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들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매우 보수적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개신교인들의 사회 현안에 인식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의 보수, 진보 시민들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광화문 시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욱이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보수 기독교 세력을 바탕으로 노골적으로 정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일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사장 윤길수 목사, 원장 김영주 목사, 이하 기사연)이 지난달 31일 발표회에서 제시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인은 정치, 경제, 젠더 등의 사회 현안 분야에서 대체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연의 정치 분야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과반은 자신이 정치적 중도라고 보고한 부동층이었고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보고한 교인이 오히려 보수 쪽보다 더 많았다. 또한 개신교인 5명 중 4명은 전광훈 목사 언행에 부정적이고 우려된다(88.6%)고 보고했고 기독교의 정치적 정당 활동에도 반대 입장(79.5%)을 나타냈다. 정치 분야 발제를 맡은 이상철 목사(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판세를 종합할 때 기독정당의 성적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전광훈 목사에 대해 동의를 보내는 13.4%의 교인들, 기독정당을 지지하는 5.2%교인들의 행보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태극기와 촛불로 첨예하게 갈린 광장의 양극화 속에서 그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기세가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환경, 통일 분야에서도 일반인과 개신교인의 사이에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다만 젠더 분야의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 대해선 비 개신교인에 비해 개신교인들의 반대입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양성평등에 있어 ‘사회적으로 여성이 더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라는 질문에 대해선 개신교인과 비 개신교인의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조사 발표회에서 김영주 기사연 원장은 “일부 기독교 신념으로 촉발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념적, 정치적 갈등의 실체를 밝혀내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자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조사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가치를 제시하고 변화된 사회적 상황에서 개신교와 교인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조사의 의의를 밝혔다.

김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