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중동평화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 제안을 즉각 반대했고, 유엔 및 세계 교계도 우려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했다. 제안의 핵심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들을 인정하고, 나머지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이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압박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이 이 제안을 수용하면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안을 담은 ‘번영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의 18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도 공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은 연일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시위에 강경 진압으로 맞서며,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가운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의 크리스천 손더스 사무총장 대행은 31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현재 충격을 받은 상태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불신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이 오히려 중동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교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제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사무총장 울라프 트비트 목사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와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분열시키는 제안을 했다”고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일방적인 최후통첩이다. 이같이 협상 없는 일방적 통보는 억압의 수단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미국장로교(PCUSA)도 지난 31일 서기장 이름으로 대통령의 중동 계획에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수세대를 살아온 힘없는 공동체 편에 서서 말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땅의 기업을 빼앗겼고 집과 일터가 파괴되어 이스라엘의 군사가 점령한 철권통치 아래에 살고 있다. 성지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장로교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나은 방안을 요구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우리는 이스라엘 땅이 유대인만의 땅이 될 때 결코 그곳에 평화가 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한다”며 “정치인들이 하나님의 ‘정의를 행하라’는 부르심을 유대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