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밥집이 아니라 '예배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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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수 기자
  • 승인 2019.11.2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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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밥퍼봉사단체 ‘참좋은친구들’
1989년부터 서울역에서 밥퍼봉사
노숙인에게 복음전파 위해 헌신

 

저희의 비전은 헐벗고, 주린 자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참좋은친구들에서 예배 후 노숙인에게 식사를 전하는 봉사자들. 김유수 기자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전국 노숙인은 1만1340명이다. 노숙인 중 ‘문제성 음주자’로 분류되는 노숙인은 전체의 70%에 달했고 52%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을 조사됐다. 노숙인 대다수는 대도시에 몰려있으며 서울의 노숙자는 3,400여 명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그 서울의 얼굴인 서울역에서 30년 가까이 노숙인의 ‘참 좋은 친구’가 되어 노숙인 사역에 힘쓰고 있는 단체가 있다.

서울의 심장인 서울역 옆 서울로를 공중산책 하다 보면 저 낮은 곳 십자가 아래 ‘무료급식소’를 품고 있는 ‘참좋은친구들’ 간판이 내려다보인다.

(사)참좋은친구들(이사장 신석출 장로)의 시작은 노숙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범곤 목사가 1989년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시작한 무료급식 사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사랑선교회’와 ‘사랑의등대’라는 이름을 거쳐 2013년 법인으로 설립된 참좋은친구들은 30년째 노숙인 사역에 헌신해왔다. 참좋은친구들은 하루 400여 명의 노숙인들과 예배를 드리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숙인들에게 목욕, 진료, 숙소를 제공하며 그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참좋은친구들의 노숙인 사역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서울역에서 동사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구걸하는 노숙인도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적지 않은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가정으로 돌아갔다.

참좋은친구들은 노숙인 사역뿐만 아니라 불우이웃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사역을 진행해왔다. 또한 태풍 매미 피해현장, 태안 기름 유출현장과 파키스탄 지진현장, 미얀마, 필리핀 태풍피해현장 등 국내외 재난현장에서도 무료급식으로 봉사했다.

참좋은친구들은 주5일 큰 나무 십자가가 높이 걸린 예배당에서 아침, 저녁으로 400여 명의 노숙인들과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나눈다. 식사가 모자란 노숙인들을 위해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한다고 그 영양과 위생이 부실할 것으로 예상하면 오산이다. 모든 식사는 전문 영양사 직원이 영양을 고려해 준비하며 식재료에 단체의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위생에도 굉장히 큰 공을 들인다. 모든 봉사자들도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봉사에 임하며 조리시설과 식기세척기도 모두 일반 대형식당에서 사용하는 위생적인 장비를 사용한다.

참좋은친구들은 노숙인들에게 식사뿐만 아니라 이발, 진료 및 처방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목욕시설을 개방하고 치약, 비누, 수건, 의류 등도 제공한다, 무더위와 강추위 가운데 갈 곳 없는 노숙인을 위해 냉난방을 유지한 채 예배당을 개방하며 개방 중 성경필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노숙인들이 복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재작년엔 온누리교회와 연계해 30명의 노숙인이 세례를 받기도 했다.

참좋은친구들 간판. 김유수 기자
참좋은친구들 간판. 김유수 기자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25:35~45)

지금도 넉넉하다 할 수는 않지만, 참좋은친구들이 여기까지 자리 잡기까지 위기와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노숙인의 아버지라 불렸던 김범곤 목사가 갑작스럽게 소천한 이후 참좋은친구들은 큰 변환점을 맞았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사역을 처음 시작한 김범곤 목사는 젊은 시절 사업 실패 후 방황하다가 독실한 신앙인이던 아내의 권유로 부흥집회에 참여한 뒤 예수님을 만났다. 이후 김 목사는 1989년부터 서울역 노숙인에게 무료급식을 나누며 복음을 전했고 그의 사역에 동역한 이들의 도움을 통해 '예수사랑선교회'와 '사랑의등대'을 거쳐 2013년에는 사단법인 참좋은친구들이 발족했다. 참좋은친구들의 발족 이후 김 목사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숙인 사역에 앞장서며 사역을 체계화해 나갔다.

