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박상기 목사(빛내리교회), "넘쳐서 흐르는 것은 詩가 되더라"
[미래세대 목회모델] 박상기 목사(빛내리교회), "넘쳐서 흐르는 것은 詩가 되더라"
  • 정성경
  • 승인 2019.10.11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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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에서 경험한 자연과의 교감
詩가 되어 오히려 목회에 도움
"넘쳐 흐르는 것은 시가 된다"라고 말하는 박상기 목사. 정성경 기자 

현장에서 만난 성도들이 곧 글감

글로 전한 목사의 진심과 철학은

성도들의 건강한 신앙과 신뢰로

IMF로 한국경제가 급격히 어려웠던 시절 안산에서 개척하고 목회에 전력을 다했던 박상기 목사(빛내리교회)에게 탈진이 왔다. 가을이었다. ‘산에서 묵상하고 내려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군포 수리산에 오른 박 목사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그에게 나무들과 낙엽이 말을 걸어 온 것이다. 그때 마음을 글로 옮겼다. 그 글은 시가 되어 2006년 월간 한국시 5월호에 실렸다. 시인 목사가 된 것이다. 박 목사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으면 속에서 뭔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전엔 ‘詩(시)’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었다”던 박 목사가 음 율이 있는 시부터 시작해 자유시와 시적허용을 터득하면서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고 했다. 그렇게 시집 ‘아린 행복’, 수필집 ‘포장지가 벗겨진 선물’, 성경공부 교재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사는 이야기’까지 썼다. 지난 2018년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신대원을 졸업하고 문단에 등단한 목사들로 구성된 광나루문인회 회장으로 ‘광나루문학 제27집’도 출판했다.

광나루문인회 회장으로 광나루문학제27집과 문학상 시상식을 하고. 교회 제공

여느 목회자나 글 쓰는 것에는 익숙하다. 설교문이 곧 글이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설교 한 편은 종합적인 글쓰기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하는 것이기에 영감이 있는 글이고, 문학적으로 얘기하면 교훈이 담긴 글이다. 목회자들은 대단한 작가들”이라고 말한다. 그도 마찬가지다. 시는 어떤 계기에 의해 시작됐지만 이미 ‘기승전결’이 있는 설교를 쓰는 작가였다. “뭔가 인사이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오면 정답인 성경을 통해 묵상하게 되고, 삶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논리와 근거를 성경에서 찾는다. 말씀을 해석하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보니 이미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설교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삶의 자리와 기도의 자리에서 그 말씀대로 사는 것, 삶으로 주는 감동이 더해져야 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모태신앙인으로 태어나 “하나님께서 방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늘 교회 안에 있었다. 중2때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나 목회자로 달려온 삶에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목사의 부모님은 6남매를 키우며 ‘오직 교회’로만 몰아넣었다. 교회 빠지는 것이 가장 큰 잘못으로 여겨졌던 박 목사의 어린 시절에 그의 부모님은 새벽제단을 쌓는 것은 물론 주일이면 온 가족이 교회 가는 것 당연한 가족행사였다. ‘교회 가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졌던 박 목사는 고등학교 3학년때 교회학교 부장으로 어린 영혼들을 섬기고, 찬양대 지휘도 맡았다. 신학교에 입학하고는 전라북도 황등교회를 섬기며 황등지방 기독청년연합회 회장으로 지역의 복음화와 청년 부흥을 주도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목사로 5년 5개월 사역했던 그가 ‘어떻게 섬겨야 될 것인가, 어떤 목회를 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해 ‘교회 개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성경책과 릭 워렌 목사의 개척스토리가 담긴 책을 가지고 기도원에서 기도하던 그의 마음은 ‘토굴이라도 파고 십자가를 세우면 교회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1998년 안산에서 개척을 하게 됐다.

