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소박실재론으로 본 한국사회
[데겔칼럼] 소박실재론으로 본 한국사회
  • 박봉수 목사
  • 승인 2020.02.04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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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실재론(素朴實在論)은 자연적 실재론이라고도 하는 철학용어이다. 철학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물질로 되어있는 대상이 주관에 대하여 독립해 있다는 입장으로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물이 존재한다는 상식적인 견해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의 지각은 대상을 정확하게 모사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20세기 중반에 이 소박실재론은 사회심리학자들이 인간의 편견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이론으로 활용되면서 심리학적 용어로 편입되었다. 심리학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소박실재론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믿는 경향성을 말한다.

사회심리학에서 이 소박실재론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이 정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소박실재론적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보는 사실은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야 한다고 믿고, 만약 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들이 관련 사실을 접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사적인 이익이나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해버린다는 것이다.

근자에 한국사회는 진영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진영 간의 갈등은 과거 지역주의로 인한 갈등이나 세대 간의 갈등과는 다른 양상으로 현 정부출범이후 표면화되었다. 한편에서는 소위 ‘문빠’들을 중심으로 한 진영을 이루고 다른 한편에서는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또 다른 진영을 이루어 극단적 대립을 하더니, 다양한 정치적 이슈들을 거치면서 이 진영이 점차 확대되어 이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으로 크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양 진영의 주장이 서로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사라지고, 옳고 그름의 논쟁을 넘어서 선악의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 진영 간의 갈등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박실재론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양 진영의 사람들 모두 자기들은 지금 어떤 왜곡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이슈를 정확히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잘못된 이념이나 과거의 잘못된 적폐의 구습에 눈이 멀어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위 내로남불 즉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고 다른 사람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행태가 난무한다. 자기들이 야당시절 그렇게 적폐라고 성토하던 짓을 버젓이 저지른다. 그리고 자기들이 여당 시절 그렇게 옹호하던 것을 이제 와서 소리 높여 비난한다.

더 큰 문제는 소박실재론자들에게서 ‘나’는 쉽게 ‘우리’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행동이나 말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그것이 누구에게서 나왔느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행동이나 말이 옳고 그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이 했느냐 아니면 다른 편이 했느냐에 따라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근자에 한국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로 이렇다. 자기편에게는 묻지마 지지를 보내고, 상대방에게는 묻지마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은 이런 진영싸움이 선거 과정에서 국민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라는 두 쪽이 나고 말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우리 사회를 이 소박실재론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나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누가 한 말인지 어느 편에서 나온 주장인지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 판단했을 때 이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이 진영 간의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로 소박실재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한국사회를 치유하고 바로 세워가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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