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가득한 교회 내려놓고 새로운 사명의 길 걸어갑니다”
“손길 가득한 교회 내려놓고 새로운 사명의 길 걸어갑니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9.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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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가난이 머무는 미래로 스스로 길 떠나는 목회자
조치원읍에 자리한 조치원영락교회. 신동설 목사는 29년 동안 조치원영락교회를 위해 사역해왔다. 조치원영락교회 제공
조치원읍에 자리한 조치원영락교회. 신동설 목사는 29년 동안 조치원영락교회를 위해 사역해왔다. 조치원영락교회 제공

인구 3만 5천 명의 소도시 조치원읍. 소도시만큼 조용한 이곳에서 29년 간 한 교회를 섬겨온 목회자가 12월 마지막 주에 사임한다. 원로목사나 은퇴목사를 하지 않고 후임 목회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새로운 길로 떠나는 이는 바로 조치원영락교회의 신동설 목사다.

약 29년이란 시간 동안 한 교회를, 250여 명의 성도를 섬겨왔음에도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고 스스로 떠나는 신 목사는 ‘세대교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후대 목회자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에, 선배 목회자로서 후임자가 마음 편히 사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의 주변에서는 ‘원로목사로서 은퇴하면 남은 여생, 대형교회 은퇴목사만큼은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텐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낸다. 하지만 신동설 목사와 그의 사모는 이미 모든 것을 교회와 성도들에게 다 주고, 아니 오히려 빚진 자로 12월 마지막 주에 길을 떠난다. 이에 본지는 조치원영락교회로 찾아가 신동설 목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29년간 섬긴 교회에 모든 것 주고 떠나다
신동설 목사가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사역해 온 이력은 아래와 같다.

신 목사의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29년 동안 교회 안팎에서 수많은 눈물과 땀을 흘리면 지금 이 순간까지 오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인가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삶의 언저리에서 지나온 족적을 살펴보니, 감히 상상하지 못할 일들을 감당하며 살아왔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전적인 은혜였음을 깨닫고, 제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인생인가를 매우 잘 알게 됐죠. 그래서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길을 떠날 수 있는 것 입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자신보다 순수한 목회자가 많다고 언급했다. 일생을 수고하고 헌신했음에도 좋은 소리 못 듣고 은퇴하는 이들이 지금도 있다고. 신 목사는 그들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고, 그들이 수고하고 헌신하면서 세운 교회에 더는 의의 분쟁으로 분열되고 상처 입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신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상처 받지 않길 바라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원이며, 이를 위해 사역했던 교회를 아무런 대가 없이 떠날 수 있는 계기”라며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자식들을 위해 제 몸을 주고 떠나는 가시고기와 갑오징어, 해마처럼 저 역시도 다 주고 떠나기 위해 준비해왔고, 또 다 주었으며, 더 주겠노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동설 목사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한 결정이자 내 욕심을 내려놓기 위한 것이니 마음은 가볍다"며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주님께 맡기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조치원영락교회 제공
신동설 목사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한 결정이자 내 욕심을 내려놓기 위한 것이니 마음은 가볍다"며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주님께 맡기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조치원영락교회 제공

신동설 목사는 지난 29년 동안 조치원영락교회 담임목사로, 목회자로 많은 사역을 해왔음에도, 교회를 위한 사임이라며 은퇴비는 절반만 받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 해 결의했던 2021년 본봉 제공에 대한 것도 취소했다.

신 목사는 또 교회 재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그동안 타고 다녔던 차량을 팔고, 판 금액 1,350여 만 원을 교회에 헌납했다. 이 외에도 사택에 대한 십일조와 3년 후 드릴 헌금까지 합하면 약 1억 원의 헌금을 교회에 내고 가는 셈이다.

모든 것을 다 주고 가기 때문에 신 목사는 한 달 동안 살아야 하는 생활비는 약 67만원이 전부다. 그에게는 2020년 운영을 시작하기로 한 기독교 사회·문화 연구소의 임대료와 월세 등의 금전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신동설 목사는 주님의 교회를 위한 결정이기에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했다.

“비록 제 자신은 금전적으로 힘들게 됐지만,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한 결정이자 내 욕심을 내려놓은 셈이니 마음은 가볍습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주님께 맡기고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그저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 ‘제가 가야할 길을 위해 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그의 고백은 감사함과 함께 눈물이 되어 교회 모퉁이 바닥을 적셨다. 기자는 신 목사에게 하나님은 이런 사정을 다 아실텐데, 이렇게 다 내려놓지 않고 교회를 안 떠날 방법은 없었는지 질문했다.

신 목사는 ‘내려놓음’이라고 답한다. 그의 모든 사역들이 어떤 이에게는 스펙인 듯, 자랑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자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목사는 자신의 모든 사역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간 동안에 맡을 수 있던 자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동설 목사는 “29년 간 사역했던 교회를 내려놓는 이유도, 그 동안 제 자신의 외부 사역들로 인해 교우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듯해 결정한 일”이라며 “주변에서는 외부 사역을 내려놓고 교회 목회를 하라고 조언하지만, 외부 사역들 역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사역이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신 목사는 자신이 사역했던 교회를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가 29년 동안 사역했던 조치원영락교회 예배당은 구석구석까지 그의 손길로 지어진 곳이다. 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교회인데도, 오히려 소중한 곳이기에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신 목사는 “조치원영락교회는 제가 몹시 사랑하는 교회이다. 때문에 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회복되고, 부흥해서 주님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존귀한 교회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는 지금까지의 사역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사역들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던 사명자의 삶이었다며, 그렇기에지금처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한다.

“목회자라는 직분은 제가 이루고자 했던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역의 자리들 역시 제가 맡으려고 하지 않았고, 맡은 이후에도 하나님이 내려놓으라는 징조, 혹은 사인이 있을 때 내려놨던 직책들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그저 내려가라는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며, 이것이 사명자의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삶임을 믿고 지금까지 달려왔기에 이렇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신동설 목사의 선택은 오로지 하나님의 교회를 끝까지 사랑하고, 목사란 직분의 올바른 사명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그의 고백이 성직자의 순명인 것이다.

신 목사와의 인터뷰를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실으며 기자는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길을 떠나는 그를 향해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신 목사의 남은 삶은 가난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 곳으로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신 목사지만, 그의 길 뒤로는 신 목사와 같은 선택을 하며 동행하는 동역자들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그저 다른 이들이 신동설 목사의 선택에 기도로 응원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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