하지만 안산에서 개척 교회의 어려움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십자가도 세우지 못하게 했던 반지하 교회며, 결혼 패물을 다 팔아 십자가를 세웠던, 장마면 물을 퍼내야 되고, 새벽기도하다 쥐와 쥐를 쫓아 들어온 족제비도 함께 기도했던 지하교회를 거쳐 현재 빛내리교회는 어느 교회보다 건강하고, 어느 성도보다 건강한 신앙인들의 공동체로 섰다.

빛내리교회 주보에 매주 한편의 글을 싣는 박 목사는 수필 형식이나 시 형식으로 성도들과 소통한다. “성도들은 말보다 글로 표현할 때 더 신뢰한다”고 말하는 그는 “글을 통해 목회자의 깊은 진심과 목회철학을 확인 한다”고 했다.

“시라고 하는 것은 넘치는 거다. 확 넘쳐 흘러나오면 시가 된다”고 말하는 박 목사의 글감은 목회 현장에 있다.

'산넘어 남촌에는'이란 노래로 유명한 박재란 권사가 빛내리교회 성도다. 박 권사와 박상기 목사, 김옥란 사모. 정성경 기자

어느 겨울이었다. 한 권사가 고구마를 따끈따끈하게 쪄서 목사에게 주고 싶었다. 겨울이라 길은 미끄러웠고, 그 권사는 교회에 오는 도중 넘어졌다. 그것도 고구마 위에. 뭉개진 고구마를 내미는 성도를 본 목사의 마음, 이미 고구마가 아닌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었던 그 감사함을 글로 표현한다. 말기 암에 걸린 딸에게 준다고 호주머니에 꼬깃꼬깃 만 원짜리를 가져갔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연로하신 권사의 이야기도 박 목사의 글을 통해 성도들에게 함께 공유된다. 목회자가 지금 어떤 것을 보고, 어떤 마음으로 성도들을 대하는지, 어떤 목회를 하고자 하는지 글을 통해 밝혀진다.

“목회자에게 신앙고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교회관에 대한 고백”이라고 말한 박 목사는 이번 예장통합 총회의 이슈이자 한국교회를 주목하게 만든 ‘명성교회 목회대물림 건’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정서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교회는 공적 교회, 주님의 교회다. 내 아들도 신학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되는지 말로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님의 교회니까 모든 것을 깨끗하게 주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한다.”

박 목사가 성도들에게 수시로 경고하는 것은 ‘신앙이 종교화 되는 것’이다.

“종교와 신앙은 다르다. 다른 종교는 죽은 신을 섬기지만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인격적인 거다. 신앙은 종교보다 관계다. 끊임없이 인격적으로 소통하는 거다. 주님이 좋아하시는 삶을 결정하고, 그대로 사는 것이다.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부터가 신앙의 시작이고, 나의 주인 되심을 인정하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사는 거다.”

이런 박 목사의 고민은 지난 6월에 출판된 ‘다시 주님의 교회로(쿰란출판사)’에 잘 드러난다. ‘한 개척자가 털어놓는 교회에 대한 고민과 희망’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교회의 주인은 누구인가?’부터 ‘목회자의 휘파람’이라는 제목에 박 목사의 교회에 대한 고백이 담긴 12편의 시가 실려 있다.

목회를 신나게 하던 어느 날, 박 목사가 큰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 한 권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예수’는 없고 교회 다니면서 복 받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교회 다니다 보니 직분 받고, 권사로 불리지만 마지막 날 주님 앞에 섰을 때 ‘나는 너를 모른다’라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동안의 목회를 돌아보며 ‘절대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성도들의 신앙고백은 물론 삶의 자리까지 살피는 목회를 하고 있다. 그의 건강한 목회철학과 그로 인해 건강한 신앙을 가진 성도들은 김옥란 사모도 자랑하고 칭찬할 정도다.

건강한 성도, 건강한 공동체로 빛내리교회를 섬기는 것 외에 시인으로 박 목사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 누구나 감동받을 수 있는, 누구나 쉽게 읊을 수 있는 시를 쓰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나 정지용 시인의 ‘향수’처럼.

건강한 목회자와 건강한 성도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빛내리교회. 정성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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