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수천국 불신지옥
[기자수첩] 예수천국 불신지옥
  • 김유수 기자
  • 승인 2020.01.04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 명확한 전도 구호만큼 젊은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양가적인 구호가 있을까 싶다. 나는 출퇴근 길 지하철역만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 쓰인 피켓을 들고 큰 소리로 전도하고 계시는 분들을 쉽게 본다. 그 구호는 그 어떤 그리스도인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진리의 선언이지만, 그럼에도 공공장소에서 고성의 협박조로 호통치는 그 전도 구호에 시민들과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은 편할 수가 없다. 그분들이 부흥의 시대에 체험한 형이상학적 세상에 대한 종말론적 선포는 적어도 현대 젊은이에게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에 진저리치는 요즘 젊은이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자조한다. 지옥 같은 우리나라. 실존주의자 키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했던가. 이 땅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지옥은 죽음 후에 죄의 삯으로 끌려가는 그때 거기가 아니라, 사랑도 희망도 생명도 없이 형벌처럼 살아가는 지금 이곳이다. 2,000년 전 죄와 고통 속에 살아가던 ‘땅의 백성들’에게 광야의 외침은 “천국이 왔으니 마음을 바꾸라”라고 했다. 그리고 그 외침을 따라 분명히 천국이 오셨지만 지금 우리는 천국을 맞지 못하고 헬조선을 살아가고 있다.

작년 예장 통합, 합동 교단의 분열 60년 만에 처음 열린 연합기도회에서 이승희 합동 총회장은 설교에서 유난히 ‘함께’를 강조하며 예수천국을 선포했다. 그는 심판 뒤에도 천국이 있겠지만, 주님과 함께하면 이 땅 어디서든 천국이 된다고 말했다. 구속사를 꿰뚫는 송곳같은 선포였다. 이처럼 심판의 날까지 영원할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구호는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옥 같은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자는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가 높은 교회의 성벽 안에서 애써 고개 돌려 왔지만 말이다.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지상명령은 사실 절망에 자조하는 헬조선을 예수천국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천국 생명과 함께 죽음 이후로 도망가지도,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절망을 당당히 마주한 2,000년 전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