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사람들의 친구, 커피① 커피 한잔으로 예수를 만날 수 있을까?
깨어있는 사람들의 친구, 커피① 커피 한잔으로 예수를 만날 수 있을까?
  • 안준호 목사
  • 승인 2020.02.0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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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쉰 한 살이 되었습니다. 저는 직업이 세 개나 됩니다. 목사이면서 바리스타이고 또 목수입니다. 주일에는 교회에서 다른 목사들과 같이 설교도 하고 성만찬 집례를 하지만, 평일에는 바리스타와 목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는 올 해로 십년 차에 접어듭니다.

‘커피마을’이란 이름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달려라커피’란 이름의 커피트럭을 몰고 전국의 행사장들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길목공소’란 이름의 작은 목공소에서 목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범한 목사님들과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성경말씀을 대하고 읽고 있는데 사십년 정도 성경을 읽다 보니 의아한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신 부분은 그리 궁금하지 않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을 태초의 빛과 함께 하셨던 분으로 고백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죽은 사람을 살리시고 또 보지 못하는 사람을 보게 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걷게 하셨다는 말씀은 그리 이상하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랬나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목사가 되어서 신앙생활을 하고 또한 설교를 하면 할수록 신비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예수를 만난 제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예수를 만났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예수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예수의 강연회를 들으러 온 청중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들은 예수가 자신을 찾아와서 “너는 나를 따르라”라고 말했을 때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를 따랐습니다.

유대관습으로 비추어 볼 때 그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직업과 가정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를 따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이렇게 예수를 무작정 따라나선 제자들의 행보가 무척 신비롭고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합니다. “나는 예수를 따라나설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신앙이란 것은 예수를 따라나서는 것이라고 저는 자주 설교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신앙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예수를 따라나서는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지금도 순례자의 심정으로 목회를 감당하고 있지만, 지금의 심정으로는 “네 주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인생에도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난 것과 같은 운명적인 만남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십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커피라면 ‘커피믹스’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난 ‘핸드드립’ 커피는 미각을 사로잡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커피의 향기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핸드드립 커피 기구를 사서 커피를 볶아서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커피를 친구 삼아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제 목회 인생에 가장 드라마틱한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수와의 만남이 아니라, 커피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통해서 저는 조금씩 예수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서빙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예수의 삶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와 신학교에서는 귀와 머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면 커피를 통해서는 오감을 통해서 조금씩 예수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지금까지도 설교와 강의 그리고 교리교육을 중심으로 예수와의 만남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되어서 목회를 하다 보니, 말하기 보다는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이 생겨나기 전에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눈동자의 흔들림 속에서 출발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실은 설교를 하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는 어쩌면 예수께서 커피로 찾아오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께서 커피숍에서 저를 기다리시고 커피잔 속에 함께 하셔서 저와 함께 해주셨나봅니다.

그렇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를 만난 뒤 그들의 모든 삶이 변했듯이, 저도 커피를 통해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만남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이 생생하고 분명하면서 살아있는 만남입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저를 조금씩 변화시켰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과 제가 커피 한잔을 통해서 만난 예수에 대해서 말하려합니다.

커피 한잔으로 예수를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제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입니다.

안준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참포도나무교회 목사 커피마을, 달려라커피 대표마을공작소 대표 가구제작기능사
안준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참포도나무교회 목사, 커피마을, 달려라커피 대표, 마을공작소 대표, 가구제작기능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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