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이명남 목사 추모시 '시골 목사 이명남'
[독자기고] 이명남 목사 추모시 '시골 목사 이명남'
  • 서덕석 목사
  • 승인 2019.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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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목사 이명남

                                                                                   서덕석

 

태안반도 초입 당진읍에 당진장로교회가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해에 세워져 65해를 맞은 시골교회이다

39살에 8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간 이명남목사는

새벽기도회 인도 하랴, 송아지 낳은 교인네 찾아가 기도해 주랴, 일하다 다쳐 드러누운 교인 손잡아 주랴,

동네방네 일이라도 생기면 얼굴 내미는 등

주일날 예배 외에도 밑도 끝도 없이 일이 닥치는

시골교회를 목회 하느랴 인생 절반을 보냈다.

 

그 와중에 매주 한 두 번씩은 서울과 대전으로

출근하듯 하면서 교회 밖을 섬기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오지랖 넓고 팔자가 늘어져서가 아니라

쓰러진 이 손잡아 주고 아픈 이 등 두드려 주다보니

그게 어느 새 당진 읍내를 넘어서서

대전, 충청으로 그 예 서울바닥으로 멀리까지 간 거다

하나님이 일손이 달려 햇볕에 얼굴 검게 타고

신발에 흙 묻은 시골마을 목사라도 불러서

이 땅이 민주화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시려고 하신 거였다

 

훤출한 키에 미남형으로 잘 생긴 시골목사 이명남이

휴일인 월요일과 기독교회관 목요기도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대전이나 서울행 버스에 오르면

당진 터미널을 지키던 버스운전사 양반들이

“단골손님 이 목사가 있어 우리 회사는 좋고

이 목사 덕분에 나라가 폭삭 망하는 꼴은 면하는가 부다....”

할 정도였다.

 

교단과 학벌, 파벌이 거미줄처럼 얽혀 복잡했던

기독교운동판에서 이명남 목사는

스스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예수파로 자처하며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맨 앞자리를 말없이 지켰다

시골목사 이명남이 그저 꿰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님을

증명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머릿수하나 하나 아쉬웠던 판에

일찌감치 새벽기도를 마치고 올라 와

약속 시간 전에 맨 앞자리를 차지한 이명남을

빼 놓고서 운동이랍시고 할 수가 없었을 터였다.

 

시골목사 이명남의 운동론은 오직 예수의 사랑과

신의와 성실이 전부이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셨으니 우리가 싸우는 저들마저

보듬어 안고 미워하지는 말자는 거였다.

그의 쉬지않는 실천앞에서 차이와 차별과 경계가

허물어져 나갔다.

그의 민주화운동을 극렬 반대하던 몇몇 교인들도

결국 막은 길을 열고 비켜 줄 수 밖에 없었다.

 

80~90년대 한반도 민주화운동의 줄기 찬 흐름에

온 몸을 내 맡긴 시골교회 이 명남목사는

그 모든 순간들을 바라보고 마음에 새기며

하나님께 아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이시여,

이 사회를 구원하시려거든 먼저 민주화 되게 하시고

이 민족을 구원하시려거든 통일되게 하소서 ”

 

모든 짐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으로 불려 간

시골목사 이 명남은 뚜벅뚜벅 당진을 벗어나서

철책선으로 가로막힌 한반도를 가로질러

그와 함께 울고 웃고 춤추던 사람들 사이를 지나

어느 새 하나님 앞에 다다랐을 거다.

온갖 잡탕 엉터리 목사들이 설치는 대한민국에서

시골목사 이 명남, 그는 진짜 목사였다

 

서덕석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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