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호] 김장김치
[75호] 김장김치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11.20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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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어떻게 김장에 들어갈
양념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챙기셔서
창조하셨는지 정말 놀랍다."

김장철이 왔다. 그런데 주부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올해는 세 번이나 들이 닥친 태풍으로 인해 김장채소를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고랭지 채소밭은 잦은 비에 주저앉고 녹아내렸다.

김치는 세계인의 표준 발효식품이다. 2006년 세계적 권위지『Health』지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 한국의 김치, 일본의 낫또, 그리스의 요구르트, 스페인의 올리브 오일 중에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인공적이지 않고 밭에서 얻을 수 있는 배추에, 마늘, 고춧가루, 생강, 파, 무 등의 천연재료를 가미해서 발효시킨 김치의 역사는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시대의 김치류에는 지금과는 달리 고춧가루나 젓갈, 육류를 쓰지 않았다. 소금을 뿌린 채소에 천초,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만 섞어서 재워두면 채소에 있는 수분이 빠져나와 채소 자체가 소금물에 가라앉는 침지 상태가 된다. 그래서 '침채'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게 되었다.

조선 중중 때의 『벽온방(僻瘟方)』에 "딤채국(菹汁)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 하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저(菹, 김치)'를 우리말로 '딤채'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국어학자 박갑수는 김치의 어원에 대해, '침채'가 '팀채'로 변하고 다시 '딤채'가 되었다가 구개음화하여 '김채', 다시 '김치'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치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정작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섭취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젊은 세대들이 김치보다는 반 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추세이다 보니 김장을 하는 가정도 줄어들고 있다. 20여 년 전에만 해도 11월이 되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김장에 관한 뉴스를 수시로 내보냈다.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의 골목에서도 주부들이 대문을 열어 놓고 김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김장하는 날이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날’ 이상이었다. 1960년대에는 요즘과 다르게 11월 중순만 해도 냇가 얼음이 꽁꽁 얼었다. 집집마다 수도나 우물이 없던 시절이라서 리어커나 달구지에 소금에 절인 배추를 싣고 냇가로 나간다. 본격적으로 절인 배추를 씻기 전에 모닥불부터 피웠다.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이라 칼바람과 맞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얼음장 같은 찬물에 소금 절인 배추를 씻다 보면 손가락이 얼어 버려 감각이 없어진다. 모닥불에 언 손을 쬐이며 어느 누구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내 가족에게 먹일 김장을 한다는 생각에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집주인을 비롯한 몇몇 이웃들은 부지런히 무를 채 썰고, 쪽파도 듬성듬성 썰고, 생강이며 마늘을 찹쌀풀죽으로 반죽을 한 고춧가루와 섞어 김치 속을 만들었다.

김장을 하는 집 마당에는 이웃집 할머니며, 학교 갔다가 온 아이들이며,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들까지 들러서 구경을 했다. 추수를 하는 날처럼 하얀 쌀밥을 한다. 커다란 양푼이나 바가지에 쌀밥을 고봉으로 퍼서 가운데 내놓았다. 반찬 없이 그냥 먹기만 해도 입안에서 녹아 버리는 쌀밥에 김장김치를 쭉 쭉 찢어 먹으면 끊어질 것처럼 아픈 허리의 통증도 사라져 버린다. 요즘에 김장을 하면 수육은 기본이다. 그 시절에는 잔치나 생일, 제삿날이나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따뜻하게 데운 술과 김장김치는 환상의 궁합이라고 한다. 김치를 넣는 사이사이에 무를 손바닥 크기로 썰어서 넣는다. 겨울에 대접 수북하게 무를 담아서 내놓으면 형제들끼리 경쟁을 하듯 젓가락으로 한 개씩 쿡쿡 찍어 가져온다.

김치를 가득 채운 항아리에 뚜껑을 덮고. 뚜껑 위에 볏짚으로 엮은 이엉이나, 가마니를 덮는 것으로 김장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김장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어도 노인들끼리 사는 집안이나, 형편이 어려워 김장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집에 몇 포기씩 나누어 준 빈 그릇을 물에 씻는 것으로 김장은 끝난다. 문밖에는 찬바람이 서걱서걱 울어 대고 있거나, 눈이 싸륵싸륵 내리고 있어도 김장김치가 밥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저녁밥상은 유난히 푸짐해 보인다. 먹음직스럽게 양념이 된 김장김치를 쭉 찢어 밥 위에 얹어 먹노라면 얼굴이며 입술이나 옷에 양념이 묻기 마련이다. 그 모습이 우습다고 깔깔거리면서도 숟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겨우내 먹고 난 김치로 만든 부침개며 찌개, 만두 등은 또 다른 별미다. 맛있는 김장을 하려면 하나님께서 적당한 햇볕과 적당한 비, 적당한 온도 등을 내려주셔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김장에 들어갈 양념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챙기셔서 창조하셨는지 정말 놀랍다. 김장 하셨나요?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NCCK감사

CBS방송국 전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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