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란
  • 권혁률 교수
  • 승인 2019.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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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5배 인상요구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조차 사설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나열하며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을까? 뉴욕타임즈 사설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무임승차 국가가 아니다. 주한미군 유지비 절반을 지불하고, 막대한 무기 예산을 미국에 지출하며, 최첨단 평택기지 건설비용을 90%나 부담했다.

둘째, 주한미군 규모의 부대를 미국에서 운용하려면 훨씬 많은 돈이 든다.

셋째, 주한미군은 미국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실질적 훈련 기회를 얻고 있다.

넷째, 돈만 밝히는 접근법은 해외 미군을 용병으로 격하시킨다.

다섯째, 주한미군은 단순히 한국을 보호하려고 주둔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세계의 최전선이어서 한국에 가 있는 것이다.

여섯째, 동맹을 약화시킨다. 보수든 진보든 정권마다 한·미동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온 한국에서 지금 분노가 일고 있다.

일곱째, 지금은 동맹을 약화시켜선 안 될 때다. 중국과 북한만 좋은 일이 된다.

여덟째, 여러 동맹국이 미국에 갖는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방위비 압박은 동맹에 대한 ‘모욕’이며 ‘루즈(lose)-루즈’ 전략이다.

사실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이고, 더군다나 첫 협상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태도는 동맹을 대하는 자세라고 할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우리 언론이 이런 미국의 압박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했는가? 이른바 진보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비판했지만, 그 비판수위나 꼼꼼함이 뉴욕타임스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른바 보수언론은 트럼프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흔들려 우리나라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것처럼 걱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보도가 조선일보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해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기사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우리 정부가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철수해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적으로 철저히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오보였다.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생각을 달리하고, 그에 따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언론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정부나 정치권의 정책과 행보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과 상식, 정의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방위비 5배 인상압박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피해를 보는 당사자여서만은 아니다. 강대국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나라를 겁박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불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일부 우리나라 언론이 정권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균형을 상실한 보도를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아침, 모 일간지가 ‘미국서도 비판받는 트럼프의 한.미동맹 접근법’이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미국 유력언론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 언론들이 트럼프에 대한 비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느낌이 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권혁률 교수
(성공회대 연구교수,전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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