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발달장애인,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 이상록 목사
  • 승인 2020.01.1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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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섬기던 교회 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자신들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 친구들의 예배와 활동을 돕는 ‘40-50대 발달장애인 동료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장애인으로서 도움만 받는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첫 모임에서 저는 그분들의 역할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설명했습니다. 자신들보다 더 중증의 발달장애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미에서, ‘교사’·‘보조교사’·‘도움 활동’ 등의 단어들을 칠판에 써가면서 차근히 설명했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자신들이 우리 부서에서 어떤 호칭으로 불렸으면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사’·‘보조교사’·‘도우미’ 등의 호칭에 대한 예시가 나왔지만, 자신들을 ‘집사’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는 한 분의 주장이 동료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그분들이 자신들을 ‘집사’라고 불러 달라는 말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분들이 충분히 교회의 집사로 세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세례도 받았고, 수년 동안 매 주일 예배에 빠지지 않고 감동적인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매주 헌금도 빠짐없이 꼬박꼬박하고, 또 이렇게 봉사의 일까지도 담당하니 누구보다도 성실한 ‘집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이분들이 ‘집사’로 불러달라는데 당황했을까? 엄밀하게 저의 시선들을 성찰해 보았을 때, 그분들을 교회의 ‘한 성도’로 바라보지 않고, 영원한 ‘교회학교의 학생’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발달장애인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자’이기보다는 가족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보호와 감독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돼 왔습니다. 이로 인해 공동체 내에서 발달장애인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거나, 스스로 선택하여 결정하는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의 기회는 적었으며, 그 범위는 매우 협소했습니다.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영위해야 하는 사회적 기회도 박탈되어 왔습니다(『발달장애인 자조집단 지원매뉴얼』, 2013).

그리하여 전반적인 사회적 가치 절하를 경험해왔습니다. 그것은 교회와 신앙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발달장애인 성도들을 세례를 통해 교회의 성도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교회 공동체 내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역할이 부여되거나 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교회의 한 성도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성도들과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다양한 직분을 가지고 봉사와 섬김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록 목사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이상록 목사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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