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 달리는 말은 뒷발길질을 하지 않는다.
[81호] 달리는 말은 뒷발길질을 하지 않는다.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0.01.15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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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불평이나 헛된 몽상으로
자신의 힘을 낭비하지 말라."

어느 날, 성수대교 남단에 우뚝 선 멋진 빌딩이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찌 보면 강원도의 너와집 같기도 한 벽면이 기하학적 모양으로 서 있는 이 건물의 측면에는 Aldo Coppola (알도 꼬뽈라)라는 간판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입구에는 멋진 관상용 적송 한그루가 몸을 비비꼬고 서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울강남의 내노라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 건물은 알고 보니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세계적 명성의 토털 뷰티케어 브랜드 알도 꼬뽈라 한국지사였다. 어느 분이 예뻐지고 싶어서 뷰티케어 브랜드를 찾은 것이 아니고 건물이 예뻐서 그곳에 구경을 갔다가 2층의 일식집 단골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건물이 다른 회사로 팔렸는지 알도 꼬뽈라의 간판은 없어졌다. 신앙인도 겉모양부터 믿지 않는 사람과는 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보고 신앙을 갖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넘어뜨린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 불가능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영멘토 맬컴 글래드 웰은 그런 통념을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다윗의 승리는 예상된 싸움이고 이길 싸움을 이겼다는 것이다. 그것은 골리앗이 정한 규칙을 거부하고 다윗자신의 방법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골리앗이 원한 ‘게임의 룰’은 근접 백병전(白兵戰)이었다. 골리앗은 청동투구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채 다윗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먼 거리에서 투석 주머니 물맷돌을 날려 골리앗의 이마에 적중시켰다. 칼 든 도수(刀手)에게 총을 쏜 셈이다. 골리앗은 2m 넘는 거인이었지만 원격 전투에선 오히려 약자였다. 다윗은 일대일 결투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을 벌였다.

동물들도 뿔이 달리고 힘이 세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보스턴대학의 이반 아레귄-토프트교수가 내놓은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그가 19세기 이후 강대국과 약소국간 전쟁 200여건을 분석했더니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28%나 달했다. 이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950~99년엔 놀랍게도 약소국의 승전 율이 50%를 넘겼다. 약소국이 승리한 것은 대개 게릴라전같은 비정규, 변칙전술을 구사한 경우다.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 전쟁이 대표적이다. 강자가 정한 전쟁의 룰을 거부하는 순간 약자의 승리 가능성이 확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꼭 힘이 있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공화당 정권시절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과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을 경질하라!” 1969년 7월 24일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이만섭 의원이 외친 사자후(獅子吼)였다. 현장을 도청하던 김형욱은 길길이 뛰며 이만섭을 암살하라고 지시하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에 대한 일화다. 폭력적인데다 멧돼지처럼 저돌적이었던 철권통치의 집행자 김형욱에게도 주눅 들지 않았던 이만섭의 배포는 국회의장시절 안건 날치기 처리를 거부해 의장에서 물러나는 강단(剛斷)을 보였다.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만섭은 권력과 돈 앞에 비굴하지 않았다.

오늘의 정치현장에서 이만섭 같은 정치인은 거의 멸종상태다.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는 대쪽 같은 성품을 지녔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항상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이만섭이 있는 곳에는 심각한 정치이야기도 있었지만 웃음 있는 분위기도 있었다. 70년대 중반 어느 날 새파란 후배인 필자에게 “자네는 논객(論客)이 딱 맞아!”하고 평생 기자노릇을 하라는 말씀을 우회해서 하셨다. 칭찬 같기도 하지만 자네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뉘앙스가 강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논객도 제대로 못 마치고 다른 직장으로 옮겼지만 후회는 없다. 다시 논객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필자는 그의 대쪽 같은 굳은 심지를 닮고 싶다.

광야를 달리는 말은 마구간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달리는 말은 뒷발길질 안한다. 오직 앞을 향해 달려가기 바쁘다. 한가한 말이 뒷발질한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발길질에 자신이 채인다. 쓸데없는 불평이나 헛된 몽상으로 자신의 힘을 낭비하지 말라. 부지런한 물레방아는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살을 에는 듯 추운 겨울에도 물레방아는 힘차게 돌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노동은 사람을 권태, 악덕, 욕심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쉬지 말고 기도하자.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NCCK 감사
CBS방송국 전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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