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신이 머물다 간 순간
샌드위치, 신이 머물다 간 순간
  • 박형철 교수
  • 승인 2019.11.2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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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밥도 거르는 백작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샌드위치의 유래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그런데 그 샌드위치를 보고 있자면 현대인들의 단면이 겹친다. 너무 바빠서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샌드위치를 비롯한 편의점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혼밥, 혼술, 혼영)이 아무렇지 않은 요즈음 우리들의 모습. 2016(~7)년 드라마계에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한 드라마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외로움과 그 상징인 샌드위치의 이미지에 따뜻한 반전을 덧입힌다.

드라마 도깨비 중 한 장면. 출처 tvn
드라마 도깨비 중 한 장면. 출처 tvn

우리나라 신화의 한 면을 재해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도깨비>에는 많은 상징들과 신학-신앙적인 꺼리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도깨비,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그리고 절대 신까지 신적인 존재들의 역할과 대사 등을 통해 삼위일체를 비롯한 신학적인 부분들을 얘기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신이 삶에 던지는 질문으로서의 운명과 대답, 인간의 선택과 희생 그리고 절박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적과 은혜 등 삶의 실존과 신앙적인 부분들을 나눌 수도 있다.

그 중에서 오늘 소개할 상징이 바로 샌드위치이다. <알라딘>의 램프요정 지니가 3번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도깨비도 도깨비 신부에게 3번(?)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특히 절박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샌드위치는 귀한 생명을 살리고 기적을 완성하는 아름다운 매개체가 된다.

작품 속 1968년 파리, 의붓아버지의 끊임없는 폭행으로 자살을 기도하고 결국은 가출하려는 입양소년 앞에 나타난 도깨비는 샌드위치의 기적을 선사한다. 이를 계기로 아이는 변하고 성장하여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가 된다. 죽음을 맞이한 그는 하늘나라로 가기 전 망자의 찻집에서 마지막으로 도깨비를 만난다. 그리고 그 둘의 대화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기적의 순간을 잊지 못하거든요.” “알지..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놓은 것처럼..”

눅17장을 보면 예수님이 10명의 한센병자를 고쳐주신다. 그런데 1명만이 돌아와 감사를 표한다. 10명이 동일하게 신을 만나고 기적을 경험했다. 그런데 감사한 이는 사마리아인 1명뿐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기적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기적의 순간 구원의 감격을 느꼈고 그래서 이를 첫사랑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은혜에 감사로 응답하는 삶을 살고 있나?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되돌아본다. 혹시 감사 없이 돌아가 버린 9명 중 1명은 아닐까? 기적과 은혜는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적을 경험하고 추억인 양 기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 받은 사람 ‘답게’ 사는 것이다. 하나님이 있는 걸 안다고, 또 도와달라고, 기도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 이후의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샌드위치 값을 갚으며 살아가려 노력한 파리의 소년처럼.

드라마 도깨비 중 한 장면. 출처 tvn
드라마 도깨비 중 한 장면. 출처 tvn

재미있으면서 의미심장한 또 하나의 대화: “수학문제 답 4라고 알려줬는데 2 그대로 적었더라?” “전 아무리 풀어도 2더라구요. 그건 제가 풀 수 없는 문제였어요.” “아니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인생은 네 선택만이 정답이다.” 기적 속 또 하나의 기적을 수혜 받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판단과 의지로 오답을 선택한 소년, 그리고 그런 소년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고 말하는 도깨비 둘 다 멋있다. 우리는 어떤가, 만일 시험문제 답을 알고 있다면? 무한경쟁의 직장에서 누군가 나에게만 승진의 방법을 알려줬다면?

살다보면 우연히든 어떤 이유에서든 내게만 그런 답이 주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세상은 그 답을 쓰라고 말한다. 그때 정답을 쓰고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100점짜리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음에 걸리고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기에 오답을 써 내는 용기를 발휘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믿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는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는가? 예수님의 삶과 선택을 믿고 그것을 본받아 행하며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 결국 신앙이란 올바른 선택의 삶 아닐까?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던 예수님 같이 멋지게 살고 싶은 건 나만의 로망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 도깨비가 읊조리는 대사에는 기적에 대해 적혀있다: ‘누구에게나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가는 순간이다.’ 우리가 신의 섭리, 은혜의 구원이라고 부르는 기적을 경험한 자들이라면, 이제는 절박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샌드위치를 건네며 그 값을 갚아가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기적의 존재를 넘어 이제는 기적의 주체가 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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