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통한 치유와 성장
언어를 통한 치유와 성장
  • 이영식 목사
  • 승인 2019.10.11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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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는 적응의 문제, 심리·정서적 문제 해결을 돕는 독서치료는 어떤 상담보다 언어 자체의 힘을 십분 활용한다. 픽사베이 갈무리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는 적응의 문제, 심리·정서적 문제 해결을 돕는 독서치료는 어떤 상담보다 언어 자체의 힘을 십분 활용한다. 픽사베이 갈무리

금붕어의 기억력은 3초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금붕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보면 8초라는 설도 있고 9초라는 설명도 있다. 몇 초든지 간에 금붕어의 기억력은 매우 짧은 게 분명한가보다. 그런데 금붕어의 기억력에 대해서 언어학자들은 다른 해석을 내 놓는다. 금붕어가 방금 물었던 미끼로 인해 아가미가 찢어진 경험을 하고도 곧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까닭은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 능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즉 ‘늦은 저녁 호수 동쪽에 있는 물가에서 수면으로부터 1미터 쯤 깊이에 있는 지렁이를 물면 낚싯바늘에 아가미가 꿰어 공중으로 끌려간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개념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실을 기억하기도 어렵고 동료들에게 전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야콥 폰 윅스킬은 『생물에서 본 세계』(안국출판사, 1988)에서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은 각기 자신이 가진 행동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인지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같은 공간이라도 파리가 본 방과 개가 본 방, 사람이 보는 방은 같지 않다. 개에게는 색깔이 보이지 않고 파리에게는 색깔은 물론 문이나 창문 등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세계를 행동뿐만 아니라 언어를 가지고 범주화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은 치유와 성장에 깊은 통찰을 준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언어를 매개로 범주화된 개념의 세계다.

자기 조력도서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학 작품을 활용하여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는 적응의 문제, 심리·정서적 문제 해결을 돕는 독서치료는 어떤 상담보다 언어 자체의 힘을 십분 활용한다. 즉 듣기독서를 비롯하여 말하기독서, 읽기독서, 쓰기독서, 토론독서를 다양하게 결합하여 사람들의 마음의 근력을 길러주고자 한다. 필자가 맨 처음 독서치료를 접했을 때는 책 자체에 주목했었다. 그러다 책의 본질은 종이가 아니라 책속에 담긴 정보가 중요하며 그 정보는 언어로 구성된 사회적 의미체계 임을 깨닫게 된다. 언어로 구성된 정보가 운율을 지니면 시문학이 되고 플롯을 지니면 서사문학이 되는 셈이다. 그것을 상담(相談)이라고 부르든 심리치료나 강의, 수업, 설교 무엇이라고 부르든 본질은 언어를 통한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개입하는 모든 활동들의 원천적인 힘은 언어 자체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서 언어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예수께서는 천국이 씨앗의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 밭에 뿌려져 옥토 같은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면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신다. 천국은 언어에 담긴 개념의 형태로 사람들의 정신세계 속에 파종되는 셈이다. 나는 이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비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만약 천국이 특정한 장소나 금은보화라면 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내 차례까지 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언어에 담긴 천국씨앗은 정보이기 때문에 나눌수록 더 커지고 넓어지고 증식되는 속성이 있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자신이 듣거나 읽거나 경험한 것을 개념화한 것의 총체이며 이러한 정신세계가 변화되려면 반드시 천국 씨앗과 같은 새로운 정보(Information)가 들어가야 한다. 언어로 구성된 정보를 종이에 기록한 것이 책이며 요한계시록에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활용하시는 여러 종류의 책이 등장한다. 요한이 하나님의 계시를 따라 기록하는 책(요한복음)을 비롯하여 요한이 먹어버린 책, 어린양 그리스도만 펼칠 수 있는 인봉한 책, 각 사람의 행실이 기록된 책과 생명책 등이 있으니 하늘나라에는 거대한 도서관이 있음에 틀림없다.

사람은 언어적 존재여서 자신의 마음속에 양질의 말을 받아들임으로 성장한다. 내면의 감정과 욕구, 생각, 경험, 미래의 꿈, 자신의 열등감과 강점 등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고정을 통해서 생각이 정리되고 정화되며 타인과 소통하여 지지자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세월 그림책과 시, 소설, 자기계발서 등의 책을 적당분량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고, 쓴 글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발표에 반응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감정과의 대화글쓰기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강점목록 100가지 글쓰기를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기도 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림책으로 자신의 생애를 설계하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질문 만들기 활동을 통해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기도 한다.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값이 저렴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치유와 성장의 매체요 예술매체요 놀이매체이다. 요컨대 말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정화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이해된다. 말을 통해서 우리는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할 수 있고 심지어 하나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천국의 씨앗은 내 정신세계와 삶과, 관계에 심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어서 말의 속성과 기능에 대한 탐구는 평생의 과제인 셈이다.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
비전교회 담임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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