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치료와 목회④ 어린아이들처럼 책을 읽어라
독서치료와 목회④ 어린아이들처럼 책을 읽어라
  • 이영식 목사
  • 승인 2020.01.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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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세 자녀들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있었다.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가 ‘엄마 이제 책 그만 읽어주셔도 돼요’라고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엄마는 피곤한 것도 참아내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중인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본래 책을 싫어하는 아이로 태어나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어떤 실수를 했나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책을 통해 사람들의 성장과 치유를 촉진하는 일을 하다보면 독서에 관해서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독서는 어렵고 고된 일이어서 책을 좋아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취미생활로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 독서모임에 참석했으면서도 ‘나는 책과 담을 쌓았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오랜 공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보다는 반드시 배워야하는 책을 강요받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책을 싫어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어느새 어린아이들과 같은 독서태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위한 독서 모델이다. 이송은 박사는 <2세 영아의 책에 대한 의미탐색>이라는 학위논문에서 아이들이 교사나 부모들과 상호작용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책을 활용하는 지 책에 대한 태도를 섬세하게 관찰한 내용을 소개한다. 즉 처음에는 감각적 대상으로 책을 인지하기 시작해 경험적 지식 탐구 대상으로 발전하며 다음은 관계형성의 매개체로, 정서적 존재로서 자기를 인식하는 매체로, 끝에 가서야 전통적인 학습이나 교육의 매체로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아이들에게 독서하는 방법을 배워보자.

책은 훌륭한 장남감이다(놀이독서). 아기들에게 그림책을 주면 만져보고 물어뜯고 냄새도 맡아보다가 이내 던진다. 그리고 곧 다른 책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아이들의 물리실험(?)이다. 우리 손녀는 두 살 때 그림책을 가지고 놀다가 강력한 침을 발라 카드 크기만큼의 종이를 뜯어 먹어버렸다. 다양한 모양과 재질의 책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아이들의 독서 능력 발달에 매우 좋다.

어른들의 독서에서도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책은 아날로그 매체로서 각자 생김새가 다르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대상이기 때문에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접촉하는 디지털 매체와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책 자체를 예술 활동으로 승화시킨 북아트(book art)기법을 활용하면 자신만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책을 만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필자는 손으로 만든 나만의 책 수 십 권을 소장중이다.

책은 타인과 관계를 엮어주는 끈이다(관계독서). 이송은 박사에 따르면 24개월 무렵 아이들은 책을 양육자와 관계를 맺는 매체로 깨닫기 시작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곧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확인인 셈이다.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교육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은 교사나 부모가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긴 아동일수록 더 많은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서두에 소개한 엄마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치원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가 졸음을 참아가며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면 자신이 엄마를 괴롭히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이와 엄마가 동시에 즐겁고 행복한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 독서를 행복하게 경험한 아이들은 친구들과 관계 형성을 위해 자연스럽게 책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인들의 독서모임 역시 신뢰할만하고 친밀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경청하는 독서공동체의 힘을 매우 크다.

한 사람이 열권의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권의 책을 읽고 수용적인 분위기에서 토론하는 것이 훨씬 강력한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책이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훌륭한 매체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활용하는 셈이다.

책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거울독서). 21개월 정도 아이들은 책을 보면서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어 달님이 구름에 가리면 시무룩해지고 다시 나오면 얼굴이 환해진다. 24개월 이상 되는 아이들은 등장인물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실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교사를 위로해 주는 행동을 한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모습을 살핀다. 엑스레이나 내시경 등 우리 몸의 상태를 점검하는 도구들도 많다. 우리 마음을 살피기 위해서는 타인이라는 거울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거울삼아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나의 처지와 감정과 욕구를 조명하는 것, 거울독서다. 독서치료는 책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관리하는 활동인데 이미 21개월 된 유아들이 실천하고 있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책을 정보를 습득하는 매체나 전문성을 기르는 교육의 매체로 인식하는 것은 어른들이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인 우리가 아이들을 통해서 반드시 배워서 실천해야할 독서가 있다. 책은 훌륭한 장난감이며 관계를 이어주는 아교와 같으며 내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독서 동심 말이다. 어린아이를 불러다 제자들 앞에 세우고 본받을 것을 교훈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이 독서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셈이다.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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