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평화
그리스도의 평화
  • 한국일 교수
  • 승인 2020.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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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산상 수훈 마태복음 5:9절에, 예수님은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말씀하셨다. 평화는 단지 전쟁의 반대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을 보면 얼마나 반 평화적인가?

몇 년 전 시리아 내전으로 1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하였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1500명이 사망하였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갈등은 내전 수준으로 발생하기 직전까지 갔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이슬람 급진주의자에 의해 많은 기독교인과 소수민족들이 살해를 당하고 고향으로부터 도망하였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무슬림 과격파들이 기독교인들을 공격한다. 동북아 지역의 한중일 세나라 사이에 여전히 영토 문제로 긴장이 감돈다. 남북한은 해방 후 70년째 무력으로 대치상태에 있으며 북한의 핵무장이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우리가 현재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알게 된다. 우리는 세계와 국내상황을 돌아볼 때 폭력이 일상화 된, 이러한 죽음의 문화와 분위기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일상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격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평화인식의 지수를 높여야 한다.

세계 분쟁지역에 다니면서 평화운동을 전개하는 “개척자들”의 대표 송강호 박사가 분쟁지역에서 경험한 평화를 향한 각성의 이야기는 평화를 향한 갈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 준다.

부룬디도 르완다처럼 후투 족과 투치 족의 비율이 같은데다, 후투 족과 투치 족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해 분위기가 삼엄했어요. 르완다로 가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었고, 그들은 우회했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를 거쳐 탄자니아 국경으로 이동했고, 우선 그곳의 난민촌에 머물렀다. 난민은 5만 명 정도였는데, 그들을 돌보는 유엔 직원은 고작 십여 명에 불과했다. 난민들은 하루 두 번 배급을 받는다. 나이든 노인에서부터 아이들까지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줄을 서서 배급을 받았다. … 제법 고단했을 하루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은 밤이 되면 노래를 부른다. 무슨 노래인지 물으니, 히죽거리며 알려준다. 어른 하나가 “투치 족의 눈을 뽑아”라고 선창하면, 아이들은 “잘근잘근 씹어 먹세”라고 화답한다. 추임새와 후렴구를 넣어 엇박자로 박진감 있게 되받아 노래한다. 그들을 압도하던 가난의 지난함도 그들의 적대적인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다. 난민촌엔 미래가 없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난민촌에도 학교는 있어요. 그런데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가 아니라 과거에 얽매인 학교예요. 밤마다 모여서 복수와 증오의 칼을 가는 학교가 열리죠. 보다 못해, 한 젊은이에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투치 족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갑자기 어두운 밤인데도 젊은이들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들이 저에게 가까이 오는 게 느껴졌어요. 살기가 느껴졌죠. 뒷걸음 쳐서 유엔 천막촌으로 도망쳤는데, 천막촌에 들어와서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누워도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무시무시한 전쟁과 폭력의 학교가 밤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지요.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눈을 떠보니 펄럭이는 천막 사이로 산자락에 아이들이 줄을 서 있고, 소녀들은 물동이를 지고 가는 모습이 보였어요. 어두운 옷을 입은 중년 어른들은 길가에 앉아 도박을 하고 있고, 입에는 마약을 씹고 있었죠. 매춘 여성들은 하릴없이 웃음을 팔고 있었고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칠 줄 모르는 저 어린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하얀 천막을 치고 종을 걸어 평화를 만들기 위한 학교를 짓자. 전쟁의 책임을 짊어진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호소하자. 전쟁을 그치고 복수와 증오의 사슬을 끊어 기어코 평화를 만들어내자고. 전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를 배우자.’ 평화 학교의 종을 울리면 아이들이 산으로 뛰어 올라올 것 같은 환상이 보였어요. 희망이 생겼어요. 백일몽일지 모르지만, 하나님이 저에게 보여 주신 비전이라고 생각하고 가슴에 간직하였죠.”

송강호 박사는 전쟁과 살육, 보복과 증오의 한 복판에서 평화실현의 꿈을 꾸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세상을 향해 하나님과 화목하라고 전한다.(고후5:18-20)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세상에 난무하는 폭력과 전쟁에 비하여 그것을 해결하기에 마치 겨자씨 처럼 작고 무력하게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스도는 이미 그의 십자가로 평화의 길을 예비하셨고, 하나님이 우리의 믿음과 헌신과 참여를 통해서 평화를 이루어가신다. 그리스도인은 평화를 향한 그리스도의 약속을 믿고 폭력과 분쟁과 전쟁이 난무하는 세상을 보고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가 이 땅에 임하도록 애통하고, 기도하고, 실천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

한 국 일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선교학
한 국 일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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