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 오면서
정치의 계절이 오면서
  • 박은호 목사
  • 승인 2019.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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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자 요한이 외치던 유대광야는,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광야다.
그러나 그곳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삶이 피어나고,
역사의 방향을 잡아 주는 나침반이 움직이고 있다."

정치하면, 신물이 난다 신뢰가 없다 또 무슨 수작하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얼마 전 복잡하게 전개되다 끝이 흐지부지한 채로 끝나버린 tvN의 드라마 ‘60일 생존 지정자’가 정치 현실을 잘 대변해 주는 듯 했다. 교회 공동체를 가리켜 그 누가 ‘정치 공동체’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좀 과격한 말로 ‘정치집단’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게 현실이 되었으니….

우리는 세례자 요한이 왜 광야에 나갔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세례자 요한은 그 시대 주류 종교사회 무대였던 예루살렘과 예루살렘 성전에 그대로 순응하면서 살았더라면 틀림없이 그 시대의 대제사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왜 그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유대 광야로 뛰쳐나갔을까? 그리고 요단 강에 나아가 도래하는 ‘하나님의 나라’ 앞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며 회개의 세례를 베푸는 세례자 요한이 되었을까? 거기에는 상당한 시대적인 배경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세례자 요한의 시대 4대 인물이 있다. 누가복음 3장1, 2절에서 그 시대상황을 낱낱이 잘 보여 주고 있다. ‘티베리우스 황제가 통치하던 제15년에 본디오 빌라도가 유다의 총독으로, 헤롯 안티파스가 분봉 왕으로, 한 편 안나스와 가야바가 유대종교 예루살렘 성전의 대제사장으로 있었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 광야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왔다’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네 인물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 이스라엘에 파견된 로마 총독 빌라도, 갈릴리 지역을 통할하는 분봉 왕 헤롯 안티파스, 그리고 당시 예루살렘 종교의 실권을 잡고 있던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 특히 가야바는, 요즘 쓰는 말로 표현하면 그 시대의 악당 4인방이었다. 이 네 사람은 그냥 악당 4인방이 아니다. 희대(稀代)의 악당 4인방이다. 그들이 악했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악했다는 말이다. 이들이, 그 시대 로마제국과 로마제국의 변방 식민지인 이스라엘 땅을 주름잡고 있던 시대에, 하나님께서 그 시대와 인류 역사의 분기점을 알리는 인물로 사용하시고자 보내신 세례자 요한이 그들과 동류할 수가 있었겠는가? 정치 공학적으로 정치 환경적으로 그 시대 속에서, 그들과 호흡하면서 그들의 권력과 영향력 아래에서 숨 쉬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펼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유대 광야로 나아갔던 것이다. 광야는 히브리어로 ‘미드바르’다. 미드바르는 ‘다바르’(말씀)라는 말을 어원으로 가지고 있다. 말씀이 있는 곳 광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복잡한 정치 공학이 통하고 불의가 난무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 환경이 판을 치는 곳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펼쳐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길가와 돌밭과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들이, 결국 결실하지 못한 것과 같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현실 정치 공학과 정치 환경이 작용하지 않는 광야가, 가장 원초적인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텃밭(겨자씨 한 알이 떨어져, 자라 공중의 새들도 깃들이는 겨자 초草가 되는 하나님의 나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했던 사람들은, 하나님과 아무런 장벽도 없는 갈보리 언덕 십자가의 그 외침, 그 고뇌, 그 희생, 그 죽음의 자리에 서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던가? 그러나 예언자들은 시대의 한복판에서 정치 세력과 정치 환경의 거친 파도와 맞서 싸우다 돌을 맞기도 하고 옥(獄)에 갇히기도 하고,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세례자 요한이 외치던 유대광야는,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광야다. 그러나 거기에도 오아시스가 있다. 목초지가 있다. 그곳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삶이 피어나고, 역사의 방향을 잡아 주는 나침반이 움직이고 있다. 세례자 요한이 외치던 그 유대 광야의 길(헤 호도스)로 그리고 요단 강에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 앞에서 돌이키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베풀던 그 세례의 길에 친히 뛰어 드시면서, 요한이 닦은 새로운 신작로(新作路)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가져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의 공생애, 그 삶을 살아갈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자가 누가 있을까? 이것이 오늘 이 시대를 향하신 살아 계신 하나님의 관심사이다.

 

 

박은호 목사

정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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