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호]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
[70호]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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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영원한 우리의 소망이 되어야한다.
그 소망 때문에 사는 것이 기쁘고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휴가 중에도 악보를 펴놓고 공부를 생활화 한다는 도밍고의 인터넷 홈페이지 바탕화면에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는 경구를 좌우명처럼 올려놓은 배경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가을이면 사골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가 열린다. 여러 게임 중 달리기 종목이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스타트 라인에 서있으면 선생님이 출발신호총을 쏘거나 호루라기를 분다. 죽을힘을 다하여 앞만 보고 달린다. 달려야 한다. 라스트 라인에 도달 할 때까지. 그런 운동회를 한 지가 벌써 60년이 넘었는데도, 운동모자와 운동화를 벗고 런닝셔츠를 벗었는데도 나는 지금도 뛰고 또 뛰어 달린다. 왜일까? 지금도 뛰어야하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누가 출발신호총을 쏘는 것도, 호루라기를 불어서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위해 산다. 내일이란 영원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시간이다. 오늘 황무지의 돌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는 노동은 우리의 의무요, 당위(當爲)다. 오늘밖에 없는데 내일이란 미명으로 오늘을 눈감고 아웅 하는 속임수가 통하겠는가.

무덥던 여름도, 세 차례의 태풍도 오곡백과가 풍요로운 가을의 문턱에서 백기를 들고 사라졌다. 여름의 무성한 녹음이 빛을 잃고 붉음이 더해가는 시간, 활짝 핀 코스모스와 파란 가을 하늘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감과 밤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지만. 황금물결의 들판에는 태풍 속에서 벼이삭은 알곡으로 풍년가를 불러야 하는데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아예 누워버렸다. 우리의 심령에도 상심이 쌓여 풍요로움을 잃어버렸다.

가을의 상징 억새풀과 갈대! 지난번 전라도 순천만을 갔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광활한 갈대밭을 보고 놀랐다. 갈대가 바람에 파도처럼 누웠다 일어섰다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지금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걱정만 앞선다. 우리도 순천만의 갈대처럼 누웠다 일어섰다해야하나. 광화문, 시청 앞에 운집한 백성들의 소리도 못 듣는가, 내 귀에도 들리는데. 위정자들은 백성의 외침을 들어야한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제3막에서 호색한 만토바 공작은 군복차림으로 자객 스파라푸칠레의 주막에서 의기양양하게 부르는 ‘여자의 마음(Ladonna e mobile)'에서는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이란 아리아를 통해서 묘사했는데 제1막에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 ‘그리운 이름이여(caro nomo)’ 와 함께 모든 사람의 불멸의 명곡이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레르(1844~1896)가 생각난다. 그는 후배시인 랭보와 동성애에 빠져 벨기에로 가서 살다가 랭보를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실의에 빠져 50대 초반에 낙엽처럼 가버린 사람이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는 거리에 나서면 저만치 구르몽의 시도 낙엽이 되어 구르고 있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고 읊었던 1892년, 구르몽(Remy de Gourmont)의 시는 늘 우리를 서럽게 한다.

돌아갈 곳이 있는 자는 툭툭 털고 길을 떠난다. 가나안으로 향하는 여호수아처럼, 이타카로 향하는 오디세우스처럼, 누구나 유목민이 되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막막한 광야를 무작정 걸어가고 싶을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길을 떠날 때는 짐이 많다. 현명한 사람은 짐을 줄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느냐, 죽느냐’가 중요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쉬지 말고 기도해야한다.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영원한 우리의 소망이 되어야한다. 그 소망 때문에 사는 것이 기쁘고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104회기 총회에서 오랫동안 힘겨운 힘겨루기를 해왔던 명성교회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더니 더 시끄러워졌다. 이일을 어찌해야하나? 주님도 답답하셔서 울고 계실 것 같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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