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들이 맛본 평창 올림픽
기독청년들이 맛본 평창 올림픽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3.17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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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간 고된 일정으로 힘들었지만 보람도 컸다던 봉사자들
남북 아이스하키단일팀은 기대보다 결과가 실망스러워

바람이 많이 불던 3월의 어느 날,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자신의 겨울방학을 번제로 바친 기독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날 한자리에 모인 기독청년들은 이채훈(22, 신수교회), 김찬양(23, 예수마을교회), 김보경(24, 동안교회) 이렇게 3명이었다. 그들은 비록 이날 서로 처음 본 사이였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란 공통의 기억을 토대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왼쪽부터 이채훈, 김찬양, 김보경
왼쪽부터 이채훈, 김찬양, 김보경

 

-올림픽 기간에 주로 어떤 일을 맡았었나?

채훈: 나는 이번에 일반운영팀에 소속되어, 1월 9일부터 2월 7일까지 유니폼 배부팀에서 일했다. 내가 주로 했던 일은 자원봉사자나 다른 참가자들에게 스키점퍼세트, 신발, 비니, 가방 등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숙소는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였다. 나는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까지 봉사하였다.

찬양: 나는 VIP 수행의전을 담당했다. 그래서 올림픽 기간 내내 대부분의 경기장을 VIP와 함께 돌아다녔다. 워낙 하루에 진행해야 되는 일정이 많아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한적도 있었다.

보경: 나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어떻게든 직접 참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찾아보다가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에 인턴으로 지원해서 선발되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여자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주로 머물렀다.

 

-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찬양: 내가 이번에 모신 VIP가 IOC명예위원으로, 30년동안 여러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길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자원봉사자들이 역대 최고였다고 칭찬하였다.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적재적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정말 컸다.

채훈: 군인들도 자원봉사에 많이 동원되었다. 육군 27사단의 병사들이 자원봉사에 많이 동원되었다. 병사들은 부대에 있지 않고 올림픽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매우 좋아했다. 병사들은 주기적으로 교체가 되었는데, 부사관은 패럴림픽까지 자원봉사에 투입되는 것 같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진, 김찬양 제공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진, 김찬양 제공

 

 

-올림픽 기간 자신이 맡은 역할은 감당할 만했나?

채훈: 나는 매일 유니폼 배부를 하다 보니 반복 노동이 일상이어서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그리고 유니폼 배부팀에 남자가 나 혼자 여서, 주로 무거운 짐을 많이 들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왜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유니폼 배부팀에 성별을 고려해서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일은 힘들었지만 유니폼을 받은 사람들이 감사의 표현을 하면 그것이 위로가 되었다.

찬양: VIP 수행의전은 어떤 VIP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업무가 너무 다르다. VIP는 주로 IOC 위원들이었는데, 그들은 주로 본인 나라의 선수들이 하는 경기는 직접 참관하였다. 내가 수행한 VIP는 그리스의 IOC 명예위원이었다. 올림픽 기간 내내 나와 운전기사가 VIP를 수행해야 했는데,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서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VIP를 수행하며 경기장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VIP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보경: 나는 올림픽과 OBS를 향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실제 나의 업무가 조금 불만스러웠다. 올림픽기간에 나는 OBS의 인턴으로서 중요한 일을 하리라 기대했는데 주로 잡무를 맡았다. 나는 카메라맨을 보조하거나, 음료수를 채우거나, 뒷정리 등을 하면서 OBS가 불필요한 인력을 너무 많이 뽑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방송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OBS의 철저함은 인상적이었다.

 

여자 아이스하키장에서 찍은 사진, 김보경 제공
여자 아이스하키장에서 찍은 사진, 김보경 제공

 

-실제로 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북한 응원단은 어땠나?

보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는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상대팀과 압도적인 실력차가 느껴졌고, 워낙 큰 점수차로 지다 보니 경기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 진정으로 단일팀을 하고자 했다면 선수 선발부터 같이 준비해야하지 않았을까 싶다. 북한 응원단은 빨간 모자를 쓰고, 쉬지않고 응원하는게 놀라웠다. 그런데 실제 북한 응원단과 남한 국민과의 교류는 아예 불가능했다. 북한 응원단의 주변에 경호원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북한 응원단과 경기장에 같이 있었지만, 분리된 느낌이었다.

찬양: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북한 응원단이 지나갈 때, 그들의 키가 다 똑같은 것을 보고 소름 돋았다. 선발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여자 응원단의 키를 통일시킨 것 같다. 

 

-경기장이 여러 곳에 분산되었는데 이동은 주로 어떻게 했나?

채훈: 내가 일하는 곳은 평창이었는데, 처음에 숙소가 횡성이었다. 그래서 차로 한번 가는데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다른 대중교통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없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녔다. 셔틀버스 배차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셔틀버스에 못 타면 출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찬양: 올림픽 기간에 강릉은 시내버스가 무료였다. 그런데 나는 업무의 특성상 강릉과 평창을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했는데, 일반 버스는 강릉과 평창에 노선이 없었다. 그래서 셔틀버스를 주로 이용했는데, 배차시간과 증차와 관련 되어서 여러 아쉬움이 있었다. 사람이 많이 타지 않을 시간대에 셔틀버스가 많이 배차된 것은 문제였다. 

 

 

-올림픽 기간에 신앙생활은 어떻게 했나?

채훈: 주말에 시간은 있었지만,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가 도보로 1시간 거리여서 차마 교회에 가지 못하였다. 나중에 숙소가 연세대 원주 캠퍼스로 바뀌었을 때 학교 기도실에 내려가 기도하곤 하였다.

보경: OBS에서는 아이스하키 경기가 그날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기에 사실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체 바쁘게 일했다. 교회를 갈 여유가 없어서 QT정도로 신앙생활을 하였다.

찬양: 역시 바쁜 일정때문에 올림픽 기간에는 교회에 갈 수 없었다. 올림픽 끝나고 3주만에 교회에서 예배 드릴 수 있었다.

 

기독청년들이 자신이 경험한 올림픽을 서로 나누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총평을 하자면?

채훈: 올림픽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올림픽이 적자가 아니라 흑자가 난 것만 보면 좋았다. 그런데 올림픽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남북단일팀 관련 되서도 의도적으로 빨리 진행된 것 같다.

보경: 내가 올림픽 기간에 OBS에서 인턴 하는 것을 너무 쉽게 단정짓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마치 이력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해, 스펙을 위해 내가 인턴을 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과연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런 말을 하는가 싶다. 올림픽 기간에 꼭 금메달을 따지 않더라도, 올림픽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찬양: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 여러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실제로 잘 진행된 대회라고 본다. 그리고 올림픽이 전세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국가간 교류의 장이기에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대회라고 생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독청년들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많이 고생하였지만, 그 헌신을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남모를 헌신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조금이나마 일조하였기 때문이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맞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들 뒤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자신의 사명을 감당한 청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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