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가족 ‘같은’ 공동체가 아니라 ‘가족공동체’여야"
"교회는 가족 ‘같은’ 공동체가 아니라 ‘가족공동체’여야"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12.3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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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목회모델] 윤성모 목사(라파공동체, 사랑과섬김의교회)

지옥에 사는 듯한 중독자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치유공동체
건강한 가족 현상 경험하고
진정한 회개 있어야 회복 가능
영성을 치유하는 예수공동체의
목회자로 새로운 시작 앞 둬

옥천군 안남면에 위치한 라파공동체(대표 윤성모 목사)에 이른 어둠이 깔리고, 6시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한명 두 명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9살인 장한나 양은 친한 삼촌들과 수다를 떨다 갑자기 식사 중인 윤성모 목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저 오늘 검정고무신(만화)을 봤는데요, 중독인 것 같아요.”

그러자 윤 목사가 대답했다.

“한나야 걱정 하지마. 목사님이 너 절대 중독되게 두지 않을테니까 실컷 봐도 돼. 그리고 너는 흰고무신을 그려.”

“네!”

라파공동체는 중독치유공동체다. 각종 중독을 치유할 목적으로 2002년 윤성모 목사가 시작해 현재 12명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해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이 알코올 중독이다. 게다가 마약 중독이나 도박 중독 등의 수치가 가빠르게 상승하면서 연령층은 낮아져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 같은 교회공동체가 아닌 가족 교회공동체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윤성모 목사. 정성경 기자

올해 60세가 된 윤 목사는 35살에 예수님을 만났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나를 뒤집어 놓으셔서 영적세계의 신비를 보여주시고 신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만드셨다. 사도바울의 체험이 곧 나의 체험”이라고 했다. 그 순간부터 ‘나도 예수님을 섬기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뜨겁게 일어났다. 하지만 그의 담임 목사가 그를 말려 5년이 지났다. 나중에서야 자신을 말려준 그 목사가 참으로 고마웠다고 한다. 20여 년간을 사역에 전념해온 그의 생에 그나마 쉼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며.

윤 목사는 IMF로 다니던 회사가 정리되고 실업자가 되면서 교회에서 하는 아프리카 튀니지로 한 달간 단기선교를 떠났다.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처럼 땅 끝인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은 그에게 또 다른 땅 끝을 보여주셨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이들, 장애우, 노숙인,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가라는 것이다. 그게 그를 향한 부르심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순종하지 못했다. ‘주님이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습니다’라고 했던 고백과 다른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내 하나님의 뜻에 순종했다. 예수원에 찾아가 함께 말씀 묵상하고 찬송하고, 노동하는 교회공동체의 원형을 보고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알코올, 마약 중독자였던 한 형제를 만나 “한국교회가 도대체 왜 이런 중독자들을 돌보지 않냐”는 비판을 들으며 중독치유사역에 헌신하기로 서원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노숙인 알코올중독자를 돕기 위한 사역을 위해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와 2001년 영국의 기독교 치료공동체 켄워드 트러스트를 보름간 방문하고 돌아와 2002년 4월 1일 대전 성남동에 기독교 중독치료공동체인 라파공동체를 세웠다. 지금까지 30~40여명의 형제 자매들이 치유되어 새 삶을 찾았다.

기독교 중독치유공동체인 라파공동체. 출처 라파공동체 홈페이지

라파공동체에 입소한 중독자들 10명 중에 완전히 치유되고 회복하는 이들은 2명 정도 된다. 이는 세계적인 치료율이다. 그러나 치료의 불가능성으로 봤을 때 윤 목사는 “기적과 은혜”라고 했다. 그는 “중독이란 병적 현상의 단적인 특징은 중독에 빠진 이들이 그 물질이나 행위를 조절하거나 절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치료가 그들로 하여금 똑같은 중독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누구나 낫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주님께 자기 자신을 다 내어맡기는 믿음이 있다면 누구든지 치료되어 술과 도박을 끊고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결단을 이루어 내는 과정과 그 마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뿐, 치료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중독은 정신병(정신장애)의 일종이며 이상심리에 해당한다. 그들은 술 마시지 않을 때 마치 정상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세밀하게 관찰해보면 정상적 범주를 넘어서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상한 심리정서행동적 증상을 나타낸다. 그들은 심리정서행동적 측면에서 정상인이면서 정상인이 아닌 경계 지점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치유는 어떻게 이뤄질까. 그는 “중독의 치료는 진실된 자기의 치료다. 하나님 앞에 섰을 때, 하나님이 만나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예수를 믿고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면 무조건 낫는다. 그리고 여기서 하는 심리상담치유 프로그램을 잘 이수하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역을 하다보면 천국과 지옥이 이 세상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그곳이 지옥이고 회복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 그게 곧 천국”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나님을 만나는 것도, 치유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윤 목사가 중독치유사역을 하면서 가슴이 아픈 일이야 헤아릴 수 없지만 치유되지 못한 채 떠나는 이들을 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 것이다. “중독자들은 자연사보다 자살자들이 많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빈소에서 장례식을 치루거나 동반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참 마음이 아프다. 이 사역을 하면서 자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의 보급이다. 중독이 더 강력해지고 점점 더 어린 친구들이 인터넷을 통해 중독에 빠진다”며 “인류가 인터넷 때문에 멸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윤 목사가 힘든 이 사역을 20여년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독이 치유되어 새 삶을 찾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제일 오래된 한 형제는 18년째 되는데 그동안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신학을 공부했다. 또 그에게 큰 힘이 되는 이가 장남옥 형제다. 16년 째 윤 목사와 함께인 그는 이곳에서 결혼하고 9살 장한나 양의 아버지이자 윤 목사의 후임으로 함께 훈련받는 중이다. 이취임식은 2020년 4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윤 목사와 함께 16년을 지낸 라파공동체의 후임 장남옥 형제(맨 오른쪽)와 그의 딸 한나 양. 정성경 기자

윤 목사는 라파공동체를 장 형제에게 맡기고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나갈 예정이다. 중독에서 벗어난 회복자들이 함께 예배하기 위해 2004년 세운 사랑과섬김의교회를 담임 목사로,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오직 예수만 주인 되는 공동체인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이하 예수공동체)’를 세워가고자 한다. 그는 “부르더호프공동체나 떼제공동체처럼 철저한 제자도, 무소유 청빈의 삶, 원수를 사랑하는 평화주의를 지향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공동체 주변 20,000여평에 이르는 배후지를 생태농법의 실험장으로 삼아 자연생태농장과 정원으로 가꾸는 일을 통해 경제적 자립도 꿈꾼다. 이미 유정란은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내년이면 8명이 함께 산지 3년이 된다. 예수공동체를 소개하며 윤 목사는 “설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목사는 “중독의 치유는 건강한 가족성을 경험할 때 가능하다. 교회가 가족 같은 공동체가 아니라 가족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에서 탈시설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고아원을 없애면서 크리스천 가정들이 이들을 보듬었다. 교회 낮은 곳으로 향해 가면서 이들의 가족이 된다면 중독자들이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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