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희년재단 준비위원 임광빈 목사, “교회는 언제나 시대 현실 속에서 시대 담론과 함께 가야”
[인터뷰] 국제희년재단 준비위원 임광빈 목사, “교회는 언제나 시대 현실 속에서 시대 담론과 함께 가야”
  • 김유수 기자
  • 승인 2020.01.1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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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레위기에 등장하는 '희년'은 이스라엘에서 50년마다 공포된 안식의 해로, 희년이 되면 노예로 있던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자유가 선포됐고 가난 때문에 조상의 소유를 팔아야 했던 사람들도 그 소유를 돌려받았다. 국제희년재단은 ‘소외와 배제 없는 사회를 위하여’를 주제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성경 속 희년 정신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이 사회에 대안적 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올해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국제희년재단 준비위원 임광빈 목사(의주로교회)에게 국제희년재단의 설립 정신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본인의 신앙사와 지금까지 해왔던 사역을 소개하자면?

나는 신학교를 마치고 85년에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에서 간사로 일했고 이후엔 NCC 인권위원회 간사와 사무국장 대행을 했다. 당시에도 기관목회는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내 선택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때 한국기독학생회 총연맹은 학생운동, NCC는 민주화운동의 중심의 한 축이었다. 당시 한국교회는 기복주의와 분열이라는 두 가지 늪에 빠져있었다. 신학교를 다닐 때 교회의 분열을 보면서 성장한 우리는 교회일치운동과 신앙 회복 운동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기주의와 교회 분열을 넘어서서 인간화와 민주화를 위한 사역을 펼칠 수 있는 곳이 KSCF와 NCC라고 생각했다. 당시 NCC인권위원회는 한 해 동안 구속된 학생, 노동자, 민주인사 변론을 위해 350여 명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곳이었고, 전국의 거의 대부분의 구속자 사건을 다루는 특별한 사역지였다.

87년 6월 항쟁 이후 90년대 초에 들어서서 지역사회 속에서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JPIC) 운동을 실천하는 목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NCC를 사임하고 서대문구 홍제동에 의주로교회를 개척했다. 구속자 가족, 조작간첩 가족 등 반민주적, 반인권적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우리 교회와 함께했다. 교회를 시무하면서도 한국교회가 앞장섰던 중국, 러시아동포들의 법적 지위 회복과 자유왕래를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에 참여했고, 3년 동안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아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진상규명대책협의회 피해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운동에도 함께했다. 우리 교회는 1990년 9월 마지막 주에 시작했으니 올해가 꼭 30주년인데, 30년 동안 의주로교회의 목회 방향에 동의하고 함께해준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국제희년재단 설립 준비위원회가 11일 첫 간담회에서 <br>​​​​​​​한국교회가 사회에서 실천해야 할 사회봉사 운동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유수 기자
국제희년재단 설립 준비위원회가 간담회. 김유수 기자

현재 준비하고 있는 국제희년재단은 어떻게 시작됐나?

과거에 우리사회는 국가권력과 사회체제의 변화 등 거대 담론들에 주로 관심을 가졌는데 두 번의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웃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18년 우리나라 국민 총생산은 1,782.3조 원인데, 2천 만 임금노동자의 소득은 743.9조 원에 불과하다. 돈과 건물이 있는 사람들은 일하지 않아도 엄청난 이윤, 이자소득이 발생하니 아이들도 건물주가 꿈이다. 우리나라가 수치상으론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수 십 만의 집이 없는 사람들은 벼랑에 몰려 비 주거시설에 떠도는 난민이 됐고, 매일 4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로 자살한다. 우리 사회가 점점 안정과 평화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 나이의 목회자들이 이대로 있으면 욕먹겠다 싶었고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고민했다.

우리가 고민 끝에 다다른 희년 운동은 물신주의와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기복주의에 빠진 한국교회를 하나님 앞에 바른 신앙으로 세우기 위한 운동이다. 레위기 27장 중 24장까지는 개인의 성결을 위한 명령이고 25장부터 마지막은 안식년과 희년을 담고 있다. 50년 되는 희년에 종과 노예를 해방하고 땅과 집을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주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처음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허락하셨던 평등한 세상을 회복하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희년을 지킴으로 개인의 경건과 사회적 경건을 이뤄냈다. 한국교회도 사회적 경건을 회복해야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처음엔 통합 교단 목회자와 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차별과 배제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희년 운동을 기획했다. 이내 복음을 사회적 가치로 변화시키고자하는 목회자, 신학자, 의료인, 사회 복지활동전문가, 사회적 경제 전문가, 협동조합 전문가, 장애인 활동가, 지역사회 사회선교 활동가들도 함께 모이게 됐다.

