종교평화예술제가 열렸다. 그 행사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기독교와 불교 사이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독교와 불교의 몇몇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전통적인 종교예술을 함께 향유하였다. 그런데 그 작은 행사는 나비효과가 되어 참여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결국에는 수 천 명이 넘는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고 불교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한국종교개혁선언’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정말로 위대한 예술의 힘이다.

이번 주일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자타가 인정하는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이요 온 마을이 함께 즐기는 축제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부활절은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그 축제성을 잃어버린 채 교회 내의 아주 작은 행사 정도로 축소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주지하듯이 명절은 신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날이요 또 모든 예술이 총 동원되어 어우러지는 난장과 같은 예술의 향연이다. 그리고 명절은 예술을 통해 원수처럼 서로 어색했던 이웃들이 화해하고, 또 낯선 사람들이 환대받고 또 친구가 되는 날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예술목회를 통해 부활절 같은 명절의 축제성을 속히 회복함으로써, 세상과 화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의 참 기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전해야 할 것이다.

 

 

 

손원영 교수
손원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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