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응시로 완성되는 아름다움
사랑의 응시로 완성되는 아름다움
  • 박혁순 목사
  • 승인 2019.11.0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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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作, 포도나무
김연숙 作, 해바라기

교회 사무실에 갔더니 해바라기를 그린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간사님, 이 그림 뭐지요?” 평범한 실력의 작품이 아닌 것이 느껴져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아, 김OO 집사님이 직접 그린 것인데, 사무실 벽면이 휑하다고 갖다 주셨어요.” 사진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모든 예술 장르를 창작하고 감상하기를 즐겨 하는 나로서는 사뭇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방으로 돌아와 그 김 집사님이라는 분께 전화를 했다. 사무실이 비좁고 답답한데 훌륭한 그림 한 점으로 매우 밝고 아름다워졌다 하며 칭찬과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돌아오는 대답에 자기 이야기가 수북하게 담겨 있다. 60세가 다 되어가는 몇 년 전 느지막이 유화를 배웠는데 근래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는 더욱 칭찬과 관심의 피치를 올렸다. 꼭 그 작품을 보고 싶다고. 나도 언젠가 유화 배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집에도 화가이신 친척분이 그린 그림 한 점이 있다고. “목사님, 제가 대단한 화가도 아니지만 그 그림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집사님이 먼저 제안했다. 식사대접이야 넙죽넙죽 잘 받는 존재가 목사이지만, 이것은 금방 수락할 사안이 아니라 싶었다. “제가 어떻게 그 아끼는 작품을 받을 수 있을까요? 혹시 주시려면 연습용으로 그린 그림이나 한 점 받겠습니다.” 그런데 집사님은 대답했다. “아니,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께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포도’ 그림. 내 교우가 직접 그린 귀한 작품 한 점에 집안 거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김연숙 作, 포도나무
김연숙 作, 포도나무

내 교우의 그림, 자신의 정성과 재능을 한껏 담아 탄생한 그림이 근래 내 마음과 삶에 들어와 행복을 자못 드높이고 있다. ‘포도는 참 신앙적인 소재야. 예수님은 포도나무이며 우리는 가지라고 하셨잖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인데...’, ‘우리 교회가 이렇게 주렁주렁 결실했으면 좋겠군.’, ‘우리 자녀들이 저렇게 인생의 열매를 보았으면 좋겠군.’ 이렇게 나는 그림을 바라볼 때마다 각양각색의 감흥과 즐거운 상념에 빠지곤 한다. 대작이라서? 기교적으로 훌륭해서?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교우가 사랑으로 전달한 작품이라서 그렇다. 나의 이러한 예술관이 가히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작품들을 보다 풍성히 접하고 느낄 터이다. 가령 교회학교 아이들이 괴발개발 그려 발표하는 그림들, 노회 목사님들이 손에 물집이 잡혀가며 조각하여 전시해 놓은 십자가들, 휘청거리는 목소리를 마다 않고 열심으로 준비한 권사님이 소속된 합창단 발표곡들 등등.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가까이 감상과 찬탄을 고대하는 수작이며 대작이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의 마음으로 응시하며 세계와 타자의 삶을 감상한다면 세상에는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들은 더더욱 많을 것이다.

오묘한 계절의 변화,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주변인의 개성들, 고난과 만족이 날줄과 씨줄로 교차되는 우리네 인생을 깊은 연민과 관용의 마음으로 응시할 수 있다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고 깨달을 것이다. 그렇게 확대되어야 할 것이 바로 이 창조의 세계, 우리가 살아내야 할 세상이다. 만약 감상자의 사랑의 응시가 없으면 어떤 대작도, 명작도, 하나님의 창조세계도 저기에 있는 ‘그 무엇’ 정도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우리 안에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감추어져 있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우리 밖의 매개물에 되비추어 올 뿐.

 

박혁순 목사 창신교회 담임 창신대 겸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혁순 목사
창신교회 담임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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