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이란?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이란?
  • 임희국 교수
  • 승인 2019.10.3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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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의 평등과 인간의 자유에 기반 한
대의민주주의가 장로교회의 헌법원리이기에,
교회의 3.1운동독립만세시위는 대의민주주의와
대립한 일제 전제군주체제의
국가권력에 저항한 행동이었다"

정치와 종교는 서로 분리된 영역이고, 이에 교회가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하고 또 교회는 정치 현안에 무관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치 까마귀들이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정교분리를 그렇게 이해한다면, 1919년 민족독립을 위해 3.1만세시위에 참여했던 신앙의 조상들을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길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독립만세”를 외쳤던 그들은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살았는데, 당시 교인들의 3.1독립만세시위는 교회의 정치참여였음이 명백하다.

정교분리에 관하여 재고(再考)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교분리의 역사적 기원은 17세기에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첫 이민세대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새로 출발한 개신교(장로교회)는 로마제국 콘스탄틴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법적으로 공인한(주후 313년) 이후 굳어진 유럽 국가교회 체제를 거부했다. 이 체제는 16세기 종교개혁의 교회갱신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여전히 굳건했다. 가령, 독일 종교개혁자 루터가 중세시대 국가교회체제를 박차고 나왔음에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루터교는 새로운 국가교회로 구축되었다. 루터교에서는 국가(지역)의 군주(영주)가 교회의 수장(首長)이 되었다. 국가 군주가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고위층 목회자를 임명하며 교회 법령을 제정했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루터교를 관리하고 감독했다. 30년 전쟁이 종결된(1648년) 다음에 독일 루터교는 국가의 행정기구 안으로 완전히 편입되어서 자치권을 상실했다.

이 무렵에 유럽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 출발한 개신교(장로교회)는 유럽의 전통 국가교회 체제와 완전히 결별하고자 했다. 이에 미국 장로교회는 -국가에 독립하여- 헌법에 기반 한 교회체제를 수립했다. 이것이 정교분리의 원리였고, 실제로 국가권력에 독립한 자치적 미국 장로교회 ‘교단’이 성립되었다. 미국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정치모범’(1645)에 바탕을 두고서 1788년 제정한 헌법에 양심의 자유 등을 정치원리로 채택했다.

이러한 미국 장로교회의 체제가 20세기 초반 한국의 장로교회에 그대로 이식되었다. 한국에서 장로교회는 그 시작부터 유럽의 국가교회체제가 아니라 교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했다. 예를 들어,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1900년에 교인대표인 장로를 선거로 선출했다. 그 이후로 전국 교회들이 장대현교회처럼 선거로 장로를 선출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갔다. 그 당시의 대한제국은 여전히 황제의 절대권력 아래 있는 국가였으므로, 국민이 선거로 국가의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는 상상 밖의 일이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담은 한국 장로교회의 헌법은 1907년에 제정되었고, 1922년에 최종 채택되었다. 이 헌법의 원리는 자유, 입헌주의, 대의민주주의, 치리회의 집단지도, 관계망으로 연결된 유기체로서 우주적 신앙공동체 등이다. 이 원리가 장로교회에서 오늘날에도 유지 존속되고 있다.

다시, 1919년 3.1운동으로 돌아가서. 장로교회의 3.1운동독립만세시위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회성 사건이 아니었다고 본다. 당시의 시위는 교단 헌법에 명기된 장로교 신앙정신의 정치사회적 실천이었다고 본다. 만민의 평등과 인간의 자유에 기반 한 대의민주주의가 장로교회의 헌법원리이기에, 교회의 3.1운동독립만세시위는 대의민주주의와 대립한 일제 전제군주체제의 국가권력에 저항한 행동이었다. 3.1운동 일백주년을 맞이한 올해 2019년에 다시 새겨보는 정교분리원칙이다.

정교분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요청되는 오늘의 시대라고 본다.

 

임희국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수,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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