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NCCK이홍정 총무, “한반도 평화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인터뷰] NCCK이홍정 총무, “한반도 평화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 김유수 기자
  • 승인 2019.12.2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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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와 사회에 많은 일이 있던 한해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올해 6월에 NCC가 세계 정교회 지역에 평화조약 캠페인을 가졌는데, 그때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했다. 터키는 이슬람 정권에 의해 오래전부터 많은 정교회 신학교들이 문을 닫았는데, 섬에 남은 신학교에 방문하기 위해 배를 타고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넜다. 6월 30일 그 배에서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방문에서 세계 정교회 에큐메니컬 총대 주교인 바돌로메우스 주교와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그분이 “우리에게 무기는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기도와 대화뿐이다. 기도와 대화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그분의 말씀과 동서양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해협에서 접한 깜짝 회동이 굉장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때 하나님께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끝까지 견인해 가실 것이라는 평화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올해 한국교회가 한 일 중 자성해야 할 일과 가장 높게 평가받을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두 가지 큰 암초가 있다. 첫 번째는 지정학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신 냉전구도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의 장벽은 우리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 있는 분단 냉전의식이다. 우리는 촛불 시민혁명이 일어나서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켰음에도 분단의 냉전의식은 아직도 사람들 안에 남아서 진보와 보수가 권력의 이해관계로 맞붙어있는 상황이다. 올해 전광훈 씨를 중심으로 한 극우 개신교 세력의 정치화는 한국개신교 역사 속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남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함께한 행사 중 하나가 4.27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해 가졌던 ‘DMZ 민(民)+평화손잡기’ 운동이다. 이 시민운동을 펼칠 때 개신교회가 주력이 돼서 운동을 펼쳐 나갔다. 또한 한일 무역분쟁 때도 한일 그리스도인들이 양국을 오가면서 한일관계의 화해를 위해서 평화 만들기 운동 벌였다. 이러한 일들은 한국교회가 평화 중재자로서의 잠재력을 잘 보여준 기쁜 일이었다.

교회의 사회참여는 신학의 오랜 과제이다. 시민들은 전반적으로 교회의 사회, 정치 참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교회의 사회,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 교회는 거룩한 하나님 백성들의 공동체고 세상은 타락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분법은 잘못됐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이고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성육신하신 거룩한 공간이며 성령이 지금도 역사 속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성스러운 곳이다. 교회는 그 거룩함의 표본으로서 이 세상에서 부름받은 하나님 백성들의 공동체다. 그래서 하나님의 목회는 기본적으로 교회의 목회가 아니라 세상의 목회다. 기독교의 사회참여는 세상의 권력을 향유하기 위한 참여가 아니라 사회·정치 제도가 올바르게 그 길을 가도록,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사회·정치와 이 세상 속에서 구현하기 위한 참여다. 그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참여라고 생각한다.

 

올해 NCCK가 한반도 평화를 많은 활동을 했다.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데올로기의 경계는 오직 신앙의 차원에서만 넘어설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를 통해서 평화와 사랑의 힘으로 막힌 담을 허무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복음의 능력을 주셨다. 한국교회는 그 능력으로 한반도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평화와 공존의 관계로 재구성하면서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대외정책은 현실정치와 국제주의 이론에 근거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국제정치 관계로는 분단체제를 해체하기 어렵다. 신 냉전구도의 평화에선 한반도가 분단구도로 있어야 한다. 이를 뚫어내는 힘은 오직 신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신앙의 힘은 크게 기도의 힘, 적극적 평화의 힘, 사랑의 힘으로 얘기할 수 있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위탁하신 평화명령을 예언으로 받고 실천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리고 적극적 평화의 힘은 안보 중심의 소극적 분단체제를 넘어서 일상에서 평화를 만들고 평화가 없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힘이다. 우리는 기도의 힘과 적극적 평화의 힘을 가지고 한반도의 분단을 강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볼모로 삼고 있는 제국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죽음의 우상과 생명의 하나님의 대결이다. 우리는 기도의 힘, 적극적 평화의 힘, 사랑의 힘을 원동력으로 현실주의 정치의 한계를 넘어 중국, 러시아, 미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들의 망을 제거해야 한다.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라는 NCCK 정기총회 주제는 어떤 의미인가?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NCCK 계획하고 있는 주요활동이 있다면?

분단과 냉전체제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역사의 끝이 아니다. 분단과 냉전은 하나님의 계약에 반하는 폭력적인 상황이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화해하고 치유되어 생명이 가득한 한반도를 원하신다.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라는 주제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한반도 평화를 하나님의 명령으로 받고 이에 순명하면서 희망과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 역사를 이뤄나가겠다는 우리의 다짐이다.

이를 위해 내년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세계 종교시민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여 전쟁으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극복하고 모든 사람 안에 있는 평화의 희망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려 한다. 특히 세계평화를 위해 반드시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조약으로 공조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 한다. 이를 위해 세계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1.5트랙 평화회의를 3월쯤에 가지고 세계기독교가 합의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우선 제시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국가와 단체들을 설득해나갈 생각이다. 또한 7월 27일에는 세계평화 운동가들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해서 세계 종교시민사회의 이름으로 먼저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조약 체결을 선포할 계획이다.

내년은 1950년 7월에 있었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6.25 주간에 노근리 국제평화재단과 함께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평화·화해예배를 드리고 평화포럼과 전시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특별히 그 시기에는 볼티모어에서 미국장로교회 총회가 소집돼있다. 그 계기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총회에 초대할 계획이다. 계획이 성사되면 그 기회를 활용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공동의 행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소회를 말해달라.

우선 교회 지도자들이 자기 비움의 영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부지불식간에 탐욕에 노예가 돼 있고, 돈과 권력과 명예의 우상을 섬기고 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철저한 자기 비움으로 자발적인 가난을 살아가고 섬김의 종으로서의 자세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또한 한국교회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해석된 복음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주의적인 이데올로기나 반공주의와 같은 편협한 이데올로기가 마치 복음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가는 무지함에서 계몽돼야 한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복음의 온전함을 이루기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장성하게 자라가는 공동의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 한국교회는 좌우 이데올로기에 포로가 된 교회가 아니라 복음을 가지고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교회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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