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치료와 목회③ 치유적 글쓰기, 적자생존의 법칙
독서치료와 목회③ 치유적 글쓰기, 적자생존의 법칙
  • 이영식 목사
  • 승인 2020.01.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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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힘에 세다. 이 글에서 적자생존이란 진화론의 주장이 아니라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뜻으로 새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격언이 결코 허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조선시대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전투만 잘 하신 것이 아니라 ‘난중일기’를 남겨서 자신의 상황과 생각을 후손들이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동시대를 살다간 원균 장군은 일기를 남기지 않았기에 후손들은 난중일기의 시각으로 원균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중일기의 내포독자는 일반 대중이나 임금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 자신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임금께 올리는 상소문과 달리 일기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원균과 그의 부하들을 향해서 흉을 보고 ‘괴이하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아들이 전사했을 때와 모친께서 별세했을 때는 복받치는 슬픔을 고스란히 글로 표현하는 대목이 인상 깊다. 전란을 당하여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로울 때 장군께서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런 감정들을 일기장에 다 쏟아내고 실전에서는 냉철한 판단으로 23전 23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승리를 이끌었다. 물론 전투에 대패한 원균 장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글로 적은 것이 없기에 억울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적자생존인 것이다.

글쓰기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 <털어놓기와 건강/학지사>의 저자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는 각 계 각 층을 대상으로 치유적 글쓰기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신체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상처 입고 고통 받은 경험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그저 종이에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물론 모든 글쓰기가 치유적 효과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20년 1월 11일자 시사저널의 <직업별 평균수명>이라는 기사에 보면 늘 마감시간에 쫒기면서 뉴스가 될 만한 기사를 써 내야 하는 언론인들이 11개 직업군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인 것을 보면 알 수있다(1위 종교인 80.72세, 10위 언론인 62.64세). 그렇다면 어떤 글쓰기가 치유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페니베이커는 두 집단의 대학생들을 모집하여 첫 번째 그룹에게는 일상적인 주제로 글을 쓰게 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살면서 상처가 된 사실을 하루 15분씩, 4차례 글을 쓰게 하였다. 하나의 주제를 네 번에 나눠서 쓸 수도 있고 매번 다른 주제로 글을 쓸 수 도 있었다. 그런 다음 몇 개월 후에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병원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 감기는 몇 번이나 걸렸는지 등등. 결과는 놀라웠다.

일상적인 글을 쓴 학생들은 건강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나빠졌는데 자신의 감정을 글쓰기로 털어 놓은 학생들은 확연하게 건강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자신의 감정을 글로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페니베이커는 다양한 치유적 글쓰기 기법을 발전시켰다.

치유적 글쓰기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다. 인간의 정신활동을 에너지의 흐름으로 가정하고 심층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양육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억압하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학습한다. 특히 질투심이나 분노와 같이 강렬하고 위험한 감정일수록 억압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습관화되면 불편한 감정들은 자동적으로 무의식 속에 억압이 된다. 문제는 억압된 욕구나 감정이 에너지의 일종이기 때문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억누를수록 반발의 힘이 커져 결국 신경증이나 부적응 사회행동, 정신적 문제로 표출되고 만다는 것이다. 치유적 글쓰기는 살면서 이렇게 무의식에 억압된 불편한 감정과 욕구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다.

김춘수 시인이 노래했듯이 무엇인가에게 ‘이름’을 붙여 줄 때 우리는 그 존재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적절하게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물리적 차원에서 인간의 욕구나 감정, 트라우마는 몸속에 전기신호로 존재할 뿐이다. 펜을 들고 종이 앞에 앉아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느낌인지, 어떤 욕구가 좌절되었는지 차분하게 성찰하고 단어나 문장으로 써내려갈 때 무의식에 억압된 에너지가 건강한 방법으로 방출되어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다.

치유적 글쓰기는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연장이다. 집을 관리하는 데 수 많은 도구가 필요하듯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우리 마음을 관리하는 데도 좋은 도구들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케이 아담스의 <저널치료>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필자가 번역한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라는 책도 있다. 이 가운데 내가 자주 활용하는 기법은 100가지 목록글쓰기와 대화글쓰기, 행복일기 등이다. 소그룹으로 함께 쓰고 발표하고 격려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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