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그날의 참상에 광주는 다시 울었다
39년 전 그날의 참상에 광주는 다시 울었다
  • 김농률 지역기자
  • 승인 2019.12.1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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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져 온 5.18 비공개 사진 공개
보안사 생산 사진첩 13권 1,769매
군 피해, 시위대 과격성 집중 부각
집단발포한 5월 21일 자료 안보여
1~4권 누락, 17권 이후 행방 추적

5·18민주항쟁 당시 보안사가 생산한 ‘5·18 사진첩39년 만에 국민 앞에 공개됐다.

지난 3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기념재단, 대안신당은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이 사진첩에 대한 대국민설명회를 가졌다.

사진첩은 5·18 당시 보안사가 생산하고 2018년 국가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것으로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국가기록원을 통해 복사본을 공개한 것이다. 사진첩은 국방부 특별조사 과정에서 조사위원들에게 공개됐지만 국민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월 18일 오후. 시위학생들을 연행하는 계엄군  -박지원 의원실 제공.
5월 18일 오후. 시위학생들을 연행하는 계엄군 -박지원 의원실 제공.

 

수록된 사진 전반은 소요 폭동으로 인한 피해상황과 시위대의 과격성을 집중 조명하는 데 할애했다. 투석 장면, 시위대 무장, 군경의 사상 모습 등이 대표적 예다. 그리고 재판장면과 아시아자동차 군납차량 피해상 등은 특히 보안사가 직접 주도해 찍었으며 모두 컬러다.

사진첩 목록을 보면 5권은 방산물자 납품실적과 피해상황 6권은 광주사태 진압 주요지휘관(소준열, 박준병, 최세창, 신우식, 최웅) 외 소요사태 장면 7권은 80.9.12~10.25 4주간 50명씩 14회 재판, 사형 5명 등 광주사태 재판 장면 8권은 광주사태 사진자료, 정훈활동일지 9권은 김대중 범죄개요 외 광주사태 관련사진 10~13권은 광주사태 관련사진 14권은 차량(민수 승용차 소방차 트럭 등) 피해, 시설 및 기타 피해 15권은 군용장갑차 등 아시아자동차 피해상황(모두 컬러) 16권은 광주사태와 서울지역 학생데모 17권은 광주사태 관련사진으로 분류되어 있다. 13권부터는 사진설명이 안 되어 있고, 16, 17권은 중복된 사진이 많다.

아시아자동차 피해사항을 나타내고 있는 5권과 15권은 정보 당국이 문건보고시 증거제출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며, 대파 중파 소파로 분류해 군용차량 톤수에 따른 용도별 폭도 사용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간 시위대가 사용한 장갑차는 차륜형으로 바퀴가 달려있는 CM6614 경장갑차(KM900)로 아시아자동차에서 획득하여 사용했으며 계엄군이 시위진압시 사용한 장갑차는 M113계열 장갑차로 케터필러(caterpillar) 즉 궤도형 장갑차이며, 바퀴달린 차륜형 장갑차는 사용하지 않았다.(KM900:이탈리아 피아트사가 개발한 차륜형 CM6614 장갑차를 1970년 후반 아시아자동차에서 면허 생산한 차륜형 장갑차)

그런데 1권부터 4권의 행방이 묘연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1권부터 4권에 대해서 정부에 공식적으로 질문을 했는데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첩에는 1,769(중복포함)의 사진이 수록돼 있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이뤄진 1980521일 오후 1~5시까지의 자료가 없다.

5·18기념재단 자문위원 이성춘 교수(송원대)“1~4권 뿐만 아니라, 17권 이후 사진첩과 자료집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재 확인을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첩의 존재는 2017년 국방부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 의혹조사위원회의 기무사 방문에서 알려졌으며, 당시 사진첩 13권은 추가 공개된 기무사 소장자료(검출값) 26권과 함께 국방부위원회에 제출되었다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

사진첩에는 공식 문서제목이 없다. 사진첩의 권별 표제는 <증거물사진 393-1980-5> 등으로 앨범표지에 붙이고 있다. 표제의 뒤쪽 숫자는 보안사 소장문서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 제출된 문서들은 383-1980-××× 등으로 명명되어 있어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국회특위 제출용은 383-1988-×××) 정확한 문서명을 알아내면 미공개 된 1~4권을 추적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요폭동으로,

