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와의 위헌 싸움, 이제부터 시작해
노회원 의견 담보할 총대 선출에 신중
전남노회 청원, 호신대생들 성명 발표
명성교회 세습문제 ‘수습안’이 수습이 아니라, 교단의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몰고 오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지난 9월 26일 제104회기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위원장 채영남 목사)의 수습안을 통해 명성교회의 위임목사 청빙은 2021년 1월 1일 할 수 있도록 하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1월 12일에 행한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고 했다. 또한 이 수습안은 법(헌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지 총회 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 고발, 소제기, 기소제기 등 일절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발표헸다.
이에 광주양림교회(당회장 백영기 목사)는 지난 13일 정책당회를 열고 ‘수습안 결의에 대한 무효 확인 청원서’를 전남노회에 제출했다. 광주양림교회는 청원서에서 수습안은 목사 청빙에 관한 헌법 제5장 제28조 제6항에 위배되며, 헌법 적용을 정지시키려 한 ‘수습안’에 대한 결의는 헌법시행규정 제4장 부칙 제7조의 ‘헌법이나 이 규정의 시행유보, 효력정지 등은 한법과 이 규정에 명시된 절차에 의한 조문의 신설 없이는 총회의 결의나 법원의 판결, 명령으로도 할 수 없다’에 위배되며, 동 시행규정 제1장 제3조 제2항의 ‘적용순서는 총회헌법, 헌법시행규정, 총회규칙, 총회결의, 노회규칙(정관, 헌장, 규정 등 명칭을 불문한다.) 등의 순이며 상위법규에 위배되면 무효이므로 개정하여야 하며 동급 법규 중에서는 신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한다.(개정 2012.9.20.)’에 따라 무효이므로, 제104회 총회의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에 대한 결의는 원천 무효임을 제105회 총회에서 결의해 주도록 전남노회가 총회에 헌의할 것을 청원했다. 전남노회는 광주양림교회를 비롯해 광주제일교회, 광주다일교회, 서광주교회, 광주벧엘교회의 청원을 받아들여 제104회기 총회에서 결의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의 수습안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하고 제105회기 총회에 전남노회의 이름으로 이 결의가 무효임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호남신학대학교 신대원생들은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 교내 채플실 앞에 모여 ‘교회 세습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생들은 제104회기 총회의 ‘수습안’과 명성교회에 깊이 통탄한다며 다음과 같은 5개 항을 낭독했다
‘교회를 사랑하는 호신학생’은 △명성교회에 전한다! 한국교회에 혼란을, 한국사회에 우려를 일으킨 명성교회는 김삼환 김하나 목사 세습을 철회하고, 이후 김하나 목사를 다시 청빙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 △총회에 전한다! 돈과 권력에 무너져 명성교회 세습에 특혜를 주고, 세습의 길을 터 준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하고, 총회의 세습방지법 제정 목적을 준수하라. △지교회에 전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돈과 권력으로 채우고, 이 기회를 빌어 세습을 준비하는 교회들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그 분을 따르는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라. △호신대 교수와 학우에게 전한다! 명성교회 세습은 위법이다. 무기력한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신학적 양심과 올곧음으로 함께 나아가길 호소한다. △총회 산하 신학대에 전한다! 명성교회 세습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몸의 일이다. 공교회로서 의식을 가지고 교회의 교회됨을 위해 함께 목소리 내길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는 호남신학대학생 112명과 교인 9명이 공동서명했다.
성명에 앞서 학생들은 22일 교내 명성홀(소예배실)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문제, 얼마나 알고 있니?’란 주제로 간담회를 마련했다.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간담회에 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패널로 김병균 목사(전 광주NCC 회장) 장헌권 목사(서정교회) 조규성 목사(서광주교회)와 윤춘주 변호사(법무범인 서석), 차현국 변호사(광주지방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병균 목사는 “자식에게 영광을 물려주지 말고, 십자가를 물려주라”면서 “영광을 대물림하는 행위, 하나님 앞에서 그 따위 짓 해서는 안 된다.”며 세습을 관철하려는 명성교회와 총회에 일침을 가했다. 또 조규성 목사는 “명성교회는 세습을 1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문제는 지금부터다. 총대 선출부터 바꿔야 한다. 노회 전체의 의견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을 총대로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하다는 데 있다. 목회자들이 내 교회만 신경 쓰지 한국교회의 문제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의 견해도 이어졌다. 윤춘주 변호사는 “세습금지법이 지난 2013년 총회 결의에 따라 2014년부터 시행됐다. 전 구성원이 합의해 만든 헌법의 규정을 위반하겠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헌법은 공동체 최고의 가치다. (세습금지법을 무시하는) 위헌행위는 최고의 가치를 소멸하는 행위”라며 심히 개탄했다.
차현국 변호사는 명성교회가 세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법의 우선순위가 헌법-시행규칙-결의 순이므로 총회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결의 자체를 무효화하는 소송이 제기돼야 한다.”며 사회법정에 소송을 제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교회 자체는 거래(세습, 대물림, 승계 등)의 대상이 아니다. 예수님의 핏값으로 산 그분의 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간담회를 마친 학생들은 교내 명성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반대와 교회개혁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이어갔다.
최근 교계 안팎으로 논란의 도화선이 된 총회 ‘수습안’을 작성하고 공동서명 발표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위원은 위원장 외 여섯 명으로, 김성철 목사(서기) 이순창 목사(위원) 김흥천 목사(위원) 최현성 목사(위원) 이현범 장로(위원) 권현서 장로(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