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커피에 빠진 이유
목사가 커피에 빠진 이유
  • 김지운 지역기자
  • 승인 2018.03.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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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 은혜, 받은 선물 공유하는순천 Amor Dio
아모르디오 전경
아모르디오 전경

요즘 세상은 목사라서 믿기 어렵다고들 한다. 이에 반해 목사가 사장이라서 믿을 수 있다는 카페가 있다. 유‧불신을 떠나 찾는 고객이 “목사님”이라고 인사하고 “반갑습니다”로 답례하는 사장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하나님의 사랑이란 뜻을 품은 아모르 디오. 가게 이름처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졌고, 깊게 배인 향과 맛에 한 마음으로 통하는 통로가 되었다. 전도해야 한다는 목적을 갖지 않아도 어느새 하나가 된다. 관계전도의 ‘스킬’을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문을 열어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커피와 효소가 결합해 코리아스타일 발효커피가 탄생한 것처럼, 신자와 불신자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로 탄생한 소통과 화합의 공간 카페 ‘아모르 디오’가 전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문부갑 목사와 신현연 사모. 두 부부가 만들어내는 것은 커피 뿐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다.
문부갑 목사와 신현연 사모. 두 부부가 만들어내는 것은 커피 뿐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다.

실패한 개척교회, 오히려 다행이다

“욕심도 없고 모자람도 없고 나 이대로 떠났으면 좋겠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내가 죽으면 누가 아픈 아내를 돌보지?”

카페사장 문부갑 목사는 10여년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문 목사는 책을 읽을 때는 습관처럼 지면에 무언가를 꼭 적어 놓는다. 어느 날인가, 버겁기만 한 하루 일과를 겨우 마치고 늦은 새벽 자리에 누워 토마스 아 캠피스(Thomas A Kempis)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펼쳐 보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그의 눈에 들어온 글귀가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며 눈물을 훔친다.

문 목사는 고흥 나로도에서 섬 목회만 20년을 했다. 개척에 대해 고민하다 지금의 순천시 연향동에 빚을 내 팔마제일교회를 건축하고 육지목회에 뛰어들었다. 개척 후 10여 년 동안 안 해본 것이 없었다. 냉혹한 현실은 기도와 말씀에 전념할 수 없게 했다. 매달 건축하면서 대출받은 은행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또 일반 교회에서 하던 전도를 통해서는 복음 전달이 어렵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영어 학원. 하지만 실용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주변에는 영어 학원들로 넘쳐났다.

결국 영어 학원을 접고 뛰어든 것이 노인 복지센터다. 문목사와 신현연 사모는 방문요양과 목욕을 통해 지역 주민을 섬기기 시작했다. 무리했던 탓일까? 1년이 지나면서 문 목사 부부는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노인복지센터도 그만 두어야 했다. 그러나 매달 꼬박 꼬박 찾아온 은행 이자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였다. 교회 1층에 있던 복지센터를 닫고 세를 주어야 했던 이유다. 또다시 시작한 아동센터, 이마저도 접어야 했다.

많은 교회들이 교회 성장을 위해 선택했던 것들을 모두 시도해보았지만 실패했다. 문 목사는 이 실패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한다.

“개척하고 교회로 바로 세워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에요. 말씀 중심을 말하지만, 사람들의 인생을 모르는 영혼 없는 설교자가 될 수도 있었잖아요. 실패 속에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빚이라는 무서움을 알고 고달픈 인생의 기나긴 한숨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어려운 환경이 애타게 간구하는 소망의 영혼을 보고 품을 수 있게 단련시켜 주었습니다”

매장 한켠에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가 적혀 있는 액자가 있다. 문 목사 부부의 인생이 담겨진 글귀다. 아래에는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적어 놓은 여러 사연들. 이곳은 영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목회현장이다.
매장 한켠에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가 적혀 있는 액자가 있다. 문 목사 부부의 인생이 담겨진 글귀다. 아래에는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적어 놓은 여러 사연들. 이곳은 영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목회현장이다.

 

빚 없이 한 끼 식사할 수 있다면 행복

“행복이 무엇일까요?”

문 목사가 뜬금없이 물었다. 무엇이 행복일까? 고민하던 기자에게 “저희의 행복은 빚 없이 한 끼 식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문 목사가 한 마디씩 던지는 말들 속에서 감동을 받고 힘을 얻는다. 사람과 삶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문 목사는 이것을 영적인 소통이라고 했다. 소통은 또 다른 설교가 되어 깊은 울림이 되고 사랑의 공동체는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통 브랜드의 가치를 따질 때 상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따진다. 카페 아모르 디오를 한 번 찾은 고객은 영혼의 소통을 통해 만족하고 주변으로 확대하는데 매우 중요한 충성고객이 된다. 전국 각지에서 방문 당시의 감동을 잊지 못해 택배를 통해 주문하는 행렬이 밀려드는 까닭이다.

