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속에 ‘외국인교회’를 세우다
경주 속에 ‘외국인교회’를 세우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02.14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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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교회모델] 경주 세움교회(최정희 목사)
세움교회는 매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현지 음식으로 교회오는 외국인들을 환영한다. 맨 오른쪽이 최정희 목사. 교회 제공

스스로 예배하고 나눔 하는

외국인들에 의한 교회로 성장

‘주는 목회’ 아닌 ‘친구 목회’

돌아가서도 사역자로 섬기도록

평신도 모델 구축하는 것이 소망

경주에 가면 꼭 한번은 찾게 되는 성동시장 근처에 외국인들을 위한 교회가 있다. 최정희 목사가 담임하는 세움교회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교회 같지만 주일만 되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예배를 드리는 특별한 교회다. 교회에 따로 외국인 사역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움교회 외국인 성도들은 스스로 예배하고, 나눔하고, 그리고 신앙생활을 이어 나간다.

세움교회 성도 60여 명 중 40여 명이 외국인이다. 잠깐 경주에 일하러 오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경주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 소문이 나, 누군가 떠나도 또다시 동료의 얘기를 듣고 세움교회를 찾곤 한다.

잠시 인도네시아에서 목회를 했던 최 목사의 사명으로 세워진 세움교회는 여느 외국인교회와 많이 다르다. 대형교회야 어떤 형태로든지 외국인교회로 존립이 가능하지만 작은 교회이면서도 외국인을 위한, 외국에 의한 교회를 세워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최 목사가 외국인 교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신학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마음에 ‘외국인 사역’을 위한 사명이 있어서다. 일반대학에서 CCC활동을 통해 신앙을 가진 그는 30대 초반에서 신학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사역을 시작해 목사 안수를 받고 막연하게 터키를 마음에 품고 기도했다.

하지만 그가 간 곳은 인도네시아였다. 2002년, 그가 37살이던 해 인도네시아에서 목회를 시작한 그는 모든 것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서울 신림교회에서 사역을 2년 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에 있던 ‘외국인을 위한 사역’에 대한 갈망은 그를 다시 경주로 불렀다. 경주가 고향이었던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신학을 했던 목적이 외국인 사역”이라며 한사코 경주로 내려왔다.

처음엔 교회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보다 외국인을 위한 사역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외국인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계획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외국인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자 했다. 외국인을 만나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교회를 빌려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어려운 일을 상담해줬다. 그러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당시 일하러 경주에 온 외국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회사를 옮길 때 거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은 방을 얻어 그곳에서 외국인들을 잠시 머물게 했다. 만난 외국인들 중에 크리스천이 있어 예배를 시작한 것이 세움교회가 되어 벌써 12년이나 됐다.

“전혀 계획한 것도 없고,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이 없다. 하나님께서 하셨다.”

최 목사의 고백은 진심이었다. 세움교회를 시작하고 6번이나 교회가 이사를 했지만 한 번도 최 목사가 교회당을 구하러 다닌 적이 없다.

현재 교회당으로 오기 전, 이 교회당이 보이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성도 수가 늘면서 더 큰 예배당이 필요했던 성도들은 건너편에 보이는 현재의 예배 장소를 보며 “저 정도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이곳은 텅 빈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회사가 사무실로 사용하고자 다 꾸며놓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 세움교회에 넘어왔다. 그 사이에 이미 세움교회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번 했었다.

최 목사가 외국인들을 만나는 곳은 고용센터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자주 오는 가게를 찾아가기도 한다. 요즘엔 외국인 친구들이 최 목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온다. 병원에 가거나 행정적인 일을 보고자 할 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최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최 목사가 외국인 사역을 하면서 철저하게 지키는 것은 ‘후원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역을 시작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할지언정 구걸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첫 마음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님께서 필요에 따라 먹이시고 채우셨다”고 말했다.

“사역 초창기에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병원비도 대줬다. 의료보험이 안되는 친구들은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 그때도 하나님께서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셔서 채워주셨다. 그런데 그렇게 베푼다고 베풀었는데도 사람이 성장하지 않는 것을 보고 사역의 방향을 바꿨다. 오히려 돈을 적게 써도 그들의 친구가 되면 그들은 성장한다.”

그래서 세움교회는 예배 리더부터 점심 식사, 청소와 설거지까지 외국인 성도들이 스스로 하게 했다. 교회 행사도 성도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기도회도 진행한다. 재정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교회의 중심으로 선 것이다. 다만 말씀 전하는 것만 최 목사가 담당한다.

최 목사가 외국인 성도들에게 요청한 것은 단 한 가지다. 매주 현지 음식을 만들라는 것.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한국 음식이다, 한국인교회를 가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 음식, 김치를 먹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우리교회 성도들에게 필리핀, 인도네시아 현지 음식을 매주 만들라고 했다. 이 봉사는 하라고 했다. 하나님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선교를 위해 하라고 했다. 대신 음식을 만드는 비용은 교회에서 지불한다.”

외국인들 스스로가 예배하고, 나눔하는 세움교회의 최정희 목사와 교회 성도들. 교회 제공

세움교회는 식사 당번도, 설거지 당번도 없다. 최 목사가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시켜본 적도 없다. 예배 인도와 찬양까지 성도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리고, 같이 식사하고, 정리까지 하고 가는 것이다.

최 목사는 외국인 사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아직 공동체가 형성되기 전 그들을 만나야 된다”며 “만약 한국에 와서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세트가 되버리면 그들도 한국사회에 융화되기가 힘들고 한국에 사는 것도, 우리가 그들을 만나는 것도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세움교회처럼 외국인들 스스로 교회를 세워가는 것도 좋지만 최 목사는 “교회 공동체에 한 두명의 외국인들을 품고 함께 예배하는 것도 좋겠다. 물론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지속한다면 서로 융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주의 교회 몇 군데서 이런 사역을 하고 있다.

“여기 왔던 형제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끈 떨어진 연이 된다. 그런데 재작년부터는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하게 되면서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 내 꿈은 한국에 있는 교회들과 본국으로 돌아간 형제들의 현지교회가 같이 연결되어 신앙생활을 이어 나가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함께 품고 나눴던 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본국에서 평신도 사역자로 그들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와 현지교회, 그리고 현지 선교사들이 서로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최 목사와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한 외국인은 본국에서 자신의 땅에 교회를 개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 목사가 지금까지 외국인 사역을 하게 된 것은 “하나님이 책임져주시겠다고 하셔서 그것 때문에 사역을 시작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에 바라는 것은 외국인이 교회에 오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것을 주려고만 하지 말고 친구가 되어주면 된다. 같이 밥 먹고,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면서 ‘당신에게 관심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외국인에게 뭔가 많이 해줘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오히려 무슬림들이 이것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난민비자로 국적을 취득하고자 하는데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들이 ‘자신이 크리스천이었는데 테러를 당했다’는 가짜들이 있다. 교회가 신앙으로 이들을 보듬으면서 친구가 되어 준다면 얼마든지 외국인도 함께 예배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안에 자신들만의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리는 세움교회 성도들. 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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