연루자들을 폭도로 처벌키 위해

보안사가 입증자료용으로 만들어

사진은 보안사 및 군부대가 직접 찍은 것만 아니라 국내 신문기자와 외신이 찍은 것을 망라하고 있다. 사진의 출처는 광주 및 서울의 신문사와 광주 소제 현상소 등에서 압수수색하거나 강제 제출받은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광주전남지역 505보안부대에서 회수하여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가 국군보안사령부 공문지시로 505보안부대에서 분석 중인 사진 전부를 보안사령부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부대나 편의대가 노출된 사진은 제거한 것으로 보이며 511분석반에서 관련 사진 일부를 파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진첩의 제작 목적은 엘범표제와 목차 하단에 적힌 <증거자료>가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은 합동수사본부를 지휘하고 있는 보안사의 3처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요폭동으로 규정하고 연루자들을 폭도로 몰아 처벌하기 위한 입증자료용으로 수집해 만든 것이다.

사진첩의 공개된 부분은 광주사태 진압지휘관(전남계엄분소장 소준열, 20사단장 박준병, 3여단장 최세창, 7여단장 신우식, 11여단장 최웅) 5명을 선별 수록하고(6), 폭동의 잔혹성, 광범위한 피해상황, 군경 피해 및 사상자, 상황 수습을 위한 계엄당국의 선무노력(정훈활동일지)을 집중 부각했다.

9권에 수록된 김대중의 범죄개요는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방향 및 향후 재판의 종결방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재야측에 홍남순, 학생측에 정동년을 주모자로 놓고 수괴자리에 김대중을 설정했다. 이후 전두환 신군부는 내란수괴 김대중이 최규하 대통령의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하려는 음모를 시도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980년 당시 보안사는 부대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처(최예섭), 군사동정을 다루는 보안처(정도영), 민간정보를 다루며 언론통폐합을 주도한 정보처(권정달), 사령부 및 예하부대들의 인사를 다루는 인사처(허삼수)가 있고, 그 외 대공처(이학봉)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대공처는 3처로 불렸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평시 대공첩보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1980년 당시 계엄법 아래에서 합동수사본부 지휘를 이 3처에서 담당했다. 대공처에는 이학봉이 직접 관장하는 대공수사과 외에 군 인사 동태를 수집하는 대공과(홍성률 대령)와 각종 공작을 전담하는 공작과(최경조 대령) 3개 과가 있었으며, 모두 140명에 이르는 소속직원을 거느린 대조직이었다.

대공처 소속 홍성률, 최경조 대령은 5·18 당시 광주에 내려와 있으면서 이학봉에서 전두환으로 연결되는 보고체계 속에서 광주에서 실행한 공작활동과 수집한 정보들을 직보했다(19955·18 사건수사기록. 이학봉 홍성률의 진술조서). 보안사 기회관리처장 최예섭(준장)51717:30부터, 홍성률은 2008:00부터, 최경조는 22일부터 광주에 내려가 진압이 완료될 때까지 체류했다. 광주에 도착한 홍성률은 곧바로 시내에 잠입하여 첩보 수집을 하고 다음날 21일부터는 시내에 은거하며 시위대의 위치, 무장상황, 이동 및 공격상황, 수습대책위원회의 동정 파악을 실시하고 68일 보안사로 복귀했다.

보안사 대공처장 이학봉은 보안사령관 전두환으로부터 517일 정오, 소요 배후조종자 검거 지시를 받아 22시를 전후해 광주 505보안부대에 수행명령을 하달했다. 이학봉은 27일 광주에 내려와 수습책을 의논한 후 최경조 대령에게 수습지침을 시달했으며 68일 보안사로 복귀한 홍성률을 통해 광주 상황을 전두환에게 종합보고했다. 그가 전두환 정권에서 민정수석이 되는 910일까지 행한 주 임무는 광주에 차려진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상황을 진두지휘하고 518사건을 일단락 짓는 일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보안사 5·18사진첩은 그 자체만으로는 5·18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진실의 단서를 추적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설명회에서 연구자들은 사진첩을 진상규명에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사항으로 제작인원 및 분실됐다고 판단되는 사진첩의 추가 확인 505보안부대에서 획득한 사진자료 행방 추적 사진 보존자료 관리 추적 17권 이후 추가 사진첩이나 자료 확인 사진첩의 일정별, 지역별, 부대별 등 종합분석을 통한 진상규명 자료 및 연구용 관리 등을 제시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5·18 진상규명을 위해 더 많은 증언과 자료들이 나와주기를 바란다이번처럼 비공개 자료들을 적극 발굴해서 많은 국민들이 더 쉽게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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