하지만 참좋은친구들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다. 2015년 김 목사가 필리핀 태풍피해현장 봉사 이후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려진 것이다. 뇌출혈로 쓰러진 김 목사는 이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노숙인 사역에 중심이었던 김 목사의 소천으로 인해 참좋은친구들은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누가 시설을 이끌어 갈지 막막했던 그때, 당시 후원회장이었던 신석출 장로가 책임지고 시설을 맡겠다고 나섰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왔던 신석출 장로는 사회 여러 곳에서 섬김과 나눔을 나누던 중 2009년부터 참좋은친구들과 함께해 후원부장으로서 기도와 물질, 자원봉사 등으로 헌신해왔다. 단체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신 장로의 결심 이후 참좋은사람들 임원진은 곧바로 임시총회를 열어 신 장로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그의 이사장 취임 이후 참좋은친구들은 큰 변화를 맞았다.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숙소를 정비했고 샤워시설과 기계시설도 확장했다. 식당에도 대형 조리기계와 자동세척기가 설치됐다.

현재 참좋은친구들은 후원금과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노숙인시설은 복지시설로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종교시설임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 시설들이 십자가를 떼고 국가지원을 받는 복지시설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신 장로는 세를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에도 ‘참좋은친구들은 밥을 주는 복지시설이 아닌 십자가 아래에서 예배드리는 장소’라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그는 힘든 여건에도 사비를 들여가면서 강직하게 예배당의 십자가를 지켰다.

참좋은친구들 이사장 신석출 장로. 김유수 기자

 

이같이 참좋은친구들이 지자체의 지원 없이도 다양한 사역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노숙인 사역을 돕는 개인과 교회와 병원, 기업들의 후원과 봉사 덕분이다. 현재 30여 교회와 30여 기업, 20여 학교와 단체들이 참좋은친구들가 함께하고 있다. 소망교회와 온누리교회의 의료선교부, 순천향대학교병원, 기독교의료선교회가 번갈아 가며 방문해 의료봉사로 노숙인들의 건강을 체크한다. 최근 의료봉사 중 다리가 썩어가는 한 노숙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순천향대학교병원이 노숙인의 치료와 재활을 모두 지원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의료봉사중인 소망교회 의료선교부. 김유수 기자

기업 후원도 사역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엔 3년간 호스피스 사역지에 기부해오던 알에스코(김재호 대표)라는 침구제조업체가 올해는 노숙인 사역을 돕고 싶다며 5천만 원 상당의 이불 5,000kg을 기부했다. 기부한 이불은 교회를 거쳐 후원금과 노숙인을 위한 겨울 물품으로 전해졌다.

참좋은친구들에는 헌신으로 시작돼 12월 2주년을 맞는 성가대도 있다. 2017년 12월 염산교회 이경희 권사는 노숙인들에게 찬송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성가대를 시작했다. 처음엔 이 권사가 반주와 지휘를 모두 맡았고 한두 명의 찬양대로 진행 예배도 많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는 성가대원들이 더하셨고 작년부터 폴란드 피아니스트인 쿠프카 피오트르(Kupka Piotr) 이화여대 교수가 건반봉사에 참여했다. 이제 참좋은친구들 성가대는 매주 10명 정도가 모여 찬양하는 어엿한 찬양대의 모습을 갖춘 성가대는 작년 창립 1주년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올해 2주년을 맞아 색소폰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연습중인 참좋은친구들 성가대. 김유수 기자
연습중인 참좋은친구들 성가대. 김유수 기자

 

겨울을 맞아 노숙인 사역을 위한 손길들이 모이고 있지만, 참좋은친구들은 재정 문제를 최근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참좋은친구들 이사장 신석출 장로는 “최근 불경기로 인해 3,000~ 5,000원을 후원하는 소액 후원자들의 후원이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노숙인들에게도 예전에는 꿈과 소망,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참좋은친구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지만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나눔이 노숙인들에게 기쁨과 소망을 줄 수 있다”며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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