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제70주년, 먼저 죄책선언과 참회를!
제주 4.3 제70주년, 먼저 죄책선언과 참회를!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4.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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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에 기독교인이 깊이 관여되어 있었는데...

제주 어디에나 흔한 동백꽃은 꽃이 질 때 참 섬뜩하다. 동백꽃은 아직 꽃이 싱싱할 때 꽃 모가지 채 댕강 댕강 떨어진다. 제주 3, 4월의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날 아침, 모가지 채 떨어져 붉게 뒹구는 동백꽃들은 참수당한 얼굴들 같아 처연하다. 제주 4.3사건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제주 4.3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좀 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에겐 해독하기 어려운 무슨 암호처럼 그 본질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지금도 승자의 입장에서 왜곡, 은폐하려는 세력이 엄존하고, 이념적으로 덧씌워 정당화하려는 세력도 실재한다. 대다수 제주 사람들이 언급하기조차 꺼리는, 제주도민의 삶을 어둡게 지배하고 있는 진행형의 사건이다.

제주 4.3은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사건이다. 이 사건은 반란, 항쟁, 봉기, 등 다양한 별칭이 있다. 제주 4.3 사건은 발발일이라고 알려진 1948년 4월 3일에서 온 편의상 명칭일 뿐이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제주 4·3사건을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의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였다(2000.8.28.). 진상보고서는 4·3사건의 인명 피해를 2만5000∼3만 명으로 추정하였다. 인명 피해의 약 86%가 토벌대(군경, 서청 등)에 의해 희생되었으며, 무장대에 의해 약 14%가 희생되었다.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다른 설명 없이 이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명칭이 있다면, <제주주민학살사건>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이 <제주주민학살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인간성에 대한 회의로 전율할 수밖에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그 충격이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해지면서 소름끼치는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죄성-지배, 권력의 야만성과 폭력성 때문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이념화된 신앙으로 벌린 잔학성이다. 거기에 기독교인들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 그건 어둠의 영에 사로잡혔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만행이다. 국가권력으로, 신앙이 된 이념의 확신 속에서 자행되었다. 십자군이라도 된 양 신앙의 가면을 쓰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사람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집단적으로 학살하였다. 그 광기에 휩싸이게 사람들을 뒤에서 조종하면서 오싹한 미소를 짓는 어둠의 영을 생각해보라. 이념의 진영논리나 가해자-피해자 구도 너머에 있는 실체이다. 어둠에 점령당한 황폐함이요 극악함이다.

<제주주민학살사건> 70주년을 맞으면서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죄책선언과 참회이다. 제주교회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제껏 한 번도 <제주주민학살사건>에 대해 진정한 죄책선언과 참회를 한 적이 없다. 참회도 죄책선언도 없이 화해와 평화와 상생과 인권을 말하는 것은 또 한 번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진정한 죄책선언과 참회에서 회개에 합당한 삶으로 나갈 때, <제주주민학살사건>은 제대로 된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 정의와 생명과 평화의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그것이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예의이고, 고통의 삶을 살아온 유족들에 대한 해원과 보상이며,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책무이다.

 

서성환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B.A.)과 동 신학대학원(M.Div.)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연합신학대학원(조직신학전공, Th.M)을 졸업했다. 1982년 예장(통합) 평양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영주교회(서울 후암동)에서 교육전도사, 전임전도사, 부목사를 역임했다. 예장(통합) 다락방교회(서울 신림동/현 신림등대교회) 담임목사, 예장(통합) 교단의 독일선교사로 독일 남부지방한인교회의 위임목사 겸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교회 선교동역자, 제주성안교회의 위임목사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 사랑하는교회(제주시 일도이동) 위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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