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재심판결 이후 총회의 바른 역할을 기대하며
[기획특집] 재심판결 이후 총회의 바른 역할을 기대하며
  • 김수원 목사
  • 승인 2019.09.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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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제103회 총회가 10일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총회결의로 명성세습건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총회결의로 미뤄졌다.

한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명성 세습’ 관련 재심 판결이 났다. 더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원고(서울동남노회 비대위) 승소 확정판결이다. 세습을 용인하리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그것도 ‘전원 합의’로 세습은 불가하다는 바른 판결을 내린 제103회기 총회재판국(국장 강흥구 목사)의 노고는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한국교회사에 큰 족적으로 길이 남을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회 당회와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교계 일각-목회지대물림(이하 세습) 옹호 진영에서는 판결문을 받아 보기도 전에 불복 선언부터 하고 나섰다. 듣자 하니 다가오는 총회에서 판결을 뒤집겠다는 결의를 다진다고 한다. 이러한 저들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노라면 소송에 참여했던 당사자로서 참으로 유감스럽다. 교단 법질서를 통째로 부정하려 드는 무례함이나 우리 교단의 ‘진정한 정체성’을 호도하는 저들의 무모한 행동 때문이다. 한마디로 섣부른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비판이 가능할까.

 

1. 재심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 사실은 헌법에서 명시된 절차를 따라 진행한 재심이었다.

 

명성 측 세습 옹호자들은 이번 재심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성토한다. 저들이 말하는 절차적 하자란 ‘재심의 사유가 없는데도 재심을 진행했다’거나, 지난번 제103회 총회(총회장 림형석 목사) 석상에서 ‘원심판결의 취소로 대상(對象, 원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재심을 강행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우선, 재심의 사유(헌법 권징 제123조, 제140조의 1 제1항)가 충분했다. 첫째로, 지난 제102회기 총회재판국(국장 이경희 목사)은 원심판결에서, 세습 청빙과 관련한 공인된 제101회기 헌법위원회(위원장 고백인 목사)의 해석을 배척하고, 공식으로 채택되지 않은 해석을 자의적으로 반영하여 원고(비대위)의 소를 기각한 바 있다. 둘째로, 재판은 현행 헌법과 헌법시행규정만을 가지고 판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에서 재판국은 법으로 제정된 적이 없는 ‘미(未)제정 법’을 판결에 인용하였다. 다시 말해, 헌법 정치 제28조 6항과 관련하여 입법과정에서 삭제된 조항 ③호에서 언급된‘은퇴한’ 목사를 판결에 인용하여 명성의 불법세습을 정당한 것으로 판결했었다.

하지만 세습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따라 삭제된 ③호에서 언급한 ‘은퇴한’ 목사는 법 제정 당시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은퇴한 목사에게 해당된다. 이를 법 제정 이후에 은퇴한 목사에게 적용하여 원심에서 세습을 용인한 판결은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중대하고도 명백한 법규 적용의 착오에 해당되며, 이 착오가 원고 패소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에 이러한 사유 하나만으로도 재심사유가 충분했다.

요컨대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1호에서 언급하는 ‘은퇴하는’ 목사란 어떤 경우인가. 법 제정 이전에 은퇴한 목사는 ‘은퇴한’ 목사이고, 법 제정 이후에 은퇴하는 모든 목사는 ‘은퇴하는’ 목사가 된다.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는 법을 제정한 2014년 이후인 2015년 연말에 은퇴하였기에 ‘은퇴하는’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과 판단을 이번의 재심판결에서 제대로 인용하였다.

다음으로, 명성 세습 옹호자들은 지난 제103회 총회에서 원심판결이 취소됐기에 대상이 사라진 상태에서 재심은 불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총회장의 회의 진행 미숙으로 잠시 말의 실수는 있었으나 본래 재판국의 판결 자체를 취소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추후 정정하여 회의록을 정리한 바 있다. 다만, 총회가 재판국 보고 때 결의로써 거부한 것은 ‘판결 자체’가 아니라 도무지 부당하여 받을 수 없는 재판국의 ‘판결 내용’이었다. 총회의 이러한 결의는 헌법해석의 전권을 갖는 총회가, 폐회 중에 해석 권한을 위임받은 헌법위원회(위원 9명으로 구성)의 세습과 관련한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고, 대신 타당한 해석을 확정 지은 총회 둘째 날의 결의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따라서 이번 재심 진행 과정과 관련하여 있지도 않은 절차적 하자 운운하면서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가 하면, 이를 기반으로 총회에서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설픈 코미디(comedy)다.

 

2. 재심이 총회결의(?)로 가능했듯이 총회 결의가 있으면 재재심도 가능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크게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번 재심이 마치 총회결의로 진행된 줄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재심은 총회결의와 무관하며, 헌법에서 규정하는 재심사유(헌법 권징 제123조 준용)에 해당되면 재심청구가 가능하다. 이번 재심도 원심판결 후 지난해 제103회 총회가 열리기 전(2018. 9. 7.)에 재심청구권자인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소속 목회자들이 재심청구를 낸 데 따른 재판이었다.

