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호] 우리라는 집단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72호] 우리라는 집단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10.30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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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나만 기분 좋으면 되겠어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한
'우분트!‘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自我)가 있다!“

프로이드는 자아(self)를 셋으로 나누었다. 이드(id) 페르소나(persona) 슈퍼에고(super- ego) 반동자아(reactionary-self) 무의식적 자아(subconscious-self)로 나누었다. 나의 생김새가 깐깐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면서도 조금은 범접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어 보인다고 한다. 날카롭게 보이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며칠 전 문학 심포지엄이 끝난 후 뒤풀이 때였다. 전에 한두 차례 본 적이 있는 사람이 무슨 말끝에 넘겨짚어 물었다. “교회 다니시죠?” 그런 질문을 전에도 몇 번 받았다. “바둑 잘 두시나요?” “수학 선생이신가 봐요?” “아니면 검찰, 경찰에 근무하셨나요?”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힌다. “아, 교회는 다니지만 다른 건 아닌데요.” 그러면 상대방은 고개를 갸웃했다. 덧붙이는 마음속 말이 짐작된다. “이상하다. 깐깐한 게 꼭 그 계통인데…” 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주민등록증을 꺼내보니 입을 앙 다문 낯선 모습의 ‘노인성’ 중년사내가 마주 쳐다본다. 처량함이랄까 조금은 헛헛함이 묻어나기도 하는 얼굴이다. 사실 주민등록증의 신상정보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박제된 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가끔은 거울을 보며 거울 속 내 얼굴은 진짜 내 얼굴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거울 속 모습은 과학적으로도 허상에 지나지 않는가.

이 계통의 전문가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자아'를 셋으로 나누었다. 제1 자아인 ’이드‘는 본래의 자아로 특별한 에너지가 없는 무색무취의 본성이다. 제2 자아인 ’페르소나‘는 남에게 보이는 사회적 자아, 그러니까 가면 쓴 얼굴이다. 한편 제3의 자아인 ’슈퍼에고‘는 도덕이나 종교의 가르침으로 내면에 형성된 양심의 소리여서 제1 자아가 발호, 준동하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필자가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부전공을 심리학을 했기에 프로이트의 분류에 제4 자아와 제5자아를 덧붙이면 어떨까싶은 생각을 해본다. 제4자아는 ’반동자아‘로서, 특히 제3 자아에 반하는 성향으로 표출되는 수가 많다. 때로 과장스럽고 억지스럽거나 위악적인 모습으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이 사람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 또는 “아,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의아해 하며 놀라는 순간의 양태이다. 제4 자아를 통해 타인들은 근엄함과 윤리의 속박에서 풀려난, 날것 그대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기도 한다.

제5 자아는 ’무의식적 자아‘로서 위에서 설명한 모든 자아와 관련이 없거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아이다. 밑바닥 의식의 조종을 받는 자아인 만큼 통제가 쉽지 않다. 음주가 지나쳐 블랙아웃 상태가 되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나는, 이해와 파악이 불가능한 숨겨진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범위를 넓히면 다중 인격장애,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 병리적 현상 또한 제5 자아의 범주에 포함될 법도 하다. 마음이나 자아는 애초에 체계화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부한지가 오래되어서 제대로 글을 썼는지도 자신이 없지만 1~5까지의 자아분류를 나름대로 기억해서 나열해 봤다. 아, 당신은 누구시며 이 몸은 누구인가? 아내와 남편, 자식과 손자에게 사랑을 베풀며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는 일생이 되길 간구한다. 내 자아 중 나쁜 자아는 바꿔야한다.

‘우분트 (UBUNTU)’ 란 말이 있다. 내가 너를 위하면 너는 나 때문에 행복하고, 너 때문에 나는 두 배로 행복해 질 수 있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서 연구하던 어느 인류학자가 아이들을 모아 놓고서 나무 옆에다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 찬 바구니를 보여주고 “누구든 먼저 뛰어간 사람이 과일을 다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그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둘러앉아서 정답게 나누어 먹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누구든지 1등으로 간 사람에게 다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함께 갔느냐?” 라고 묻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우분트" 라는 단어가 합창 하듯이 나왔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나만 기분 좋으면 되겠어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한 '우분트!‘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自我)가 있다!“ 우리 한국교회들은 어떤가. 서로 물고 뜯고 으르렁 거린다. 더 이상 싸우지 말고 모두 ‘우분트!’ 하고 합창하자.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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