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평]초 갈등사회?
[뉴스비평]초 갈등사회?
  • 지형은 목사
  • 승인 2020.01.1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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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초 갈등사회’라는 표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언론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데는 이 표현이 요즘 들어 요긴한 상품일 테다. 각기 상반된 주장을 갖고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 모습이 언론 종사자들에게 오죽 매력적이겠는가. 서초동과 광화문이라는 두 장소의 상징에는 보수와 진보만이 아니라 상당 부분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도 포함돼 있다. 정당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뗄 수 없이 얽혀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검찰 개혁, 선거제도 개편, 검경수사권 조정 등과 같은 극도로 민감한 사회 정치적 사안들이 현재진행형이니 갈등 구조의 방정식이 더 복잡하다. 올해 4월에 총선이 있으니 앞으로 3개월 동안 갈등의 복합적 구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번 따져보자. 해방 이후의 우리 사회에 좌파와 우파 또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없었던 적이 있었는가 말이다. 국제적인 구조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해방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맞물려서 가능했다.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는 좌우의 대립이 극심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무력 충돌과 피를 흘리는 싸움도 있었다.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탄생 과정에서 한반도 전체가 좌우의 대립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어진 저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6·25전쟁 곧 한국전쟁은 종전 후 미국과 소련을 양 축으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국제적으로 대립한 데서 일어난 것이었다. 올해 각각 60주년과 40주년을 맞는 4·19민주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는 무고한 학살까지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의 탄핵으로 막을 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갈등 상황이 이전의 갈등 상황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 현상적인 물리적 충돌이나 피를 부르는 싸움이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있었던 계엄령 선포 시도와 연관된 쿠데타 건이 조사 중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사회가 군사적인 정변이 들어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양상은 이전과 비교하면 성숙해졌다. 현 정부 및 집권당의 프리미엄 활용과 야당의 투쟁 양상이야 어느 때나 다 그렇고 그렇다.

인류 역사에서 어느 시대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권력을 놓고 투쟁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투쟁 과정이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얼마나 성숙하게 진행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의 권력 갈등과 그 해결 과정이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지는 않지만, 해방 이후의 흐름에서 보면 전보다 훨씬 낫다. 구한말 이후 우리 사회는 늘 갈등을 겪으면서 발전해왔다. 현재의 갈등 상황을 무슨 대단한 비극이라도 되는 듯 ‘초 갈등사회’라고들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갈등의 현상보다 갈등을 해결해온 우리 사회의 역량을 신뢰하자.

지형은 목사(한목협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br>

 

지형은 목사

한목협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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