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 나라나 교회가 왜 이 모양인가
[67호] 나라나 교회가 왜 이 모양인가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9.18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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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신중하게 하면 틀리는 일을 줄일 수 있고,
행동을 신중하게 하면 후회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말함에 틀리는 일이 적고, 행동함에 후회하는 일이 적다면
관직을 얻어 봉록을 받는 일은 저절로 되느니라.”

나라나 교회가 너무 시끄럽다. 20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이쑤시개 하나 때문에 20년 세월과 4만 달러의 국고가 허비되는 재판이 있었다. 1907년 변호사 지르벨이 파리 리옹역 하물(荷物)예치소에 이쑤시개 한 개를 내놓으면서 찾으러 올 때까지 맡아 달라고 했다. 예치소 사무원은 버럭 화를 내면서,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하고 접수를 거부했다. 지르벨은 사무원의 법률위반 사실을 공공사업성에 고소했다. 소송은 20년이나 걸렸다. 간이재판소에서 지방법원, 고등법원, 최고법원으로 이어져 계속되었다. 기나긴 법정공방 끝에 최고법원은 변호사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4만 달러(5,000만 원 상당) 소송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라고 판결을 했다. 여론은 20년 법정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지르벨을 ‘약은 변호사’라고 지탄하기도 했지만, 작은 사안도 법이 놓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보여 준 판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법의 준엄함을 말해 준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에는 흙손질을 할 수 없다.” 朽木不可雕也(후목불가조야) 糞土之牆不可圬也(분토지장불가오야) 공자(BC551~ BC479) 말씀이다. 제자 재여(宰予)가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것을 보고, '나는 말로써 사람을 판단해온 지금까지의 평가 방법을 바꾸었다'는 예기(禮記)의 한 대목이다. 언행일치를 강조한 것이다. 위(衛)나라 영공(靈公)은 부인의 남장(男裝)을 좋아했다. 그러자 나라 안 모든 아녀자들이 남장을 하고 다녔다. 영공은 여자들의 남장 금지령을 내리고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여인들은 단속 관리들에게 붙잡혀 옷을 찢기고 허리띠가 잘리는 처벌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남장을 하고 다녔다. 영공은 어느 날 안자(晏子; 공자의 제자)에게 물었다. “내가 여인들의 남장을 금하고 벌을 주어도 그치지 않으니 그 이유가 무엇이오?” 안자가 대답했다. “군(君)께서는 집 안의 부인은 남장을 시켜 놓고, 집 밖의 여인들은 그것을 금했습니다. 어째서 부인이 남장을 하지 못하도록 금하지 않으십니까?” “알겠소.” 영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 부인도 남장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 달이 지나자 나라 안에는 남자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집안 단속 효과이다.

공자는 “어떻게 하면 정사(政事)를 잘 할 수 있소”라고 묻는 제(齊)나라 경공(景公)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게 (나라를 편안히 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올바른 정책을 내놓으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모범을 보이고), 아들은 아들답게 (책임을 다하면) 어찌 나라가 안정되지 않겠습니까?” 라고. 이것이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칙이다. 제자 자장(子張)은 어떻게 하면 관직에 나가 봉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말을 신중하게 하면 틀리는 일을 줄일 수 있고, 행동을 신중하게 하면 후회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말함에 틀리는 일이 적고, 행동함에 후회하는 일이 적다면 관직을 얻어 봉록을 받는 일은 저절로 되느니라.”

그보다 수백 년 뒤. 공화정 로마의 제사장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BC100~ BC44)가 명문가 출신 부인 폼페이아와의 이혼을 선언했다. 기원전 62년 풍작과 다산을 관장하는 보나(Bona)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가 제사장 카이사르의 집에서 거행되었다. 그 자리에는 남자들이 낄 수 없는 행사인데 귀족 집안 청년 푸블리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여장(女裝)을 하고 들어갔다가 들켜 로마 정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 때문이었다. 정황으로 보아 카이사르의 부인 폼페이아를 연모한 나머지 야간 주거침입을 한 푸블리우스의 ‘불륜’으로 인식돼 당사자와 그 집안은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로마 원로원 청문회에서 카이사르의 어머니와 하녀들은 “그날 밤 집안이 어두워 누가 들어왔는지 얼굴을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 집에 있지 않아 혐의를 벗은 카이사르도 푸블리우스 집안의 몰락을 원치 않았다. 다만 이혼 사유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카이사르의 아내 되는 사람은 한 줌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공인(公人)의 자세이다.

온 신문 방송이 도배를 하듯이 떠들어대는 나라와 교회 사안에 하도 속이 시끄러워 옛 책 몇 권을 뒤져 보았다. 야단법석을 떨지 않아도 결론 내릴 수 있는 지혜가 선인들 고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법무장관도…, 명성교회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하길 바란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재단이사
전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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