 

고집이 만들어낸 코리아스타일 발효커피

처음부터 카페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카페였다고 전하는 문 목사.

“절박하니까 뭔 짓인들 못하겠어요. 평소 가깝게 지내던 목사님이 카페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조언하셔서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막상 카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몰랐다. 문 목사에게는 커피 경험이라곤 카츄사로 근무할 때 매일 탔던 게 전부다.

두 부부는 소문난 카페를 찾아 다녔다. 일종의 커피투어였다. 서울, 경기, 충청도를 비롯해 멀리 강원도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문 목사는 더치와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고 “이것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드립 앤 더치 전문점이다. 커피 마니아들이 알아보고 찾기 시작했다. 손님은 커피에도 코스가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핫더치, 핸드드립, 와인잔에 나오는 커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카페는 가득차기 시작했다.

어느 날 순천제일대 백승한 교수가 건강 효소음료처럼 효소커피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 평소 신 사모의 건강을 걱정하던 문 목사가 발효커피에 몰두하게 된 계기가 됐다.

“레시피가 없으니까 기도해야죠. 기도하고 책보면서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배합을 어떻게 해야 하나, 효소는 어느 포인트 지점에서 시작을 해야 할 것인지, 온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그릇에 담아야 하는지, 숙성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 모든 부분을 직접 연구하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주관적인 맛으로는 안됩니다. 객관적인 맛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1년 만에 맛과 향, 두 가지를 담아낸 커피 ‘자이모 엔 커피가 처음으로 태어났다. 한 번 만들어진 발효커피는 다섯 종류로 늘어나 상표특허까지 마친 상태다.

“발효 온도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온도를 찾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어느 날 마음 가운데 특정 온도에서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어요. 발효 포인트가 되는 온도. 간절한 기도 가운데 이루어진 응답이었습니다”

문 목사는 고집이 강하다. 아니 장인 정신이라고 해야 옳다. 수제만을 고집하는 문 목사는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도전한다. 지루하고 고단한 일정도 찾는 손님을 위해서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커피가 ‘블랭로조’다.

보통 커피는 발효하는데 보름, 숙성까지 하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커피와 식초가 배합된 ‘발사믹’은 비율 맞추고 제조하는 데 두 세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잔여물을 빼내기 위해 천 번 이상 교반 작업을 거쳐야 깔끔한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숙성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이 두 발효과정을 거쳐 갈대를 조청 굽듯이 삼일 정도 고아야 한다. 보통 집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갈대와 장미의 향이 나는 ‘블랭로조’는 순천 갈대와 맞물려 지역을 대표하는 제품이 됐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감동과 행복이 공존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일구어낸 아모르 디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감동과 행복이 공존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일구어낸 아모르 디오

두 가지의 꿈

“세상사는 이야기 편하게 대화하고 편한 시간 가지고 맛으로 감동 받고, 음악으로 충전되고 행복을 느끼고 가면서 다시 올게요 하는 손님들을 보면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시 올게요. 이 말이 정말 좋습니다”

문 목사 부부는 성서적인 카페를 꿈꾸었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카페를 이루었다. 그리고 두 부부는 또다시 꿈을 꾼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모두에게 돌려 주고 싶어서다.

“미팅 처치(meeting church)와 커피 와이너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문 목사는 가장 먼저 미팅처치를 꼽았다. 각 지역마다 ‘효소카페교회’가 있다면 전국적인 거점이 될 수 있고,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면 교회가 세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문 목사. 그래서 교회 이름을 ‘만나는 교회’로 지었다. 그 안에서 하나님과의 만남,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을 꿈꾼다.

두 번째는 커피 와이너리를 만드는 것이다. 재료실과 체험실 등이 구비된 와이너리를 통해 세계적 브랜드로 세워질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또 일본 교토대학 물리학 교수가 자이모 커피를 맛보고 “이것은 보약이다”며 감탄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살아 있으니까 극복이 됐다는 문 목사. 서해 갯벌에서 피어낸 블랭로조처럼 죽음과 절망을 딛고 일어선 두 부부는 그리스도의 맛과 향을 모두에게 전하는 이 시대 사명자다.

“아모르 디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식이 됩니다. 깊은 맛과 향을 통해 하나님을 은근하게 알릴 수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그리고 행복 합니다”

비전을 공유하고 나눌 동역자를 언제나 환영한다는 문 목사. 머지않아 그와 함께 꿈꾸는 사역자들을 통해 침체되어 가는 한국교회에 맛과 향을 제공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마5:19)"

맛과 멋을 아는 사람들의 카페 아모르 디오는 전남 순천시 팔마1길 9-53에 있다. 주변에 순천만 정원과 드라마촬영장이 있어 접근이 쉽다. 문의 061-727-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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