카디아이와 희년재단준비위원회의 MOU 체결 장면. 왼쪽부터 카디아이 국제사업책임자 파트마, 임광빈 목사, 카디아이 회장 프랑카 구를리아메띠, 인하대 의대 임종한 교수. 재단 제공
카디아이와 희년재단준비위원회의 MOU 체결 장면. 재단 제공

 

국제희년재단의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하자면?

국제희년재단은 오는 부활절 전후로 지역 준비위원회를 만든 뒤 창립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창립 전에 준비위원회는 5차례 교육프로그램을 열어 희년 운동의 전반적 방향을 모색하려고 한다. 국내는 사단법인으로 활동하고, 스위스 제네바에도 등록해 국제 재단으로 활동을 해 가려고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나 적십자 같은 국제 NGO로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희년 운동이 필요한 여러 나라에 희년 운동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국제희년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활동 중 하나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 제정 운동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본인이 특별한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위험에 처한 타인을 외면해 죽음 등 위 위기에 놓이게 한 사람에게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이 법은 사회적 책임을 국가나 지자체에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인 개인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모두가 위험에 빠진 사람의 협조자가 될 때 공동체성이 회복된다.

다음으로 장애인과 노약자,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당하고 차별받지 않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과 장애인,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은 갈 곳이 없다. 모두가 소외와 배제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품위와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선교운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특히 희년 연구원을 통해 한국교회가 직접 전문돌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지금의 생계형 간병인, 영리 목적의 요양원운영에서 벗어나 돌봄이 공공의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 돌봄 기관을 만들고 전문 운영자를 배출해 돌봄 사역을 전문화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인하대학교, 한남대학교와 MOU를 맺었다.

또한 악성부채를 탕감시키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경제를 통해 경제적 정의를 회복하는 운동도 중점적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우리는 북한에까지 이 사회적 경제를 전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희년 운동이 민주화와 인간화를 이뤄내는 하나님나라운동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교회와 교인만의 은혜 추구는 자폐적 신앙

교회가 세상을 이끌어야

우리 사회는 현재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하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가 지향해야 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늘의 교회들은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승자독식 구조를 전혀 지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하는 오염된 신앙을 가지고 있다. 신앙은 존재론적인 규정이 중요한데 한국교회는 돈으로 존재를 표현하는 물신주의 분위기에 물들어 버렸다. 우리가 추구하는 희년 운동의 본질은 탐욕에 선을 긋고 끝없는 욕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회는 언제나 시대 현실 속에서 시대 담론과 함께 가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은혜를 찾는 신앙은 자폐적인 신앙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이 시대의 담론을 피해갈 수 없는 공동체다. 지금의 현실 담론은 복지와 평화 그리고 생명이다. 교회는 이 시대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해야 하고 이 시대의 평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직 한국교회에는 교회의 신학적인 정체성과 역할이 정립되지 않았다. 많은 교회들이 사회선교와 사회 복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는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타협점으로, 이는 정부와 관의 영역이다. 교회는 거꾸로 예언자적 정체성으로 정부와 기관을 이끌어야 한다. 교회는 보건복지부가 못 하는 일을 해야 한다. 희년 운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체제를 바꿔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려는 운동이다. 교회는 차별과 고통 속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웃이 되어 그들을 끌어안고 마음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부르짖어줘야 한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 평화와 정의에 있어 기독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회는 도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도덕적 정당성은 사회가 종교에 부여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교회는 우리 민족을 위해 희생했기 때문에 한국 사회로부터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는 사회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는 사회에서 예언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본은 정의와 평화에 대한 증언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기본이 없는 교회는 종교가 아니다. 모든 종교는 민중 고난의 담지자로서 출발했다. 부처도 민중의 비참함을 보고 뛰쳐나왔고, 모세도 민중의 고난을 봤다. 예수님도 민중의 고난과 함께했다. 종교는 민중의 고난을 함께하는 담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한국기독교는 맘모니즘과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예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가 옳고 그름의 가치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교회의 회복은 힘들다.

전하고 싶은 기도를 나눠달라.

한국교회가 내 이웃의 고통을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이름 없이 사회 현장에서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큰 꿈과 용기를 갖기 바란다. 그들과 희년 운동으로 만났으면 좋겠고 모두가 함께 뜻하는 세상을 이뤄가길 바란다. 오늘도 이름 없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수고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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