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시편산책] 시편 94편, 누구에게 복수를 맡길 것인가?
[조선어 시편산책] 시편 94편, 누구에게 복수를 맡길 것인가?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1.16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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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쑤의 하나님 여호와여, 복쑤의 하나님 나타나소서. 일어나소서, 세상을 재판하시여 교만한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소서. 악인들이 언제까지, 여호와여 악인들이 언제까지 만세를 부르리이까.” (시편 94편 1-3절, 조선어 성경)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전개되었던 미국과 이란의 외교관계가 현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국면의 전환점은 이란이 자국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UIA)의 격추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 11일 이란군 합동참모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지난 8일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민간기에 대공 미사일을 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민간기에 타고 있던 176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참으로 난감하게 되었는데, 이란이 이 민간기를 격추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참수작전으로 희생당한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복수를 강하게 결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란이 이라크 미군기지에 지난 8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나름대로의 복수를 감행했는데, 정작 미군에서는 아무런 인명피해가 없고 이란의 실수로 애꿎은 민간인 176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란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을 향해 복수를 이야기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신들의 실수로 발생한 민간기 격추에 대한 도의적 책임까지도 떠맡게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의 원수를 갚는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의 원수를 갚는 것은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편에서는 이 원수 갚는 것을 사람이 아닌 하나님에게 주로 의탁한다. 이는 사람이 원수 갚음의 주체가 아니라 하나님만이 원수 갚음의 주체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조선어 성경에서 시편 94편은 다음과 같이 시가 시작한다. “복쑤의 하나님 여호와여, 복쑤의 하나님 나타나소서. 일어나소서, 세상을 재판하시여 교만한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소서. 악인들이 언제까지, 여호와여 악인들이 언제까지 만세를 부르리이까.” (시편 94편 1-3절) 시편 94편의 시인은 불의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신속한 개입과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시인은 교만한 자와 악인들을 심판하실 유일한 이가 오직 하나님이시고, 그 하나님만이 정의의 재판관임을 선언한다. 시편은 분명하게 강조한다.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주체는 오직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공의를 믿는 자는 하나님에게 원수 갚음을 맡겨야 한다고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인 패터 슬로터다이크는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란 책에서 기독교는 분노를 현세화하지 않고, 분노의 종말론화를 시도했다고 말한다. 이는 재림 예수에 의한 최후의 심판에 인간의 모든 복수를 맡긴다는 의미다. 최근 이란에서 발생한 민간기 격추 사건을 바라보며 인간의 복수가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한 사람의 복수를 위해 억울하게 176명이 희생당하는 이러한 참사가 앞으로 세계에서 재현되지 않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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