혹자는 이번 재심과 관련하여 총회결의만 있으면 ‘재재심’도 가능한 줄로 오해한다. 이러한 오해는 과거, 총회 총대 재석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했던 총회특별재심(재재심에 해당)과 혼돈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총회특별재심 제도가 폐지된 지금, 총회 결의로 재재심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재심은 헌법에 없는 제도이기에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제103회기 헌법위원회(위원장 이현세 목사)는 법리문제가 아닌 특별한 경우(위증, 증거자료의 위조나 변조, 재판국의 비위사실 등이 ‘증명’된 때)에 한해 그 억울함을 해소하도록 재재심의 길을 열어놓았으나 그것도 총회재판국의 판단에 따른다고 해석한 바 있다. 부연하자면, 문서 위조나 국원의 비위 사실 등이 ‘증명’되지 않으면 재재심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총회의 결의가 아닌 청구권자의 재심(또는 재재심) 사유가 법규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성의 불법세습 관련 재재심이 가능하겠는가?

 

3. 확정된 재심판결을 총회결의로 뒤집을 수 있다? 사실은 그런 시도 자체가 불법이다.

 

세습 옹호자들은 재심 판결을 총회에서 뒤집어 보겠다고 벌써부터 야단이지만, 헌법과 헌법시행규정의 법리대로 바르게 판결하여 확정된 사안을 어찌 뒤집겠는가. 판결의 내용은 공정한 재판의 절차를 통해서만 뒤집을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총회 결의로써 뒤집으려 한다면 그것 자체가 법규 위반이다.

우리 교단 법체계는 법규에 위배되는 것을 결의로써 합법화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로회 각 치리회 및 산하기관의 회의규칙’에 따르면, 『의장은 성안된 안건이라 할지라도 착오나 규칙 위배 등 중대한 과실이 발견된 때에는 가부를 중지하고 수정 보완 후 ‘결의하여야 한다’』(제26조)는 ‘의장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의장은 발언권자의 발언이 법령 규칙 등에 위배되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주의를 주고 그래도 듣지 아니할 때에는 발언을 ‘중지 시켜야 한다’(제33조). 말하자면, 의장은 총회석상에서 명성세습과 관련하여 재심 확정판결을 함부로 부정하려 들거나 법질서를 훼손하려 드는 발언에 대해서는 단호히 제지해야 한다. 세습금지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이상, 의장은 세습은 불가하다는 재심 판결을 부정하려는 안건을 상정해서도 안 되지만 설령, 안건이 상정되어 동의와 재청으로 성안이 되었다 하더라도 의장은 성안된 안건이라 해서 가부를 묻거나 표결에 부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제104회 총회에서는 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총회 결의보다 앞서는 것이 총회헌법과 헌법시행규정, 그리고 총회규칙이다(헌법시행규정 제3조 2항). 이 말은 총회 결의도 법 규정을 따를 때 권위가 생긴다는 뜻이다. 위법한 것을 총대원 만장일치로 결의한다고 해서 합법이 되지 않는다. 불법은 불법일 뿐이다. 곧바로 ‘결의무효’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하기야 그동안의 일을 보면 결의만 하면 불법도 합법이 되는 줄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적잖이 있다. 명성 측 세습 옹호자들이 서울동남노회에서 사용한 수법을 이번 총회에서도 사용하려 들지 지켜볼 일이다.

 

4. 재판국원은 임기 내 교체할 수 없다? 사실은 본회의 결의로 교체(임기 제한)할 수 있다.

 

세습 옹호자들은 지난 제103회 총회에서 재판국원을 교체한 일을 두고 총회가 헌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총회재판국이 본연의 사명에 충실했다면 임기 내에 교체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법과 원칙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해석하고 판결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이권에 휘둘리거나 힘 있는 자들 편에 서서 하나님의 공의를 저해하는 일들이 있어온 게 사실이다. 이처럼 불공정하고 불의한 일들이 반복되는 데도 국원의 교체 없이 과연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는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세(勢)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회는 본회의 결의로 부원(국원)의 3년 임기를 제한(교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규칙 제10조 1항).

제102회기 재판국의 교체도 따지고 보면, 세습청빙 관련 원심판결의 부당함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명성 불법세습을 용인했던 제102회기 재판국(국장 이경희 목사)마저 제101회기 재판국원 교체로 구성된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제 와서 국원 교체건과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할만한 정당성도 없다 할 것이다.

 

5. 제104회 총회에 대한 기대와 우려

 

치리회의 혼란은 치리회 내 문제이기는 하지만, 상회 치리회의 정제되지 않은 치리로 인하여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없잖아 있다. 교단법이 필요한 이유는 일단 문제가 생기면 힘의 논리가 아니라 정해진 법 절차를 따라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함이다. 화해조정이 어려우면 소송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판결이 왜곡되거나 바른 판결이 나도 신속한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힘 있는 자들의 횡포에 약자만 억울하게 당하는 불공정한 일이 벌어진다. 필자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의 지난 2년간의 일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제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명성교회 당회와 세습 옹호자들에게 부탁한다. 부당한 요구가 아닌 이상, 교단의 명예와 권위를 보전하고 교회의 건강성 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재심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차분히 출구 전략을 모색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이번 제104회 총회는 우리 교단의 영적 수준을 대내외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세상의 빛과 소금된 사명을 천명하는 성 총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노파심에 한마디 보태려 한다. 총회 석상에서 명성의 세습 건과 관련하여 굳이 동조(옹호) 발언을 하려거든 재심 판결문을 비롯한 총회 헌법이나 헌법 시행규정, 총회 규칙 등의 관련조항만이라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후에 나서기를 권고한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경우 없이 나섰다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오명이 될지 모를 일이다. 한국교회와 일반 사회,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들까지도 이번 총회를 주시하면서 총대 한 분 한 분의 발언에 귀 기울이며 그 결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하나님,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를 지켜주소서.”

 

김수원 목사 (태봉교회)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김수원 목사 (태봉교회)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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