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인도주의적 활동은 한계 많아
“평양 가는 길은 하나만이 아니야”

북한 결핵 치료 사업에 힘써온 유진벨재단(인세반 회장)이 결핵 문제 등 열악한 북한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한반도 결핵 치료를 위한 가을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유진벨재단이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유진벨재단 인세반(Stephen Linton) 회장은 북한의 결핵 현황에 보고하며 한반도 결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사회의 민간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해달라고 촉구했다. 방북 보고에서 인 회장은 “이번 가을 방북에서 700여 환자가 다제내성결핵(일반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중증결핵) 환자로 등록했고, 현재 기준 1,800여 환자가 재단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며 “통일과나눔재단에서 기증한 진엑스퍼트(휴대용 결핵 진단 장비) 8대를 이번에 비치했고 평안, 남포에 21대의 진엑스퍼트와 카트리지 250개를 놓고 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진벨재단은 북한의 다제내성 결핵 진단과 치료체계를 강화해 최종적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다제내성결핵 진단 장비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결핵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공중보건 문제이며 지금도 북녘 동포 1만 6,000여 명이 매년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유진벨재단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 글로벌펀드 이사회에서 북한 결핵과 말라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2021년 9월 30일까지 사용할 예산 4,170만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아직 글로벌펀드와 북한 정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서 인 회장은 “내년 6월에 바닥을 드러내는 약제감수성 결핵약을 일단 남한에서 구매해 비축해둬야 한다”며 “해상운송과 통관까지 9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견이 있더라도 한반도 공중보건문제인 결핵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남북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결핵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은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고 치열한 생사의 경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남한이 한반도의 결핵 문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남북한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인 회장은 “정부가 시도한 이산가족 상봉, 타미플루 지원, 식량 지원 등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는 등 올해는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 별로 진전이 없었던 한 해였다”고 평가하며 “북한지원은 정부 차원이나 국제기구 차원에서보다 민간차원에서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미플루를 보내는 일도 우리 같은 민간단체를 거쳤으면 어렵지 않게 북한에 전달할 수 있었고 결핵 문제와 식량 전달도 위해 국제기구와 공조한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하면 길이 엉키지만 평양에 가는 길은 하나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사회는 정부 지원에만 국한되지 말고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민간이 나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