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떠날 때는
[에세이] 떠날 때는
  • 이은주 선교사
  • 승인 2019.12.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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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선교사
동북아 파송 선교사
‘너랑 나랑 님이랑 울이랑’ 저자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한다. 항상 길을 떠난 때는 준비할 것이 많다. 점심을 먹고 떠나기는 좀 이른 시간이라 점심, 저녁, 다음날 아침 이렇게 세끼 먹을 식사를 준비해서 떠나야 하기 때문에 항상 먹을 짐이 많아진다. 또 평소에는 간식을 잘 안 먹지만 기차에서 할 일이 먹는 일이니, 간식도 조금 준비를 하게 된다. 조금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보면 많이 준비해서 남기곤 한다. 차도 마셔야 하고 기차에서 24시간을 지내야 하니 이런저런 짐들이 모이다보면 그야말로 먹을 것만 한 보따리다. 이전에는 32시간을 타야 했었는데 그래도 요즘 많이 단축된 것이 24시간이다.

그 많은 시간 사람들과 교제하고 책도 읽고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차에서 독서가 그리 쉽지는 않다. 또 교제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시간을 잘 보내려면 먹고 누워있고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밤이 되고 한밤 자고 나면 또 끝없이 이어지는 창밖의 풍셩을 보며 계절의 변화도 느끼면서 그렇게 지내다보면 종착역에 도착한다. 이럴 때 한국의 KTX(당시에는 SRT가 없었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시간이 훨씬 단축 될 텐데… 이런 생각은 기차를 탈 때마다 하게 된다. 언젠가 여기도 그럴 날이 오겠지 기대하면서. 이런 기차도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오늘의 현실도 감사하게 된다.

기차는 크게 4가지(롼워, 양워, 란쭈워, 잉쭈워)로 나눈다. 롼워는 1~2층 침대가 양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한 방에 4개의 침대가 있고 문이 있는 제일 비싸고 고급스런 칸이다. 또 한 가지는 잉워라고 3층짜리 침대가 양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한 방에 6개의 침대가 있다. 롼쭈워는 푹신한 의자가 있는 칸이다. 침대 기차표가 없으면 이 칸이라도 타고 가야하지만 장시간 앉아서 가기에는 많이 불편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잉쭈워라고 딱딱한 의자석이 있다. 가까운 거기를 갈 때는 괜찮지만 하루씩 가는 긴 여행에는 너무 불편하다.

기차 타고 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담배연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도 담배를 객차 안에서 피우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밖에 나가서 피워도 밖이라도 해야 기차 칸과 칸 사이인데 문도 닫아주지 않고 피우는 담배 연기는 그대로 다시 객실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겨울에 모든 문이 닫혀있는 상황에서는 더 심하게 밖의 담배 연기가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소등을 하고나면 얌체 같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기 귀찮으니 침대에서 숨어서 피우기 때문에 더 힘들다. 비행기처럼 아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면 그나마 유쾌한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담배 연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YJ를 벗어나 얼마쯤 가는 동안 아직 쌓인 눈이 보였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천진쯤 가니까 파릇파릇 잎들이 돋아나는 것이 봄을 느끼기도 했다. 참 신기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늘 그렇듯이 열심히 사진기를 눌러댔다. 이 소중한 추억을 잊을 때면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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