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개신교의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나?
[데겔칼럼] 개신교의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나?
  • 조창현 장로
  • 승인 2020.01.2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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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세계 각지의 가톨릭교회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제들에 의한 성추행사건으로 그 지도부는 물론이고 전 교인들이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교황청의 처벌은 그 핵심간부에게도 조금도 ‘봐주기’나 ‘적당주의’가 통하지 않는 심판이었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사제들의 성추행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독신주의’ 의 오랜 전통을 개선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고 전한다. 거기에 비해서 종교의 자유와 그에 따른 자율적 지배구조를 자랑하는 우리 한국개신교는 어떠한가? 적어도 지난 몇 년간에 일어난 문제 제기에 대하여 우리 교회 내외에서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자율적 지배구조를 가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개신교회의 특성상 권위주의적 1인 지배가 아닌 민주적 대의정치로 구성된 총회가 각 교단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 헌법과 그에 따른 합법적 절차와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최종결정을 내리면 되는 대도 말이다. 그러나 이 명확하고 지극히 상식적 절차가 무시되고, 심지어는 상위 지배기관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그 결정을 번복하려는 움직임을 묵과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우리 개신교가 그간 자랑해온 민주적 자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제기될 많은 현안에 대해서 교단 전체의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 몇 해 동안 우리 언론을 통해서 표면으로 올라온 매우 심각한 갈등과 분규들이 어떻게 취급되었는지를 반추해 보면 그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결정은 극히 피상적이고 잠정적이란 인상을 준다. 따라서 적어도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개신교의 지배구조가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매우 드물지 않나 생각된다. 만약에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떠한 혼란과 불법이 우리 교계를 지배하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기 힘들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거의 모든 개신교의 다양한 교파에는 그 교파를 지배하는 적법한 지배구조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지배구조가 왜 그처럼 무능하고 무력하게 되었는가? 많은 원인이 있겠으나 그중에 가장 핵심적 원인은 해당 지배구조의 구성에 없어서는 안 될 선거 과정의 부실과 불정행위로 인하여 그 권위가 상실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 거의 필요악(?)처럼 취급되는 총회장을 비롯한 많은 선출직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막대한 선거비용의 조달 문제는 오직 부적절한 세력의 영향력을 키우는 일만 돕는다. 최근에는 비단 선거비용뿐만 아니라 일부 핵심 안건의 총회 결정 과정에 까지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만약에 이런 소문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실제 일어나고 있는 우리 교계의 현실이라면 우리 개신교계는 정말로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시인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가톨릭교인수가 점차적으로 줄고 있는데 반해서 한국에서는 오히려 개신교인 수가 줄어들고 가톨릭교인은 늘고 있다는데 그것은 왜일까? 한국 가톨릭교회는 다른 나라에서 숱하게 터져 나오는 성추문과 같은 사건이 없는데다가 한국의 가톨릭교 지도자들은 그 사생활이나 공적 언행에 있어서 개신교목회자들 보다도 훨씬 더 절제되고 모범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개신교의 교파와 교인 수가 가톨릭교인수 보다 훨씬 더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개신교가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를 다스릴 능력을 보여주는 지배구조의 형성과 작동에 위에서 지적한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선거란 투표권자의 신성한 의사를 반영하는 불가피한 위임행위인데 그것을 왜곡시키는 막대한 선거비용과 그것에 좌우되는 대의원들의 투표행위가 계속되는 한 이른바 지배구조는 한낱 요식행위로 타락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조창현(현대교회 원로장로, 전 중앙인사위원장,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조창현

현대교회 원로장로

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정치학교수,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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