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치료와 목회⓶ 소리독서를 활용한 성장과 치유
독서치료와 목회⓶ 소리독서를 활용한 성장과 치유
  • 이영식 목사
  • 승인 2020.01.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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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를 통한 치유사역의 뿌리에 어린 시절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담임선생님께서 1교시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동화책을 낭독해 주셨다. <헨델과 그레텔>이라든지 <피노키오>, <백설 공주>등 계속되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연속극처럼 이어지는 낭독은 재미있는 대목에서 멈추고 다음 시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책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은 교무실 옆 도서실에서 빌릴 수 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이끌려 나는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호롱불을 켜고 동화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헨델과 그레텔, 피노키오, 백설 공주가 꿈속에서 나타난다. 이렇게 책은 나에게 황홀한 놀이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1학년 국어 수업에서 교과서를 읽어주시던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독서에는 눈으로만 읽는 묵독(默讀)을 비롯해서 손으로 수행되는 쓰기독서, 입으로 하는 낭독(朗讀)과 귀로 듣는 청독(廳讀)이 있다. 이 가운데 귀로 듣는 청독(廳讀)이야말로 모든 독서의 시발점이요 어머니라고 한다. 우리가 모국어를 배우든지 외국어를 배우든지 처음에는 듣기독서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한편 듣기독서는 낭독을 전제로 한다. 부부(夫婦)나 사제(師弟)가 짝 말인 것처럼 듣기독서와 낭독역시 서로를 존재하게 하는 전제인 것이다. 이 둘은 소리를 매개체로 수행되기 때문에 합쳐서 ‘소리독서’라고 부르고자 한다. 독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한 공간에서 홀로 책을 읽는 모습, 즉 묵독(默讀)을 연상하지만 독서의 역사 전체를 고려하면 소리독서가 훨씬 장구하다. 우리 속담에도 한 집안이 잘되려면 세 가지 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베 짜는 소리와 어린아이 울음소리, 그리고 책 읽는 소리다.

소리독서는 매우 근원적인 차원을 내포하는데 이는 듣기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서정록은 <잃어버린 지혜, 듣기>라는 저서에서 ‘우리의 의식은 귀가 듣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며 소리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인식한다’라고 듣기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듣는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세계가 외부의 세계와 연결됨을 의미한다. 태아에게 가장 먼저 열리는 감각이 청각이기에 태중에서도 부모의 목소리를 듣고 기억한다. 듣기를 통해서 세상과 연결되고 사람과 연결되며 심지어 하나님과도 연결되다. 듣기는 단순하게 소리를 듣는 단계에서 소리에 담긴 의미를 듣는 단계, 온몸으로 그 메시지에 반응하는 단계가 있다. 예수께서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이때의 듣기가 바로 마음으로 듣고 몸으로 실천하는 차원을 포함하는 것이다.

최근 소리독서가 우리 사회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보경은 <낭독은 입문학이다>라는 책에서 만 4년 7개월간 18권의 책을 매주 월요일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방법으로 읽어낸 독서동아리의 경험을 소개한다. 이들이 읽은 책은 『화폐전쟁』, 『총, 균, 쇠』, 『월든』, 『코스모스』와 같은 무게감 있는 인문학 도서였다. 매주 한 사람이 낭독을 하면 다른 참여자들은 듣기독서를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자 우선 책을 홀로 읽어 와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되고(열린 마음과 귀만 가지고 오면 된다) 묵독했을 때 깨닫지 못했던 내용들이 마음속에 들어왔다고 한다. 필자역시 독서를 통한 치유와 성장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소리독서의 힘을 체험한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한인교회에 초청받았을 때 일이다. 유치원 학생50여 명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유아들의 평균 집중 시간이 15분 정도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곧 산만해 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그림책을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연속해서 읽어주는 데도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었다. 성인들에게 강의를 할 때도 나는 책을 읽어주기를 좋아한다. 특히 그림책과 같이 화면에 비출 수 있는 텍스트가 낭독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홀로 묵독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낭독을 귀로 듣는 독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 특히 양육자들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평생 간직할만한 행복한 체험임에 틀림없다.

자신과 타인을 위해 큰 소리를 책을 읽는 행위를 나는 “연주독서”(演奏讀書)라고 부른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악보보고 감상하는 거의 없는 것처럼 책이 악보라면 낭독은 연주다. 낭독하면 책 속의 검은 활자들이 일어서서 공간을 채운다. 심지어 요리 레시피나 자동차 매뉴얼과 같이 딱딱하고 기계적인 텍스트도 감정을 이입하여 낭독하면 글자들이 책 속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예부터 인류는 소리로 공간을 거룩한 분위기로 창조하는 종교적 전통이 있다. 산사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나 낭랑한 염불소리, 과거 교회에서 새벽에 울리던 종소리가 그렇다. 나의 목소리를 통해서 책속의 활자가 걸어 나오게 해보자.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듣는 자가 살아나오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식 목사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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