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자리, 피 말리는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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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은주 기자
  • 승인 2019.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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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총회기구, 개혁인가? 개편인가?
내년 3월까지 별정직 인선, 5인 소위원회서
심의 후 제1인선위원회에 배수공천 하기로
벌써부터 지원자들 로비·경쟁 시작
“총회장, 사무총장 제도부터 먼저 개혁 돼야”
이와 함께 인선 투명성·공정성 우려도
총회본부 기구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형평성·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스펠투데이 DB
총회본부 기구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형평성·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스펠투데이 DB

예장통합 총회본부 기구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몇 년 간 미래 교회와 총회를 위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 결과 102회 총회서 결의한 기구개혁이 제1인사위원회(위원장, 림형석 목사)의 논의를 걸쳐 내년 3월 신임 총무 인선을 마무리하고 실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구개혁인지 기구개편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많다.

총회본부 별정직 인선을 담당하고 있는 제1인사위원회(위원장 : 림형석)는 5일 영락교회에서 1차 회의를 갖고 당연직 위원장에 림형석 직전 총회장, 서기에 조재호 목사를 선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6월까지 인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103회 규정에 따라 업무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내년 3월에는 인선을 마치고 개편된 총회본부로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규칙개정에 의해 별정직 1차 심의를 기존의 실행위원회가 아닌 5인 소위원회가 담당하기로 함에 따라 직전 총회장, 목사 부총회장, 장로 부총회장, 총회 서기, 사무총장 5인이 1차 인선을 통해 각 부서 당 두 명의 후보를 제1인사위원회에 공천하기로 했다. 소위원회에서 공천한 10명은 제1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명을 선정할 방침이며 구체적인 인선 기준과 일정은 오는 12월 5일 2차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총회 기구개혁을 위한 것인지 사람만 인선하는 개편인지 인선 절차와 시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15인의 실행위원회에서 진행하던 1차 인선을 소위원회가 맡게 되면서 인선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와 부서 책임자를 선출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허술한지 총대 다수의 관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구개편 1차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제1인사위원회는 소위원회에서 공천한 두 명 중 한 명을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인선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소위원회 5인이 응시하는 사람들을 어떤 방법으로 뽑을 것인지, 많은 응시자들을 어떻게 추천할 것인지 막막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내년 2월 말까지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안이 나오니까 당황스럽기도 하다. 내년 3월에 총무가 결정되고 난 뒤 통합부서를 새롭게 조직하고 이끌어 가는데 정신이 없다. 내 부서의 총무가 낙선해 없어지면 새롭게 부임하는 부서 위원장들은 업무를 모르기에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면서 “총무들에게는 빨리 인선이 되는 것이 좋겠지만 총회 전체를 보는 입장에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회의 때 얘기가 나오겠지만 이에 대한 사무총장이나 서기는 어떤 대책이 있는지 의논돼야 한다고 본다”며 입장을 밝혔다.

인선 절차와 기준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인사위원들에게 로비하는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로비라는 것이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기에 21명 인사위원들에게 가서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총무들도 곤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가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총회본부 한 총무는 “사무총장과 총무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총무들끼리는 서로 경쟁하는 사이지만 지금까지 함께 고생했던 동료기에 서로 배려하고 협의하면서 품격 있는 기구개혁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좀 더 바라는 것은 교회 축소시대지만 무조건 본부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총회가 노회와 교회를 잘 연계해 이 시대를 극복해 낼 수 있는 기구개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총무는 “인선 기준에 있어서 5개 부서의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분들이 인선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불편할 수 있지만 통합의 과정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자주 바뀌면 혼란이 오니까 결의한 대로 원칙에 의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인선 경쟁이 치열한 경우 제 3의 인물을 영입한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러지 않겠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총대는 “벌써 총회장이 제 3의 인물들로 직원을 뽑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수고한 총무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고 총회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에 외부 인사가 들어오면 효율성과 능률성이 떨어져 총회가 어떻게 운영될지 걱정 된다”고 했다.

또 “총회장은 교회를 대변하는 대의정치를 해야 하는데 서기의 일, 실무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한국교회가 사회의 비난을 받은 지금, 총회를 개혁할 사람들이 자신의 일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총회가 개혁되려면 총회장과 사무총장이 먼저 개혁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간 총회 직원이 사표도 안 쓰고 총무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적이 있다. 규칙부 회의에서 별정직에 응모하는 총회 직원의 사표 처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 인선에서는 절대 탈락한 직원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총회 기구개혁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한 총대는 “총회는 장로교로서 대의정치제이다. 그래서 총회장은 모더레이터, 사회자 대표자다. 사무총장은 총회의 모든 인사, 행정, 실제 사업을 관장하고 집행하는 위치다. 그런데 대략 10여 년 전부터 대형교회 목사가 총회장이 되면서 감독회장이 되고 인사 행정 등 실권자가 됐다. 사무총장 자리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됐다. 그저 총회장 가방 들어주는 자로 전락했다. 더구나 총회장 전임제가 될 경우 앞으로 총회는 깜깜하다. 총회는 총회장만 있고 임원회는 없어졌다. 이게 무슨 총회 개혁인지 미래 교회를 준비하는 것인지 문제가 많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총회 임원이었던 익명의 목사는 “총회 임원은 교권을 재생산하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하거나 개입해서는 안 된다. 개입하게 되면 총회본부는 권력에 줄을 서는 직원들에 의해 정치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회 기구개혁은 ‘인사가 만사이다’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선은 인사 규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있다. 세밀한 인선 원칙과 규정을 필요로 한다. 같은 사무실 공간에서 매일 서로 마주앉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자리는 참으로 불편하다. 하루하루가 그들에겐 피 말리는 시간이다. 총회가 이들을 하나님의 일꾼들로 생각한다면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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